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글을 '그럴듯하게' 쓰려면?

[서평] 김봉석의 <전방위 글쓰기>

등록 2009.01.04 10:38수정 2009.01.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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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5일 포털사이트 다음은 자사 서비스 ‘블로거뉴스’에 가입한 블로거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많은 누리꾼들이 블로그 이외도 미니홈피와 인터넷카페를 이용하고 적극적인 이들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와 같은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

 

대다수 누리꾼이 인터넷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에 머물렀던 시민들이 인터넷의 등장과 발달에 따라 글을 이용한 콘텐츠 생산자가 된 셈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필명을 날린 비교적 젊은 블로거 중에서는 종이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진출한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소수일 뿐. 여전히 많은 누리꾼들에게 글 쓰는 일은 어렵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타인에게 보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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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글쓰기 ⓒ 김경아

전방위 글쓰기 ⓒ 김경아

작년 11월 출간된 김봉석의 책 <전방위 글쓰기>는 이런 점에서 무척 반갑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블로거들이 관심 있는 문학, 영화, TV, 만화, 음악, 시사비평 등의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점들을 짚었다는 점이다.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해 오며 필력을 자랑해 온 저자의 내공을 독자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책은 평론 쓰는 기능에만 묻히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저자는 글쓰기의 기본을 강조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다른 이와의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며, 나름의 세계관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고된 노동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철학적 사고와 경제에 대한 이해,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글쓰기의 '필수 교양'으로 제시한다. 철학적 사고는 글쓰기의 토대며,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글쓰기의 자양분이다. 여기에 경제를 알아야 리얼한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독서에 대한 강조도 빠지지 않는다.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되고 '아는 만큼 쓸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대중문화평론가의 글쓰기 책인 만큼 비평 쓰기에 책의 절반을 할애했다. 저자는 무엇보다 비평이 어려운 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좁은 문을 통과한 소수 인원에게만 비평이 허락되어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 했을 뿐,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평이 그냥 쓸 수 있는 글도 아니다. 대중의 공인을 받는데 필요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럴듯함'이다. 무엇에 대한 설명과 분석이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 글의 논리에 동의하거나 적어도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치밀한 논리 전개와 그에 합당한 근거를 대는 것이 비평의 조건이다. 저자는 이어서 문학, 영화, TV, 만화, 음악, 시사비평 등의 다양한 비평을 보여주고 특징을 설명해 준다. 각각의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관련 내용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직접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쓰기 강좌를 세 차례 거치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어떻게 스스로 쓰게 만들 것인가'였다고 털어 놓는다. 아무리 강의를 듣고, 책을 읽어도 직접 써보지 않는다면 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짧은 분량이라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꾸준하게 써보는 등 글쓰기를 취미로 만든다면 그다음은 느긋하게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로 책을 마친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그리고 꾸준하게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정도다."

2009.01.04 10:38 ⓒ 2009 OhmyNews

전방위 글쓰기 - 글과 생각이 깊어지는 웹 2.0시대의 글쓰기 매뉴얼

김봉석 지음,
바다출판사, 2008


#전방위 글쓰기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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