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우리 농민들이 일한 만큼 벌이 할 수 있까

[동영상] 벼베기, 넉넉한 가을이지만 마음 한 편으론 가슴 아픈 하루

등록 2008.10.06 18:30수정 2008.10.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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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익은 벼를 보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 김동수

누렇게 익은 벼를 보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 김동수

지난 5월 29일 모내기를 했는데 오늘(6일) 벼 베기를 했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을 꿋꿋이 이겨낸 벼를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특히 우리 동네는 여름 가뭄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지만 타작을 끝내고 수확량을 확인하니 작년보다 풍년입니다.

 

요즘은 콤바인으로 벼를 베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형님과 동생, 나까지 3명이 세 시간 동안 벼를 약 2400㎡ 베었습니다. 옛날 낫으로 벨 때를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우리 집 콤바인이 옛날 것인데도 말입니다. 요즘 콤바인은 정말 한 사람이 벨 수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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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바인으로 벼 베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콤바인으로 벼 베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콤바인이 구식이라 소리가 요란합니다.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쏟아내는 나락은 가을걷이가 정말 풍성함을 깨닫습니다. 내년에는 저 요란한 콤바인을 교체해야 할 것같지만 가격이 수천만원을 하니 감당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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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바인 벼 베기 콤바인으로 벼베기를 ⓒ 김동수

▲ 콤바인 벼 베기 콤바인으로 벼베기를 ⓒ 김동수

 

콤바인으로 벼베기를 해도 구석진 곳은 낫으로 벼 베기를 해주어야 합니다. 콤바인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말입니다.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 손은 어디든 필요합니다. 낫으로 벼 베기를 하면서 옛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옛날에는 낫으로 베고, 논바닥에서 3-4일 말렸습니다.

 

논 바닥에서 3-4일 말린 후 낟가리를 했습니다. 낟가리를 하고 나서 타작했습니다. 벼를 베고 타작까지 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요즘은 하루에 모든 것을 따 끝내니 얼마나 일손을 들었는지 모릅니다. 옛날 방식으로 타작을 하면 요즘 농촌 인력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지요. 하지만 옛날이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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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바인이 다닐 수 있도록 낫으로 구석 진 곳에는 베어야 합니다. ⓒ 김동수

콤바인이 다닐 수 있도록 낫으로 구석 진 곳에는 베어야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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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으로 벼 베기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입니다. ⓒ 김동수

▲ 낫으로 벼 베기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입니다. ⓒ 김동수

 

 

올해는 작년보다 넉넉해졌습니다. 여름 가뭄이 심했지만 작년보다 수확량이 15% 정도 늘었습니다. 가뭄이 없었다면 20%는 넘었을 것이라고 동생이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넉넉한 수확량이지만 쌀값은 작년과 같거나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타작을 다 하고 한 해 먹을 벼를 말렸습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말리면 한 해 쌀 걱정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햇볕에 말리는 것이라 건조 기계로 말리는 것보다 밥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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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벤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먹을 양식입니다. ⓒ 김동수

오늘 벤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먹을 양식입니다. ⓒ 김동수

 

햇볕에 말리는 벼를 보면서 마음이 넉넉합니다. 다른 것은 없어도 먹을 양식은 있으니까요? 오늘은 누구 하나 부럽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과 타는 목마름을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란 벼가 대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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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말리기 햇볕에 말리기 위하여 벼를 늘고 있습니다. ⓒ 김동수

▲ 벼 말리기 햇볕에 말리기 위하여 벼를 늘고 있습니다. ⓒ 김동수

볍씨 담그기, 못자리, 모내기를 하면서 힘들어 했던 동생이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 풍성한 가을 걷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도 감사를 드렸습니다. 한 해 농사를 다 짓고 나니 몸은 편하지만 벼 값이 넉넉하지 않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오늘 수확한 벼를 양식을 남겨두고 농협에 물벼로 내는 겨우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2400㎡면 작은 농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를 빼면 농민들이 손에 질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동생과 우리 가족은 다른 사람을 손을 빌리지 않기 때문에 200만원 벌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나이든 분들이 비료값, 농약값에, 모내기 값, 벼 베기 값을 빼면 손에 질 수 있는 돈은 100만원 안팎입니다.

 

언제쯤 우리 농민들이 일한 만큼 벌이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넉넉한 가을이었지만 한 편으로 마음이 아픈 하루였습니다.

2008.10.06 18:30 ⓒ 2008 OhmyNews
#벼 베기 #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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