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데모" 폄하 교과부, <기적의 역사> 폐기 당연

재발을 막기 위해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책 강구해야

등록 2008.12.10 11:37수정 2008.12.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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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4·19 혁명'을 '4·19 데모'로 폄하해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기적의 역사> DVD를 전량 폐기한다고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한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더불어 더 이상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바로 뉴라이트식의 '역사 재평가'이다. 이번 기회에 교과부는 '역사 재평가'에 대한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역사는 한 세대의 것도 아니고 한 정당의 것도 아니다. 게다가 역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재평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의 평가나 기술(記述)은 역사학자나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 평가를 받아야할 대상이 역사를 평가하는 모순을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학기술부가 만든 <기적의 역사> 영상기록물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교과부의 사고전환이 없는 한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교과부의 역사에 대한 자세나 인식은 국민과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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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한겨레 그림판> 역사의 평가와 인식은 역사가와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한다. 정치와 정략에 따라 역사를 재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 장봉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근현대사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에 대한 교과부의 태도와 대응방식은 일선학교에서 실제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특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에 대한 일선 교육청의 압력과 협박에 시달린 학교장들이 역사교사에게 교과서교체를 하소연할 정도라고 한다.

역사교사 입장에서는 교육자의 자존심과 역사적 양심에 따라 교과부나 교육청의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에 따를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선 학교 교장과의 대립과 갈등은 학교 구성원들간의 친목과 인간관계마저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를 야기한 것은 바로 교과부다. 교과부가 검인정한 교과서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내용을 수정하려는 교과부의 터무니없는 역사인식 때문이다. 아니 너무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일부 교육 관료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와 권력에 아부하는 지극히 비교육적인 인사들말이다. 솔직히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결코 이런 허무맹랑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왜 교과부가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뉴라이트 보수연합이나 보수적인 한나라당에서는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어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은 이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교과서를 수정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수정해야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민족관과 역사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5년마다 역사교과서가 수정된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단순하고 상식적인 문제마저도 고려하지 않는 교과부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권을 차지한 정당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는 정치나 정략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만약에 교과서마저 정치와 정략의 대상이 된다면 대통령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집권해서 사용할 교과서를 선거에서 심판받아야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더 이상 국민의 화합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이와 같은 비상식적이고 비양심적인 정치공략에 교과부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던가. 단지 5년간의 짧은 정권기간을 위해 교과서를 바꾸는 그런 어린아이만도 못한 유아기적인 사고나 행동은 이제라도 그만두어야 한다.

이참에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올바른 교육은 경제적인 측면의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은 한 인간의 인간성과 가치관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다. 정치와 정략의 대상이 아니고 경제적 목적을 위해 희생될 대상도 결코 아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얼마나 흡수했는지가 학력의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진짜 학력'은 감성과 사회적 소통능력이 뒷받침될 때 나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안학교인 '기노쿠니' 어린이 학교의  호리 신이치로 교장이 한 말이다. 진짜 맞는 말이다. 감성과 사회적 소통능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야 한다. 감성과 사회적 소통능력은 학생들간의 경쟁과 입시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학생들간의 협력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입시교육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교육목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교육정책의 한가운데에는 경쟁과 대립이 있다. 이런 교육정책은 교육을 망칠뿐만 아니라 학생을 불행하게 만들고, 학부모를 힘들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왜곡시키고, 사회를 재미없게 만들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불행해지는 교육정책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한시라도 빨리 수정되어야 할 정책일 뿐이다. 경쟁과 입시교육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은 올바른 정책이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나 교육은 학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니 인간이라는 측면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일부 개인의 사적인 이익이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공적인 교육을 사용하면 극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행복하고 비전을 제시해주는 교육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 ‘4·19 데모’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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