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의 자위권 논리는 학살 이데올로기

[주장]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중앙> 칼럼을 반박한다

등록 2009.01.08 14:03수정 2009.01.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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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시티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당한 한 팔레스타인 소녀를 안고 병원으로 후송하고있는 팔레스타인 의료진 ⓒ AP=연합뉴스


한 아이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아이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끝 모를 슬픔에 잠겨있다. 그 눈에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역사와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만약 이 아이가 세상에 대한 증오를 끝내 떨쳐 버리지 못한다면 결국 그는 어린 전사가 되어 세상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침공이 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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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앞 일인시위 사회당은 지난해 12월 27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이후 이스라엘 대사관 앞 일인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 조영권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 시위 때문인지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입을 열었다. 7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로켓 공격의 공포를 상상해 보라"는 글을 남긴 것이다. 이 와중에 이런 글을 실은 <중앙일보>도 참 대단하다.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어떤 국가의 정부도 자국민의 일상이 공격에 노출돼 있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자기방어는 모든 국가의 고유한 권리다. 이는 유엔헌장에도 명시돼 있으며 국제법의 토대다. 침략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의 침공이 자위권이란 뜻이다. 팔레스타인의 로켓포 공격이 먼저 있었으니 이스라엘은 그들의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참 무서운 논리다. 그 속에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슬픔과 증오에 관한 그 어떤 성찰과 자기반성도 없다.

자위권은 침략 이데올로기


유엔헌장 51조는 자위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유엔회원국에 대하여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지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은 외국으로부터의 불법적 침해에 대해서, 자기 나라 또는 자기 나라 국민을 위하여 국제법상 인정되는 국가 간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렇다면 선제적 불법 침해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갈 카스피 대사의 논리대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이 선제적 불법 침해라면, 그전에 벌어진, 이른바 제3차 중동전쟁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침략과 점령, 그리고 계속된 분리장벽과 봉쇄정책은 과연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선제공격과 자위권 행사, 그리고 선제적 자위권까지 전쟁의 정당성에 관한 국제법적인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논란 속에는 언제나 정치적이고 역학적인 논리가 개입되어 왔다. 그 속에서 강대국들은 그들의 선제공격과 침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자위권 논리를 활용해왔다.

미국의 이중적 잣대, 캐롤라인 호 사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난 1837년 벌어진 <캐롤라인 호 사건>이다. 자위권 논란과 관련해 오늘날까지 고전적 기준으로 등장하는 이 국제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어떻게 자위권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활용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캐나다 독립투쟁 세력은 미국과의 경계인 나이아가라 강의 작은 섬인 네이비섬에 몰래 병력을 집결시켜 전투를 준비했다. 그리고 미국 선박인 캐롤라인 호를 이용해 미국의 슈롯서항에서 무기와 탄약을 가져오려 했다.

이를 눈치 챈 영국군이 슈롯서항으로 병력을 투입해 캐롤라인 호를 방화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속으로 침몰시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때 캐롤라인 호에는 미국인이 잠을 자고 있었다. 미국인의 희생은 결국 이 사건을 미국과 영국의 외교 분쟁으로 만들었다.

영국은 적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정당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장관 다니엘 웹스터는 "합법적으로 자위권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가해진 공격이 즉각적·압도적이며, 그러한 공격에 대해 대응되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고, 공격행위와 그에 대응한 자위권 행사 간에 비례성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태는 어떤가. 이스라엘의 침공은 과연 자위권 발동의 고전적인 기준인 웹스터의 근거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는가. 6개월간의 휴전이 이제 막 끝난 지금의 상황이 정말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지상군을 투입할 정도까지 불가피했었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학살이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입을 피해에 준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에 반대했다. 똑같은 자위권에 대해 1837년 미국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고, 2009년 미국은 보다 관용적인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말하는 자위권은 가면이다. 그리고 그 가면에 속을 세계 시민은 없다. 우리는 그 가면 속에 숨겨진 이스라엘의 파렴치한 낯짝을 정면으로 대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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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영권 기자는 사회당 마포구위원장입니다. 기사는 프로메테우스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영권 기자는 사회당 마포구위원장입니다. 기사는 프로메테우스에도 보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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