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거리에서 이명박 정권 1년을 묻다

등록 2009.01.22 17:49수정 2009.01.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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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다사다난’한 1년이 지나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별양동 우물터, 중앙공원, 도립도서관 앞, 굴다리 시장 등 동네 곳을 다니며 만난 50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경제위기는 세계 불황 탓”

 

“답답하죠.” “좋은 점수는 못주죠.” “죽일 놈이에요.” 표현의 강도는 다르지만 35명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으로 답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할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 별로라고 얘기하지 않나요?” 그러나 큰 불만 없다고 답한 사람들도 15명.

 

최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38%가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대통령이라고 해서 상당한 기대를 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세계경제 불황 때문이지 정부의 능력, 의지와는 관련이 없질 않겠느냐”며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무시 못 할 수치였다. 경제문제에 대해 의견차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국민과의 소통에 관해서는 대부분 ‘잘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자기 스펙 높이느라 정신 없어요”

 

날씨가 풀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 도서관 앞에서 젊은이들을 만났다. “제때 졸업  못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자기 스펙(학력, 학점, 토익점수 따위)을 높이려고  해외에 나갔다 오는 애들도 많아졌죠. 우리 부모님은 지방에 계신데 자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취직이 될 거라 진짜 믿고 계세요. 기업들은 정말 퍼펙트한 사람을 원하구요.”

 

여유 있는 집 부모들은 오랜 뒷바라지를 감수하고,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몇 학기씩 쉬어가며 돈을 벌어 공부를 한단다.

 

대학 졸업반인 한 여학생에게 촛불집회 같은 젊은이들의 정치참여에 대해서 물어보자 “예전 같으면 많이 참여했을 테지만 나이 한 살씩 먹어가면서 흔들리더라. 비판의식도 많았는데 면접관이 경제, 정치관에 대해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유리할까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면서점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말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노숙자가 되는가

 

여름철 대여섯 노숙인들의 쉼터였던 중앙공원 벤치에 가 보았다. 설마 이 추운 겨울날씨에 노숙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자는 그곳에서 막 잠자리를 준비하는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재산 다 날렸어요. 부도 맞아서.”

“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나를 추스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정치 경제는 말할 입장이 못 돼요. 그저 ‘하느님, 저를 도와주세요’ 그 소리만 할 수 있을 뿐이에요.”

 

추워서 어떻게 자느냐는 질문에 “어떡합니까. 가족들 얼굴 보지 못해서 집에는 못 들어가요. 쉼터에도 있었는데 죄송스러워서 나왔어요. 저 같은 놈은 몸이 성하니까 다른 분들이 혜택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굴지의 가구업체 본사에 근무하던 A씨는 대리점을 냈다가 부도를 맞았다. 노숙한 지 6개월이 되었다는 그는 그동안 만난 노숙인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노숙하는 사람들 보면 학식이 꽤 풍부해요. 뭐가 잘못돼서 노숙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 안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에요.” 있던 사람들도 쫓겨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옛날에 잘나가던 노량진 용역사무소 얘길 덧붙인다. “예전엔 새벽 6시에 아무리 줄 길게 늘어서도 좍 빠졌는데 요즘은 몇 명 뽑혀 나가면 스톱이에요. 두 사람 만나면 한 사람 실업자, 한사람은 오늘내일하며 불안해하는 사람이지요.”

 

“경제를 완전히 죽여놓고 새로 살리려는 거지?”

 

점심시간 식당가 주변에서 만난 직장인들, 과천에 거주하는 주부들과는 달리 자영업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훨씬 심각하고 절실했다.

 

“사업하다 이번에 휴업계를 냈죠. 사료업종인데 수입곡물가가 100% 올라서 물건 팔아봐야 적자 나는 상황이니까요”, “과천에 가게 내놓은 곳 무지 많아. 렉스타운 봐. 재료값 올랐지 마진 팍 줄었지. 월세 다 올랐지. 누가 나한테 넘겨라 하면 넘길 사람 많아. 희망 없어. 그저 입에 풀칠할 정도 되면 그냥 갖고 있는 거라 보면 될 거야”

 

7시가 채 안된 저녁시간, 굴다리 시장에는 서너 집 건너 셔터가 내려져 있다. 손님인 줄 알고 반기던 할머니는 기자가 취재요청을 하자 “있는 사람 살고 없는 사람 다 죽지. 재래시장 살리기 한다더니 뭘 살려. 다 죽어!”라며 입을 닫아버린다.

 

“한두 건만 더 터지면 폭발하지 않겠어요?” 몇몇 이들은 정치적 격변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어제같은 일(용산참사)이 더 생긴다면 문제는 되겠지만 정권은 크게 흔들리진 않겠죠. 대운하도 시작을 했잖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과천마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22 17:4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과천마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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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한 공부방(맑은내방과후학교)에서 교사로, 과천마을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교육관련기사를 담당했고, 교육이 서열화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제 기능을 찾도록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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