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자본주의가 낳은 '사회적 약자'

알바생이 살아남는 법, '바리케이드'와 '짱돌' 뿐이다

등록 2009.01.14 10:14수정 2009.01.14 10:1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알바 제공 전문기업 잡크래커의 근로계약서입니다.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 되어 있어서, 잡크래커를 좋아합니다. 저 사진은 중요 부분을 임의로 가렸습니다 ⓒ 이상규

알바 제공 전문기업 잡크래커의 근로계약서입니다.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 되어 있어서, 잡크래커를 좋아합니다. 저 사진은 중요 부분을 임의로 가렸습니다 ⓒ 이상규

저는 '알바 인생'에 익숙해진 대학생 입니다. 지금은 방학이어서 알바를 하지 않고 있지만 학기 중에는 장기 알바와 단기 알바를 병행하는 등 투잡~포잡까지 병행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올해 4학년이라 앞날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알바 인생'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겁니다. 고3 수능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알바를 거듭했지만, 알바가 처한 사회적 환경은 최저 임금제가 매년 올라가는 것을 빼고는 실질적으로 달라진게 없습니다. 알바생을 대하는 고용업주의 존재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적인 단골 문제니까요.

 

알바를 하려면 '법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합니다. 고용업주가 임금체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알바를 많이 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죠. 최근 4년간 설문조사들을 쭉 훝어보니까 60~80%가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주로 큰 회사와 잡크래커에서는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지만, 작은 회사나 중견급 회사 같은 곳에서는 잘 안지켜집니다. 잡크래커를 제외한 단기알바들은 계약서를 잘 안쓰죠. 이는 알바생들의 귀찮음도 있겠습니다만, 고용업주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꺼리는 것이 근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근로계약서 내밀기를 걱정스러워하는 알바생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알바생들은 근로 계약서 없이 주인 말만 믿고 일합니다. 결국 돈을 부족하게 받거나 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알바생과 고용업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노동부 신고'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릅니다. 문제는 노동부 신고를 우습게 여기는 고용업주들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인데(예를 들어, "노동부에 신고해도 돼. 어짜피 일을 해도 돈 안 줄꺼니까. 그딴거 두렵지 않아") 이는 알바생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로 고생하셨던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마음 고생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약하다는 것은, 알바가 이 땅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생산 활동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약자'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게다가 최저 임금제(1시간 4000원)도 제대로 못받고 일하는 알바생들이 적지 않은게 요즘 현실입니다.

 

알바생도 근로계약서는 꼭 써야합니다

 

고용업주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명목으로 '만만한' 알바생들을 이.용.합.니.다. 최저 임금 지키지 않는 것과 임금 떼먹는 것은 물론이며 손님 없으면 '꺾기'라는 방법을 쓰며 밖에 나가있으라고 요구합니다.(나가 있는 시간에 돈 못받습니다.) 이렇게 가혹한 편법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알바생은 지쳐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용업주들에게 놀아나는 꼴이죠.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이 알바생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기분인지를.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적응은 커녕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만 잔뜩 쌓이는 문제로 번져갑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알바생들에게는 상처가 큽니다.

 

더욱이 알바생은 '냉정히 말해'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이름을 불러주는 고용업주나 직원들이 많겠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알바'라는 두 글자로 부릅니다. 제가 고3 수능 끝나고 모 대형마트에서 3개월 동안 알바했을 때도 알바 담당 직원빼고는 다른 직원들이 항상 '알바'로만 부르더군요. '알바야, 너 이리와봐', '알바. 똑바로 안해', '알바, 저것좀 가져와' 이렇게 말입니다. 다른 알바생들도 이렇게 부르더군요.

 

그리고 2년 전 군대 제대 후 모 학교 식당에서 2개월 동안 일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20대 영양사가 알바생들에게 '알바, 이것좀 먹어', '알바, 집합이야' 이랬는데 자신보다 1살 많은 알바생에게 알바라는 호칭을 계속 남발하더군요. 작년에 단기 알바했던 곳 중에 2곳은 대놓고 '알바'라고 불렀습니다.(그래서 다른 식당으로 옮겨 1년동안 일했죠.) 단기 알바야 그렇다 치더라도 몇달씩이나 '알바' 소리 듣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직원들이야 '알바'로 부르는게 편할지 모르겠지만 알바생들에게는 나쁘게 들릴 수 있습니다.(그래서 제가 단기 알바했던 어떤 곳은 알바가 아닌 '친구'라는 호칭을 썼습니다. 이렇게라도 배려할 수 있다는게 고맙네요.)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알바생은 약자에 있다는 것이죠.

 

알바생을 대해는 고용주 혹은 직원들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여성 알바생들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것이 '성희롱'인데요.(여직원도 마찬가지죠.) 사장이라든가 회사 관계자에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욕설과 폭언을 포함한 언어 폭력은 알바생들이 수없이 당하고 있는 일이죠. 저도 알바하면서, 아무 이유없이 언어 폭력 일삼는 사람들을 수없이 봤고 많이 당했으니까요.

 

그중에서도 성희롱은 범죄와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여성 알바생들과 여직원들에게 엄청난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남성 알바생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일삼는 사장과 직원이 있습니다. 아무리 20대 초반의 직원이라도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알바생에게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제가 어느 모 행사 알바하면서 이러한 피해 사례를 겪었죠. 물론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워낙 사각지대에서 문제가 터지는 것이어서, 알바생은 범죄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고용업주나 직원들에게는 알바가 약하게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은, 알바생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 교수는 지난달 13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부터 3,4년 혹은 다음 정권 출범때가 될 거예요. 20대의 90%가 알바를 하겠죠"라며 20대의 불행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취업난이 대두되면서 구조적으로 알바생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 할 수 있는데, 알바가 처한 환경은 얼마만큼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알바가 처한 사회적인 여러가지 문제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겠지만요.

 

알바생은 이름이 없습니다

 

알바를 둘러싼 문제들이 개선되려면, <88만원 세대>라는 책에서 가장 크게 강조하는 교훈이 답일지 모릅니다. 20대는 어떠한 상황에서 서로 뭉칠 수 있는 '바리케이드', 더 나은 삶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짱돌'이 필요하다는 것이 책의 핵심인데, 그게 알바생들에게 해당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20대 중에서 알바생의 숫자가 많이 속하기 때문이죠.

 

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바생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정부에 기대는 것 보다, 알바생이 속해있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인식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지려면 바리케이트와 짱돌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게 요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최저 임금 안지키는 것과 임금 떼먹는 것, 성희롱, 폭력, 호칭 문제 등등 알바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알바생들이 '짱돌'을 던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바리케이드'라면 알바생들 끼리의 커뮤니티나 일종의 정보망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죠. 알바생들이 고용업주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의 희생양이자 사회적인 약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바생들 화이팅...!!!'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14 10:1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알바 #아르바이트 #알바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