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을 타고 흐르는 소리의 '몽타주'

정하응 작가의 <싸운드몽타쥬-음예(陰?)공간풍경> 展 열려

등록 2008.12.30 20:12수정 2008.12.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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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녹록치 않은 삶의 소리들이 채집되어 하나의 몽타주가 되어 ‘음예공간’ 을 만들고 있었다.

 

그곳은 지하철 1호선에서 구걸하는 걸인의 하모니카 연주소리가 전철 잡음사이에 묻혀 나오고, 서울역 노숙자의 거나한 욕지거리가 서울역 역내 방송과 뒤섞여 서울역 공간으로 반사되고 있었고, 퇴근 무렵 중앙선 전철 안 혼잡한 인파 속에서 한 취객의 거침없는 통화소리가 조립된 낡은 스피커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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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예공간풍경- 정하응 작 채집된 소리들이 음예공간 속에서 흐르며 몽타주를 이룬다. ⓒ 정하응

▲ 음예공간풍경- 정하응 작 채집된 소리들이 음예공간 속에서 흐르며 몽타주를 이룬다. ⓒ 정하응

 

 

이곳 음예공간 풍경을 구경하려면 정하응 작가의 <싸운드몽타쥬-음예(陰翳)공간풍경> 展이열리고 있는 종로구 창성동의 쿤스트독갤러리를 방문하면 된다(내년 1월 8일까지 진행).

 

이번 전시회는 조립된 구식 트랜지스터라디오와 오디오를 통해 채집된 소리들이 어두컴컴한(음예) 공간 속에서 조명기구를 통해 새벽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푸른빛과 함께 반사되도록 설치돼, 채집된 소리들과 구식 라디오에서 나오는 날씨, 증권소식 등의 지난 뉴스들이 어우러지면서 묘한 음악적 몽타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시실에서 시선은 오직 푸른 쪽빛에 매료되고 귓가는 오직 혼잡한 언어들의 조합들을 경청해야 했다. 이러한 소리의 조합은 관람객들이 직접 중앙에 설치된 제어기를 통해 여러 가지 소리를 직접 재연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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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예공간풍경2- 정하응 작 구식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통해 건조한 언어들이 뒤섞여 흐른다. ⓒ 정하응

▲ 음예공간풍경2- 정하응 작 구식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통해 건조한 언어들이 뒤섞여 흐른다. ⓒ 정하응

 

이번 정하응 작가의 음예공간풍경 전의 제목은 타니자끼 준이치로의 책 <음예공간 예찬>에서 일부 차용한 것이라 한다.

 

결국 어두컴컴한 공간을 밝히는 것은 푸르른 빛을 타고 흐르는 서민들의 목소리였다. 채집된 서민들의 소리들이 2009년에는 힘든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들려질 활기찬 목소리로 변주되길 소망해 본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쿤스트독갤러리 02-722-8897로 하면 된다.

 

-작가의 변-

 

“태초의 소리는 주변공간을 맴돈다. 처음 우주가 존재하고 시작된 것처럼... 삶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인간 본능의 언어, 억압된 것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의 언어, 날것 그대로의 것들이 불쑥불쑥 튕겨나온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은 얘기하며 때론 취한 목소리로 가슴 밑바닥에서 웅얼거리는 것들을 토해낸다. 노래들은 처절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며 가슴에 무엇을 남겨 놓는다. 오디오에선 수많은 이 시대의 메시지들을 실시간 송출하고 있다. 과잉의 욕구들이다. 음예(陰翳)의 공간, 어두침침한 공간, 푸른색 새벽의 느낌으로 생각했다. 타니자끼 준이치로의 책 <음예공간예찬>에서 제목을 일부 차용했다. 이 책에서 번쩍거리는 것보다 창호지를 투과하는 빛처럼 어슴푸레한 전통적 동양의 은근한 빛을 얘기하고 있다.”

 

2008.12.30 20:12 ⓒ 2008 OhmyNews
#쿤스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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