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달라"
신경민 앵커, KBS 보신각방송 비판

타 방송 비판 이례적... <조선><동아> "촛불시위가 타종 행사 망쳐"

등록 2009.01.02 11:31수정 2009.01.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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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1일 KBS의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생방송을 비판했다.

 

방송사 메인앵커가 타 방송사의 방송 내용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KBS의 '이미지 조작'이 언론계의 뜨거운 현안이 됐음을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신 앵커는 1일 밤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라고 KBS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그래서 언론,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도 현장 분위기를 왜곡한 KBS 생방송을 가리켜 독일 나치를 신격화하는 기록영화 <의지의 승리>를 연출한 감독에 빗대 "KBS가 한국의 레니 리펜슈탈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비판 여론에 봉착한 KBS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KBS는 지난달 31일 생방송 직전에 내보낸 뉴스에서는 "지금 보신각 주변에서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도 동시에 열리고 있다, 경찰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깃발과 춧불을 강제로 빼앗으면서 작은 충돌이 간간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비교적 충실히 전했지만, 막상 생방송이 시작되자 현장 분위기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KBS는 1일 9시뉴스에서도 보신각 시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기자 칼럼을 통해 "촛불시위가 타종 행사를 망쳤다"며 시위대를 비난했다.

 

<조선>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희망을 꿈꾸며 축제를 즐기려던 일반 시민들은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시위대에 묻혀버렸다, 가수의 목소리는 시위대의 구호에 묻혔고 무대는 시위대의 깃발에 가렸다"며 "가족끼리 연인끼리 한 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러 나온 시민들에게 축제를 즐길 자유는 없었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민주주의' 때문이었다"고 비꼬았다.

 

<동아>도 "2008년 여름 내내 서울 청계광장 등 시민의 공간을 빼앗았던 촛불 시위대가 송구영신의 날 시민들의 경건한 타종 행사마저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시위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즐겁게 새해를 맞을 시민의 작은 소망마저 빼앗은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동아>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올해는 15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인파가 많이 적었다"며 "추운 날씨와 시위대 때문에 많은 시민이 그냥 집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행사 참여를 막은 것은 시위대가 아니라 경찰이었다. 이날 저녁 10시 30분부터 시위대가 도로 진출을 시작하자 경찰이 보신각 주변 차도를 차벽으로 막았고, 보신각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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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2 11:31 ⓒ 2009 OhmyNews
#제야의종 #신경민 #MBC #KBS 왜곡방송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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