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런 놀이 어때요?"

설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하나쯤은 생각해 봐야

등록 2009.01.24 14:51수정 2009.01.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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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에서 나오는 '살'에서 왔다는 내용입니다. 곧 '살'이 '설'로 된 것인데, 그 근거로 '머리'가 '마리'에서 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듭니다.


다음으로는 "장이 선다"와 같이 쓰이는 '선다'의 '선'에서 왔다는 설과 '설다(제대로 익지 않다)', '낯설다' '설어둠(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어둑어둑한 때)의 '설'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어원에 따르면 '설'은 '새해 새날이 시작된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고, 세 번째 견해에서는 '설날은 몸가짐에 그릇됨이 없도록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의 '신일'이란 어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무렵을 흔히 '세밑, 세모'라고 부르듯이, 특히 설날 전날은 섣달그믐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까치설날'이라 부릅니다.

'설'의 의미는 '새해 새날이 시작된다'
'설날은 몸가짐에 그릇됨이 없도록 조심하는 날'

설날은 우리 민족 큰 명절입니다. 설날은 바쁜 일상에 쫓겨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도 같이 먹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설날 차례상과 세배 손님맞이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여러 가지 음식을 통틀어 '세찬'이라 합니다. 예로부터 설날을 전후해 '무병장수' 뜻이 담긴 새해 첫 음식인 떡국, '복을 싸서 먹는다'는 뜻을 가진 만두, 각종 전유어, 식혜, 수정과, 세주 등을 먹는 풍습이 전해내려 오고 있습니다.

설날에는 설날 음식을 만들고, 세배와 차례를 지냅니다. 일가친척들이 두런두런 모여 서로에게 한 해 동안 건강과 바람을 잘 이루도록 덕담을 나눕니다. 이때 윷놀이나 투호, 널뛰기 같은 세시풍습놀이도 한몫을 하게 되지요. 


일반적으로 설날 아침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여 설빔을 곱게 차려 입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옷차림은 한복이 좋습니다. 특히 설 차례는 색동저고리 등 화려한 옷차림도 무관합니다.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낼 때는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예의입니다.

이어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는 우리 한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날과 추석날에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 모든 가족이 한데 모여 화목을 다지는 날입니다. 차례를 지내는 법을 '가가례'라고 해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너무 격식에 얽매이기보다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제물은 가정형편에 맞게 준비하고 정성을 담아 장만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날 음식은 가정형편에 맞게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

차례가 끝나면 집안 어른들께 웃어른부터 순서대로 절을 하고 새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세배를 하면서 손아랫사람들은 어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어른들은 손아랫사람들에게 "새해에는 소원성취하게"라 하는 등 나이와 경우에 맞게 덕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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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엔 오랜만에 대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인사를 드린다. 사진은 영화 <설>(2008) ⓒ 설


또 세배하러 온 이들에 대해서는 어른들일 경우에게는 떡국이나 음식, 술을 내놓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술을 주지 않고 약간의 세뱃돈과 먹을거리를 내어놓습니다. 특히 설날에 받은 세뱃돈은 '복돈'이라 하여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많은 돈을 주는 것보다는 조금을 주더라도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야 합니다.

설날 어떻게 보내나요? 물론 오랜만에 만난 집안 피붙이들과 훈훈한 이야기로 설날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참이겠지요. 얼마나 하고픈 이야기가 많겠습니까? 서로 사는 게 바빠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손 아픈 일이며, 부추겨 주고 싶은 일들, 함께 나눔으로 해서 더 커지는 얘기들이 알토란 불거지듯이 술술 엮어져 나올 겁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정겨운 자리입니다. 

설날 어떻게 보내나요?

그런데 이러한 설날, 일상적인 일로 그냥 밋밋하게 보내는 것보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여럿이 더불어 즐거워할 수 있는 놀이 말입니다. 물론 설날세시풍습에 따른 놀이가 있기는 하지만, 윷놀이를 하더라도 그냥 편을 갈라 즐기는 것보다 설날 뒤처리를 하는 잔설거지를 대신하는 놀이로 변용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으로 힘들었던 주부들의 손을 잠시 덜어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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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설맞이 설날, 온 가족이 더불어 할 수 있는 놀이 하나쯤은 생각해 봐야 ⓒ 책읽는곰


또한 평소에는 아이들이 해 보지 않은 한복 입는 것이나 전통 절하는 것을 가르쳐보고, 웃어른들께 들은 덕담을 다시 일깨워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세뱃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겁니다. 그리고 차례 음식에 사용한 사과나 배, 감, 밤을 깎는 법도 가르쳐 보고, 집안내력을 이야기해 주는 것도 설날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요즘같이 일가친척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조상으로부터 '우리'가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왜 의좋게 지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설날은 조상으로부터 '우리'가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

뿐만 아니라 제기나 딱지, 팽이, 자치기도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더구나 시골 같으면 새끼 꼬기나 짚신 만들기 등 짚을 이용한 전통생활 용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퍽이나 새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반드시 연만하신 집안 어른들이 손수 시범을 보이면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와 전통생활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어른 공경에 대한 더없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함께 하는 놀이로도 손색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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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꼬기 설날 아이들에게 전통 체험으로 새끼 꼬기는 어떨까? ⓒ 순천시


이밖에도 설날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습니다. 윷놀이를 비롯하여 널뛰기, 투호놀이, 연날리기, 자치기, 딱지치기, 깡통 차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기 등은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으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특히 윷놀이나 투호놀이는 가족 화합의 차원에서, 자치기나 깡통 차기, 비석치기 같은 것은 널따란 배꾸마당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입니다.

또한 제기차기나 팽이치기, 딱지치기, 굴렁쇠 굴리기 같은 것은 손놀림이나 발놀림이 예민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좋습니다. 더구나 찬바람이 쏴한 동구 밖에서 할아버지가 손수 만든 연을 날려보는 손자손녀는 그것만으로도 벌써 할아버지의 따사로운 정을 느낄 것입니다. 이만한 산교육이 어디 있겠습니까.

설날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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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할 수 있는 놀이 중에 윷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윷놀이 예찬가 이태영씨가 만든 윷놀이 세트. ⓒ 이승욱


그렇다고 설날엔 할머니의 자리가 빠져서는 안 됩니다. 한소끔 놀고 난 뒤에는 뱃속이 출출해집니다. 그때 오래도록 다져온 할머니의 손맛을 맛보게 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신체적인 부대낌으로 느꼈다면 할머니의 사랑은 맛깔스러운 미각으로 맛보게 하는 것입니다. 평소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길들여졌던 아이들에게 다소 거칠고 입맛에 맞지는 않겠지만 고소하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우리 전통의 참맛을 아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이번 설날이야말로 힘들고 더디게 찾아갔던 고향의 따뜻한 정을 오롯이 묻혀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써 손을 끌어도 며칠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했던 일들로 흠뻑 정이 들어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할 것입니다. 그게 이번 설날 바람입니다. 하여 이번 설날만큼은 모두가 맑은 하늘 바람처럼 배 개인 후 달처럼 가슴 확 트인 새해를 맞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보냅니다.
#설날 #세시풍습 #송편 #전통놀이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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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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