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 '최진실법' 아닌 '이명박법'이다

'최진실 악플' 이용해 '이명박 악플' 막는다?

등록 2008.10.06 08:41수정 2008.10.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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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갈현동 영생원에서 탤런트 故최진실의 운구행렬이 영정을 든 동생 최진영을 따라 화장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고 최진실의 자살로 인해 악플은 다시 사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악플은 이미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고 최진실의 경우처럼 악플이나 루머가 직접적으로 유명인의 자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악플이 없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체로, 정치인이란 존재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상황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판단도 필요하다. 그 판단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상황을 이용하려고 할 경우엔, 보통 사람조차도 눈치코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그런 이야기를 능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시민과 누리꾼들이 고 최진실에 대한 추모의 분위기에 젖어 큰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에, 느닷없이 '최진실법'을 거론해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이는 전여옥 의원의 전형적인 행동 양식이다. 상황을 잘 활용해 목소리를 내세우는 감각이 탁월하기로 뛰어난 전여옥 의원 아닌가.

한나라당, 정치적 이득 위해 고인 이용하나

하지만, 문제는 전여옥 의원의 경우 늘 눈치에 대한 지적이 따라다닌다는 것.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 최진실씨가 루머와 악플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사실이며 시민들 역시 자발적으로 '악플'에 대한 공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최진실 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사이버모욕죄와 같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이득이 달린 법의 여론 몰이를 꾀한다면, 고인의 죽음을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전여옥 의원만의 인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돌아보자. 고인의 자살을 인터넷 모욕죄와 연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익명성에 숨은 사이버 폭력과 인터넷 악플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며 비겁한 짓이다. 인터넷 공간이 마치 화장실 담벼락처럼 그렇게 추악한 공간으로 나타나는 것은 옳지 않다." -홍준표 원내대표

"탤런트 최진실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규제나 처벌이 유명무실한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윤상현 대변인

'이명박 악플'과 '최진실 악플'의 차이점

대한민국에서 악플로부터 가장 많이 노출되는 이를 찾아본다면,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악플에서 벗어날 수 없었듯이 대통령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저마다 다른 국민이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의 견해와 다를 경우 비난이나 욕을 앞세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노출된 악플은 경우가 다르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악플도 악플 나름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악플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고 최진실의 경우와 같이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소문이나 루머를 근거로 비난을 앞세우는 것도 악플이지만, 사실로 밝혀진 특정인의 잘못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사례도 언제서부턴가 악플의 범주 안에 들어가고 있다.

사실, 후자는 악플이 아니다. 잘못했으면 매를 맞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언론지상을 통해 온갖 위법·탈법 사례와 특히 약자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투의 실언이 드러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사례에 대해 문제점이나 의견을 제기하는 것은 악플이 아니라 비판이다. 표현의 거침 정도는 논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에 대한 비판 자체를 악플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이버모욕죄나 '인터넷실명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권력가의 잘못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것에 있어 엄청난 재갈로 작용할 것이다. 악플로 덧씌워 '법과 원칙' 운운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위를 앞세워 방송을 장악하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자신들이 못마땅해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수천만이 두 눈 뻔히 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태연장악하게 개편 및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에리카김의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의 모 당직자가 "MBC를 민영화해버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남긴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이런 성향을 가진 정권의 손에 사이버 모욕죄나 인터넷실명제와 같이 인터넷 통제 의혹이 물씬 풍겨져나오는 법안을 쥐어질 경우, 인터넷 공간은 꽤나 매서운 추위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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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한다면 자유토론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을까? 사진은 네티즌 '권태로운 창'님의 구속 관련,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올려진 누리꾼들의 의견(자료사진). ⓒ 정미소


'최진실법'이 아니라 '이명박법'이다

고 최진실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굳이 사이버모욕죄가 아니더라도 근거없는 루머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기관 고발에 따라 명예훼손 조항에 의해 루머 유포자 및 악플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시도할 수 있다. 형법 307조 명예훼손 조항을 살펴보자.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307조는 공간에 대한 특이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도 형법 307조에 의거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만든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실명제와 연계된 사이버모욕죄를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발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고인에 대한 예우가 깍듯한 한국인의 특성상, 고인의 죽음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발상 자체 역시 도의적으로 도저히 해서는 안될 짓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진실 악플'과 '이명박 악플'은 경우가 다르다.

사이버모욕죄를 '최진실법'으로 명명하려는 전여옥 의원의 발상은 틀렸다. 사이버모욕죄는 '이명박법'이다. 법은 대통령 개인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대통령과 그 여당의 특정한 이득을 위해 악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나라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억압하려는 발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인의 안타까운 자살의 악용까지 불사하는 공안정국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진실법 #최진실 사망 #공안정국 #신 공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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