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동화]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장수말벌은 할 수 있었다

등록 2008.11.25 19:40수정 2008.11.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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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이리와 봐."

 

사마귀가 풀잎에 앉아 어디론가 열심히 뛰어가는 메뚜기를 불러 세웁니다.

 

"악. 사마귀다."

 

메뚜기가 기겁을 하고 도망칩니다.

 

"히히히. 불쌍한 것들. 내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군."

 

사마귀가 한 손으로는 툭 튀어나온 배를 잡고 한 손으로는 이쑤시개로 게걸스럽게 이빨을 후비고 있습니다.

 

"아! 달팽이 녀석 힘없으면 잘 숨어야지. 무슨 배짱으로 내 눈에 띄어 가지고. 살은 아주 토실토실 잘 쪘어. 이제 배도 부르고. 낮잠이나 좀 잘까?"

 

사마귀가 잎사귀 위에 벌러덩 눕습니다. 맑은 하늘이 큰 나뭇가지 사이로 보입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지천에 먹이가 깔려있고. 난 때가 되면 먹으면 되고. 아- 졸립다. 그럼 한 숨 자고 간식 먹어야지."

 

사마귀가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얼마나 잤을까? 사마귀는 귓가를 사정없이 울리는 매미소리에 잠을 깹니다.

 

"뭐야? 한낮 매미가 감히 내 단잠을 깨워. 명을 재촉하는구먼. 개미처럼 조용히 다니면 얼마나 좋아."

 

사마귀가 매미가 울고 있는 나무위로 훌쩍 날아오릅니다. 매미는 사마귀가 오는지도 모른 채 목청껏 울고 있습니다. 사마귀가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매미에게 다가갑니다. 매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벌써 사마귀의 앞발이 매미의 몸통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흐흐흐! 도대체 너 때문에 낮잠을 잘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냥 조용히 지내지 왜 시끄럽게 징징거려서 너 목숨을 앞 당기냐?"

 

매미가 체념한 듯한 가냘픈 목소리로 말합니다.

 

"날 꼭 먹어야겠어?"

"그럼. 넌 내 낮잠을 깨운 아주 나쁜 곤충이야. 당연한 거 아니니?"

"난 오늘을 위해 땅속에서 10년을 버텼어. 내가 이렇게 울 수 있는 것도 그 긴 시간에 비해 며칠 밖에 안돼. 며칠만 참아주면 안되겠니?"

"너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니까 날 내버려둬라. 이거네. 난 그렇게 못하지. 나이 많은 게 자랑도 아니고. 중요한 건 너가 나보다 힘이 약하다는 거야. 또 내 낮잠까지 깨웠잖아"

 

매미는 사마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러나 사마귀의 날카로운 발톱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매미는 일부 껍데기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사마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낮잠을 자던 잎새로 돌아와 못다 한 잠을 청합니다.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자 숲속의 곤충들은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귀뚜라미가 급히 숲속의 곤충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봤어? 매미 있던 곳에 가 봤더니 매미가 글쎄…."

 

매미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메뚜기가 다그칩니다.

 

"어떻게 됐는데?"

 

"글쎄. 죽었나 봐. 날개만 몇 점 남아있더라고. 분명 사마귀가 한 짓이 틀림없어. 언제가 우리도 사마귀한테 죽을 거야."

 

귀뚜라미가 공포에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어떡하지? 무슨 조치를 취해야지. 여치야.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여치가 사마귀라는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불안해합니다. 보다 못한 방아깨비가 중대한 결심을 한 듯 껑충 뛰더니 귀뚜라미 앞에 섭니다.

 

"음. 어떻게든 사마귀를 여기서 쫒아내야 해. 그 방법밖에 없어."

"어떻게?"

 

메뚜기가 방아깨비 옆에 바짝 다가섭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결사적으로 싸우는 거야"

"뭐 말도 안돼. 우리가 어떻게 사마귀를 이겨. 그건 무모해."

 

장수말벌이 실망한 듯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그때 사마귀가 곤충들의 수근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더니 천천히 소리나는 쪽으로 다가갑니다.

 

"우린 스피드가 있잖아. 나를 비롯해, 잠자리, 메뚜기, 여치, 파리 모두 스피드가 있어. 함께

해 보자구."

 

방아깨비가 곤충들을 다독거립니다.

 

"저것들이 감히 나한테 ! 가만두지 않을테다."

 

사마귀가 방아깨비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리며 불쾌해 합니다.

 

"안돼. 우린 안돼. 사마귀한테 안 된다구. 각자 조심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파리가 한 숨을 내 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렇지. 역시 파리가 현명하군. 나한테 대들어봤자 너흰 안 돼."

 

다른 곤충들도 별 Qy족한 수가 없는 듯 흩어지려 합니다.

 

"잠깐만!"

 

어깨를 축 내린 채 힘없이 흩어지는 곤충들을 불러 세운 건 개미였습니다. 곤충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개미를 물끄러미 봅니다.

 

"방아깨비 말이 맞아. 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고. 물론 누군가 선봉에 서야하고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희생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 힘을 합친다면 사마귀를 물리칠 수 있어."

 

곤충들 가운데 가장 작은 개미가 분기어린 목소리로 외칩니다. 사마귀의 양 미간이 찡그러집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그때 잠자리가 말벌을 보며 한마디 합니다.

 

"말벌! 너는 우리 중에서 가장 힘이 센데. 왜 항상 사마귀를 피하고 다녀? 이럴 때 우릴 위해 너의 능력을 보여주면 좋을텐데..."

 

"나 말이야? 안돼. 사마귀는 인상도 표독스럽고 힘도 세고. 너희들도 봤잖아. 난 절대 사마귀를 이길 수 없어. 그러다 죽을 수도 있고. 파리가 한 말처럼 각자 알아서 살자. 그게 좋겠어."

 

말벌이 꽁무니를 뺍니다.

 

"그래. 말벌한테만 책임을 지우는 걸 옳지 않아. 개미 말처럼 함께 힘을 합치면 몰아낼 수 있어. 한번 해 보자!"

 

방아깨비가 다시 한 번 곤충들의 동참을 촉구하지만, 곤충들은 개미를 제외하고는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그때 숲속에 있던 사마귀가 곤충들 한 가운데 나타났습니다. 갑작스런 사마귀의 등장에 곤충들이 크게 당황합니다.

 

"너희들이 날 몰아내기 위해 작당을 하고 있어. 내 오늘 너희들을 모두 없애주마."

 

사마귀가 표독스럽게 입을 벌리며 곤충들에게 다가갑니다. 곤충들은 사마귀의 위세에 몸을 옴짝달싹 하지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떱니다.

 

사마귀가 먼저 방아깨비의 목을 날렵하게 비틀자 방아깨비가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른 채 쓰러집니다. 푸른 피를 입에 문 사마귀가 이제 개미에게 다가가자 개미가 결사항전을 하겠다는 듯 물러서지 않습니다.

 

"내가 선봉에 설 테니 함께 싸우자."

 

개미가 큰소리를 지르며 사마귀 앞으로 달려갔지만 사마귀의 앞발에 말벌 앞으로 내동댕이쳐집니다. 개미가 고통스런 몸짓으로 일어서려고 합니다. 그러나 심한 부상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말벌은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상황에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사마귀가 쓰러진 개미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말벌은 자기도 모르게 개미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뭐야? 기다려. 너도 곧 없애 줄 테니까. 비켜!"

 

사마귀가 앞발을 든 채 말벌을 위협 합니다. 말벌은 사마귀가 두려웠지만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었습니다. 사마귀가 말벌을 향해 날카로운 앞발을 뻗었습니다. 말벌은 사마귀의 앞발을 피해 사마귀의 얼굴을 발로 찬 뒤 등 뒤로 피했습니다. 자신의 날렵한 행동에 말벌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오호. 제법이구나. 그러나 넌 날 이길 수 없어. 그건 너도 알잖아. 내 손아귀에 걸리면 넌 죽어. 어서 비켜."

 

사마귀가 말벌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말벌은 두려웠지만 어쩌면 사마귀를 이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마귀가 다시 한 번 앞발을 날리며 비호처럼 달려들자 말벌이 날렵하게 사마귀의 목을 물고 늘어지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사마귀가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며 광기어린 눈빛으로 곤충들을 쏘아 봅니다. 그러나 사마귀와 힘겹게 싸우는 말벌을 보고 이번엔 메뚜기가 달려듭니다. 이어 귀뚜라미와 여치, 잠자리도 결심한 듯 사마귀에게 결사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얼마 후 목이 물린 사마귀가 바닥에 쓰러집니다. 곤충들이 제각각 상처를 입은 채 숨을 헐떡입니다.

 

적막감과 공허함이 숲속을 감쌀 무렵 숨어있던 파리가 머리를 빼꼼히 내 냅니다. 곤충들의 시선이 일제히 파리에게 향합니다. 파리가 쏜살같이 나와 쓰러진 사마귀의 배를 발로 찹니다. 하릴없는 바람이 곤충들의 상처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파리가 상처 입은 곤충들 주위를 뱅뱅 돕니다.

덧붙이는 글 | 종종 외모와 소문만 듣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폄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보기도 하고요.

2008.11.25 19: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종종 외모와 소문만 듣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폄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보기도 하고요.
#어른동화 #말벌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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