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처리도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골병

등록 2008.10.14 09:38수정 2008.10.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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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밤9시 출근하니 2주전 갑자기 보이지 않다가 오늘 보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요?"

30대 중반인 그는 보기에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니 저녁에 퇴근하고 잠을 청한 후 아침에 일어나 다시 출근하려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와서 출근 대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주 동안 꼼짝없이 입원 치료를 받았답니다. 병원 진단 결과 디스크 초기증세라 하였답니다.

"병원비 많이 들었겠네요?"


그는 병원비 3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업체 소장에게 공상 처리라도 해달라고 전화 했으나 회사 출근후 보자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그도 비정규직인 이상 산재는 근처도 못가고 공상처리도 미적거리다 말것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대기업 사내하청에서 일해온 이래 저도 두번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사경을 헤맨적이 있었지만 모두 내 돈 내고 병원 치료 받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순 노동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같은 근육만 쓰게 됩니다. 그러다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작업 방식을 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리가 가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말합니다. 흔히들 골병이라고도 하지요.

골병은 같은 동작, 같은 힘, 같은 범위속에서만 지속적으로 움직일때 발생합니다. 주로 목, 어깨, 팔목, 등, 옆구리, 허리, 무릎, 발목 등에서 나타나지요. 다친 것도 아니고 병원에 가서 진단 받아봐야 확연히 드러나지도 않아 산재처리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저도 6년 전에 한 번, 2년 전에 또 한 번 허리가 아파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자는 산재는커녕 공상처리조차 꺼려 했습니다. 6년 전에는 하청업체 들어온지 2년쯤 되어서 쫓겨 날까봐 그냥 업자가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4일 정도 집에서 쉬면서 치료 받다가 5일경부터는 억지로 작업하면서 퇴근후 병원 치료를 다녔고 모두 내 돈을 냈습니다.

2년 전에는 용기를 내어 우리 동네 산재추방운동연합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거기 가서 지원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다 산재요양신청서를 제출해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후 산재 불승인이 났습니다. 이유가 허리가 골병 때문에 아픈게 아니라 퇴행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억울해서 다시 근로복지공단 본청에다 재신청을 해보았습니다. 두차례 다 불승인 되었습니다. 이제 민사소송 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데 저는 거기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산재신청서를 내겠다고 했을 때 하청업자는 공상처리라도 해라 했습니다. 하지만 산재 불승인이 떨어지자 나몰라라 하더군요. 그래서 내 돈으로 병원비 충당하면서 치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단순작업 반복하다 생긴 고질병인데도 산재도 공상도 되지 않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정규직은 골병에 대해서도 산재처리가 되는 데도 말입니다.
#골병 #산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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