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공화당 지지층 "패배는 언론 탓"

등록 2008.11.05 19:50수정 2008.11.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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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와실라 AP.AFP=연합뉴스) 4일 미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완패를 당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지지자들은 패배의 아픔과 분노, 그리고 '첫 흑인 대통령'이 이끌 미국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충격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막판 대역전 드라마의 희망을 품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빌트모어 호텔에 마련된 대선승리 축하파티장에 몰려들었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불사조'의 패배가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비탄에 잠긴 채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매케인이 대형 성조기가 내걸린 연단에 올라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순간 이들이 모여든 야외 잔디밭에서는 일제히 오바마를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한 지지자는 "X소리"라며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낙담한 2명의 여성 지지자는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피닉스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는 린지 다이아몬드(28)는 "우리는 오바마 집권 4년 후면 다시는 흑인 대통령을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새라 덩컨(30)이란 여성 지지자는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 벌써 그를 암살해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고 "오바마는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고 할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대선 내내 오바마에게는 관대하면서 매케인에 대해선 비판적 자세를 견지한 언론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오바마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극도의 편견을 갖고 이를 전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매케인의 완패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여기에다 "오바마를 강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후보이기엔 너무 늙었다"며 매케인에게 책임을 묻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시장을 지낸 와실라에서도 수백명이 지지자들이 모여 축하파티를 준비했지만 매케인이 패배를 시인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 TV에 뜨자 한동안 어두운 정적만 감돌았다.

 

사진사인 필 스트래카는 "미국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한 달만 더 있었더라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 와중에서도 페일린의 정치적 미래에 희망을 거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았다. 앵커리지에 사는 베릴 크링은 "새라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12년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축하파티장에서는 '페일린 2012'라고 쓰인 티셔츠를 파는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jahn@yna.co.kr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2008.11.05 19:50 ⓒ 2008 OhmyNews
#오바마 #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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