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광정, 생존율 15% 폐암에 지다

[뉴스 속 건강 71] 담배연기 있는 곳은 피하는게 상책

등록 2008.12.17 12:42수정 2008.12.1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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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한 열정이 유난히 남달랐던 배우 박광정. 안타깝게도 향년 47세의 아까운 나이에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 박광정 미니홈페이지


"고맙습니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단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 준다면……."


47세의 나이. 그리고 폐암 투병. 지난 15일 생을 마감한 '명품 조연 배우' 박광정이 싸이월드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마지막 인사말입니다.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남을 빛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그는 연극뿐만 아니고 영화와 드라마 등 각 장르를 넘나들며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여준 '명품 배우'였습니다.

지난 3월 폐암으로 진단받고 투병생활을 한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로 간간이 그의 소식을 볼 수 있었지만, 활발한 활동으로 성공적인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2008년이 다 지나가지 않았건만, 그를 무대에서 더 이상 볼 수는 없습니다.

폐암, 암 사망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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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조연배우 박광정을 쓰러트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의학이 정복하기 힘든 병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암들이 존재합니다. 위암, 간암 등 흔히 들을 수 있는 암부터 혀에 생기는 설암과 같이 만나기 힘든 암까지 우리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진단이 쉬워 5년 생존율이 98%인 갑상샘암과 같이 비교적 5년 생존율이 높은 암에서부터 생존률이 7.6%밖에 되지 않는 췌장암까지 다양합니다.

애석하게도 명품 조연배우 박광정을 쓰러트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의학이 정복하기 힘든 병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기발견이 힘든 것이 폐암의 사망률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생존율이 낮은 원인은 대부분 조기발견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두연 연세대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암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이 가능한 시기에 암을 조기 발견하여 수술 절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이 15%밖에 되지 않는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는 대한폐암학회는 지난달 25일 폐암의 조기발견과 생존율 향상을 위해 정부의 조기암 검진사업을 폐암까지 확대 지원해 줄 것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폐암은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의 2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김동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폐암팀 교수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경우에는 1기부터 3기 초기의 병기까지, 그리고 소세포 폐암의 경우에는 1기 병기의 일부만이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척도라는 것입니다.

줄담배 태우던 명품배우, 담배를 끊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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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폐암 예방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폐암이라고 하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담배입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는 담배와 폐암과의 관계는 알려진 것과 같이 치명적입니다. 안타깝게도 배우 박광정도 생전에 줄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비록 폐암을 진단받은 후 끊기 힘들다던 담배를 단번에 끊었지만 치료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한 보고에 의하면 비흡연군에서 폐암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3.4명인데 비해, 하루 10∼20개비의 담배를 흡연하는 사람들에서는 10만 명당 59명, 그리고 하루 40개비 이상 흡연자들에게서는 10만 명당 무려 217명에서 폐암이 발생하였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수십 년간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단지 암에 걸리는 것은 '운수'일 뿐 담배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체질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피웠지만 장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담배가 폐암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 성숙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고속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합니다.

흡연은 일찍 시작할수록 폐암 발생 위험률이 높고, 금연 효과 역시 일찍 끊을수록 좋습니다. 담배를 지금 끊더라도 5년 이상은 경과를 해야 폐암 발생위험이 감소하며 금연 후 25년 이상 지나야 비흡연자와 동일한 낮은 폐암 발생률을 보이게 됩니다.

한편 간접 흡연자도 30% 이상 폐암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남편을 둔 아내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내보다 폐암 발생률이 약 2.4배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담배 연기가 있는 곳이라면 가급적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성숙환 교수는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도 "비흡연자나 여성이라도 60대 이후가 되면 폐암의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 검진 외에도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담배가 폐암의 모든 원인은 아닙니다. 대기오염이나 운동 부족, 그리고 서구화된 식습관도 폐암을 발생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담배로 인해 또 한 사람의 명배우를 잃었습니다.

추운 겨울,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흡연 #금연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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