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게 경기활성화 대책이니?

등록 2008.10.31 20:21수정 2008.10.31 20:21
0
원고료로 응원

정부는 경기 활성화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정부 대책에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와 같은 대책은 주택공급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 건설 물량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정부 대책대로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폐지되면, 다주택자도 집을 팔 경우 1가구 1주택 보유자처럼 일반 세율, 즉 양도차익의 6-33%가 적용된다(현행 두 채는 양도차익의 50%, 세 채 이상은 60%). 재건축 규제완화가 시행되면 소형주택의무비율은 현행 60%에서 40%로 줄어들며, 임대주택의무비율이 지역별 차등화 되는 등 그 비율이 줄어들 것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주택업체는 분양가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순차적이던 일괄적이던, 곧 발표되고 있으며 곧 시행될 것 같다. 정부의 대책에는 수많은 허점이 있으며, 이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중요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바로 정책의 일관성 문제,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현재의 작은 이익을 위해 미래와 큰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먼저 일관성의 문제이다.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국민 정서 깊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의 정책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며, 정부의 정책이 곧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않게 된다. 즉 정부가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도, 국민은 "언젠가는 바뀌겠지 혹은 일시적으로 바뀔 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정부와 국민은 유리되고, 그 결과 국가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과 위기 극복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된다.

 

다음으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미래와 큰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 자금의 여유가 있는 계층이 투자 내지 투기목적으로 주택매입에 나설 것이며, 주택업체들은 미분양 물량을 털고 다시 수요중심의 주택건설 사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거주의 목적인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서민의 내 집 마련기회를 더욱더 축소시키고, 주택업체에게만 이익을 편중시키는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분명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주택투기를 억제하여,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시켜 주고 있다. 재건축 규제 강화는 주택 건축 시 서민용 주택을 일정비율로 비정하게 함으로서,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주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업자들의 분양가 책정을 제한함으로서 집값안정에 기여하였다. 물론 이 제도가 완벽하게 주택의 목적을 주거로 정착시키는데 완벽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데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경제위기가 해소되면,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정부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일관성 없고, 눈앞의 작을 이익을 위해 미래의 큰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정부의 대책은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며, 서민을 외면한 친 기업적 행태로 인해 정부 자체의 정체성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기업의 협조와 같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07년 말 10대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60조원을 넘어섰으며, 올해도 계속 증가하여 올 상반기까지만 38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니...

2008.10.31 20:21 ⓒ 2008 OhmyNews
#경기활성화 #경기활성화대책 #중과세폐지 #재건축규제완화 #분양가상한제폐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2. 2 "어버이날 오지 말라고 해야..." 삼중고 시달리는 농민
  3. 3 구순 넘긴 시아버지와 외식... 이게 신기한 일인가요?
  4. 4 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
  5. 5 숲에서 7년을 살아낸 4세와 6세 프랑스 형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