'대책없는' 종부세 개편, 여당도 두 손 들다

[국회 예결특위] 이한구 위원장 "대책이 없으니, 자꾸 의심하지" 질책

등록 2008.09.25 17:48수정 2008.09.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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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 부자만을 위한 감세' 논란을 빚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이 전날에 이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첫 질문에 나선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대신 출석한 배국환 차관을 상대로 종부세 개편에 따른 2조2천여억 원의 지방재정 지원 감소분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배국환 차관은 "당초 종부세가 생길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엑스트라의 재원이 생겼다"며 "지금 조세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재원 감소가 일어나게 되는데, 부처 간의 협의를 통해서 보완하려고 검토 중에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2% 강부자 때문에 98% 국민 세부담 증가?"

 

김창수 의원은 다시 "(종부세를 완화하는 대신) 재산세를 올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종부세를 납부하는 2%의 강부자(강남, 땅부자) 때문에 나머지 98%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배 차관은 "행정안전부에서 재산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종부세와 재산세는 종국적으로 통합되어야 하지만, 종부세 감세로 재산세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부자동네 출신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의 입장이 다르다"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종부세 개편안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국민적 동의와 설득을 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났지만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은 다음 의원에게 질문권을 넘기기 않은 채 직접 질문자로 나섰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더 진행하기 전에 정부측에 요구할 게 있다"며 "어제부터 계속 종부세 얘기가 나오는데, 한 가지 중요한 사항, (정부측에서) 답변해야 할 사항이 빠져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한구 위원장은 "종부세를 정부안대로 바꾸면 세수 감소액이 얼마나 되고, 그것 때문에 지방에 가는 것이 얼마가 줄고, 지방재정은 어떻게 메꿀 것인지, 구체성을 띈 답변이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를 다그쳤다. 그는 또 "그것없이 막연하게 행안부가 (재산세를) 안 올린다고 해서는 (야당) 의원들 설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이기는 하지만, 종부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 공세에 정부측이 궁색한 답변만을 쏟아내는 데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이 위원장은 거듭 "재산세를 안 올리면 보유세가 주는데, 그럼 취득세·등록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방세수 전반에 대해 어떤 모양으로 어느 정도 바뀌는지, 종합적으로 설명을 해야, 자꾸 같은 질문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측의 충실한 답변을 주문했다.

 

"그러니까, 대책이 없다는 것이냐?"... "현재로서는 확정된 게 없다"

 

그러나 배국환 차관의 답변은 이 위원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배 차관의 답변은 이랬다.

 

"지금 현재 전체 세재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목적세 개편을 하면 교부세율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조정 작업을 행안부와 하고 있는데, 이 때 교부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검토해서 지방재정이 가급적 줄어들 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 개편으로 줄어드는 지자체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지자체간의 재정 조정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지자체간의 재정 조정이란 재정자립도가 높아 여력이 있는 지자체의 세수입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줘 형평성을 맞추는 식이다.

 

즉, 서울 서초·송파·강남구 등 종부세 개편으로 주민들의 세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지역에서 걷힌 재산세 중 일부를 종부세 완화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게 되는 전북도 등 지자체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높다고 하는 강남 3구지역조차도 재정자립도가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결국 배국환 차관이 내놓은 답변 안에는 종부세 개편으로 재정지원이 들어드는 지자체를 위한 어떤 해결책도 담겨있지 않은 셈이다.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배 차관의 답변을 듣고 있던 이한구 위원장은 "그러면 현 단계에서는 지방재정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된 게 없다는 것이냐"고 다시 물었고, 배 차관도 "현재로서는 확정된 게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무대책' 속에 진행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한심스럽다는 듯이 "그러니까 자꾸 (야당이) 의심을 하고 얘기가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려면서도 이 위원장은 정부측에 빠져나갈 기회를 주기 위해 "언제 확정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배 차관은 "조만간 빠른 시일내에 확정하겠다"며 다시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 위원장이 "조만간이라는 게 언제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다그친 뒤에야, 배 차관은 더듬거리듯 "10월 정도..."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이 위원장은 "의원들도 모두 들었으니까, (배 차관의 답변을) 염두에 두고 '2007년 회계에 대한) 개별심사를 했으면 좋겠다"며 회의를 속개시켰다. 그러나 다음 질의자를 지명한 뒤 자리에 앉은 이 위원장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국세청, 2년전엔 '아름다운 되돌림'이라더니...

 

앞서 김창수 의원은 국세청에서 지난 2006년에 발간한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책을 들어보이며, 종부세에 대한 정부측 논리의 허점을 꼬집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책자는 세금에 대해 일반 초·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행된 것으로, 지금도 유명서점 등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고, 10만부가 팔려 국세청이 1억5천만원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종부세를 '아름다운 되돌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종부세에 대해 "투기꾼을 지목해서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부동산 소유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하여 납부하는 부담"이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표현했다.

 

책의 내용을 소개한 김창수 의원은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강만수 장관 등 정부에서는 일관되게 종부세가 징벌제적 성격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한상률 청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국세청은 집행기관"이라며 "현행 세법에 규정된 것을 납세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발간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김 의원은 "강 장관은 종부세가 '부자에게 대못을 박는 세금이고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발언을 했는데, 불과 2년 전에 국세청에서 이런 책을 발간한 것"이라며 거듭 정부측의 종부세 개편 논리를 타박했다.

 

한편 이한구 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여론조사 결과 종부세 인하에 대해 8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며 종부세 개편안의 원점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배국환 차관은 "(여론을) 조사하는 방식이나 질문지 선택에 따라서 (답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배 차관은 "신뢰하지 않는다기 보다, 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일반 국민들 중 종부세 대상이 아닌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번복했다.

2008.09.25 17:48 ⓒ 2008 OhmyNews
#종부세 무력화 #이한구 위원장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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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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