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법'이란 법 명칭 불가한 세가지 이유

악플의 위해성환기보다 자살 환기 폐단이 더욱 커

등록 2008.10.06 17:43수정 2008.10.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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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최진실씨 사건의 원인을 인터넷 악플로 보고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진실법’이라는 명칭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야당은 인터넷 악플에 대해 기존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최진실법’은 정부와 여당이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정당한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만드는 반촛불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야의 이러한 정치적 공방을 떠나서 이 법은 법의 명칭부터 중대한 문제점을 갖는다. ‘최진실법'이란 법명을 쓰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의 명칭은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정해야 한다. 그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이른바 ‘국민배우’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현재 많은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전후 사정을 깊은 관심을 가지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세대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법 제정 취지와 최진실씨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어를 두르려야 하는 세대에게 이런 식의 법 명칭 사용은 뜻을 전달하는 힘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된다.

 

둘째, 고인이 된 최씨의 유족은 물론 지인들이 모두 최씨의 이름을 법의 명칭에 사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 제정을 논의할 무렵에도 ‘혜진 예슬법’이란 법 명칭을 사용하는 가운데, 피해유족의 반대로 법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가칭’이란 수식어를 앞세우며 ‘혜진 예슬법’이란 표현을 수시로 사용하여 그 유족과 지인들에게 집요하게 심적 고통을 주었다.

 

최씨의 유족과 지인들 또한 최씨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고인의 이름이 법명으로 사용되는 것에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사이버 모독죄’를 신설하겠다면서 모독으로 죽은 최진실씨를 또 한 번 모독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일산 어린이 폭행 및 납치 미수 사건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은 바 있었다. 미국의 ‘제시카법’의 외연만 흉내 내기 하는 가운데 법의 집행과 실천의지가 부족하면 좋은 법도 제 뜻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형식적이고 정치적인 공방을 접고 국민 개개인의 바람을 읽기 바란다.

 

셋째, 악플의 위해성 환기뿐만 아니라 최씨의 자살마저 환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악플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며 극단적 사례로 확대 쟁점화시키는 것은 매우 선정적인 정치 언술이 될 수 있다. 죽음은 그 자체가 선정적이다. 자살은 더더욱 그렇다. 자살한 사람이 우리와 친근한 누군가라면 죽음의 환기가 갖는 선정성은 강력한 정신적 외상을 환기하여 더욱 덧나게 만든다.

 

최진실은 스크린과 텔레비전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고 동경했으며, 때로는 자기 동일시하였다. 그러는 동안 최진실은 우리의 연인이자 친구이자 가족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악플이 최씨의 우울증을 더욱 강화시킨 중대한 요인일 수 있으므로 악플이 그의 사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 가운데 하나인 악플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가를 알리기 위해 일평생 최씨의 죽음을, 자살을 환기해야 하는 가족과 지인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최진실을 연인으로 친구로 가족으로 자신으로 여겼던 무수한 팬들도 최씨의 자살을 환기하는 슬픔을 겪어야 한다. 또한 그의 길을 따를 사람도 없지 않다는 사회적 파장도 헤아려야만 한다.  

2008.10.06 17:43 ⓒ 2008 OhmyNews
#최진실 #최진실법 #악플 #자살 #사이버 모독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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