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겨울 바다가 좋다

[포토 에세이] 내 머리속 지우개 - 하얀 겨울 바닷가

등록 2008.12.09 10:18수정 2008.12.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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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눈 이불로 덮힌 넓디 넓은 바닷가 상봉 해변 ⓒ 김종성


'겨울 바다'하면 차디 차지만 속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동해 바다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는 밀물과 썰물의 두 얼굴을 가진 서해 바다가 좋더라고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엔 황량하고 칼바람 부는 매서운 겨울바다도 새하얀 이불로 덮여 따뜻해 보이기도 합니다. 상봉해변, 밧개해변, 두에기해변, 꽃지해변 등으로 이어지는 서해 바닷가의 이름들도 참 정겹고 포근하고요.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마음이 답답한데다 서해 바다에 첫 눈이, 그것도 펑펑 내렸다는 기상뉴스를 보고 제 머리 속 근심들도 하얀 눈으로 덮고 싶어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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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海松)이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눈으로 분을 바르고 바닷가에 모여 서있습니다. ⓒ 김종성


동해 바닷가처럼 넓디 넓은 상봉 해변을 걷다 보면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상봉할 것 같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자신이 발을 옮길 때마다 나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백설기같은 하얀 바닷가를 무작정 거닐고 싶은 곳이지요. 저멀리 바다 끝에서 몰려오는 장쾌하고 청명한 파도소리가 도시의 삶 속에서 쌓인 근심걱정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네요.  

삼봉 해변만큼이나 너른 밧개 해변에 이르니 점점 추위는 가시고 바다 바람도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네요. 동해 바다의 남성답고 호쾌한 파도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따스한 품에 안긴 듯 부드러운 파도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 파도들의 모습이 제겐 참 따뜻하게 느껴져 마치 바다 위에 깔아놓은 이불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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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내린 눈에 바다의 생명들도 눈속에 폭 파묻혔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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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지만 파도가 이불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는게 서해바다입니다. ⓒ 김종성


해변을 따라 바다와 이웃하며 길게 이어지는 해송(海松)들의 숲 길도 참 좋습니다. 눈 쌓인 소나무들 사이로 걸으니 솔향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름도 귀여운 두에기 해변은 겨울에 굴이 많이 나는 곳으로 아담한 바닷가입니다. 평소 인간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무시당하는 불가사리들이나 태극 무늬의 소라들이나 모두 흰 눈 속에 파묻혀 동면중입니다.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저멀리 물러나면서 드러나는 은빛 모래들만큼이나, 일몰 때의 아름답고 온화하고 그림같은 밤 바다도 참 좋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꽃지해변은 이름도 참 예쁘고 저녁 나절의 노을 또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자연이 만든 작품인지 우연인지 해가 저무는 곳에 할배바위, 할미바위라고 불리는 독특한 바위가 있습니다.


일몰즈음에 꽃지 해변 끝까지 난 산책로를 따라 주변을 빨갛게 물들이는 태양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즐겁습니다. 겨울에 동네 주민들이 와서 굴이나 홍합을 많이 캐가게 해주는 고마운 해변이기도 합니다. 아름답고 초연한 자연 풍경은 그 자체로도 인간의 팍팍한 삶을 다독여주는 어머니같은 존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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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눈쌓인 해송 숲 길 사이로 걸어 보세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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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도 어부님들은 오늘도 배를 타고 떠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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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높은 파도들속에서 꽃지 해변의 할미바위가 우뚝 서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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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다의 아름다운 노을이 근심 가득한 제 마음을 다독여 주니 고맙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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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해변은 이름도 예쁘지만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안면도 바닷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로 진입해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됩니다. 안면도내 안면읍에 시외버스터미널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면도 바닷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로 진입해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됩니다. 안면도내 안면읍에 시외버스터미널도 있습니다.
#서해바다 #안면도 #상봉해변 #밧개해변 #두에기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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