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포엔 겨울 철새들의 화려한 비상이 한창!"

[현장] 창녕 우포늪을 찾아서

등록 2009.01.27 20:01수정 2009.01.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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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우포늪 지금 우포늪에는 수많은 새들이 와 있다. ⓒ 박종국

▲ 겨울 우포늪 지금 우포늪에는 수많은 새들이 와 있다. ⓒ 박종국

필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 창녕 우포늪 부근에 살고 있다. 벌써 7년째다. 그런 까닭에 해마다 많은 철새들을 자연스럽게 만난다. 우포의 여름철새들은 일년 내내 우포늪을 지키는 텃새들과 얼른 구분이 가지 않아 긴가민가할 때가 많지만, 겨울철새만큼은 맨눈으로도 확연하게 구별된다. 늪 전체를 무리를 지을 만큼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도 쩌렁쩌렁하다. 그래서 자주 찾는다.

 

설 무렵 며칠 동안 심하게 추웠던 까닭에 우포늪은 꽁꽁 얼어붙어 적요했다. 체중이 칠십 킬로그램이 훨씬 넘는데도 늪 가장자리 얼음 위를 걸어 봐도 얼음은 깨어지지 않았다. 근래 우포늪 전체가 이렇게 얼었던 기억은 없다. 예상했던 것보다 늪을 지키고 있는 철새도 그리 많지 않았다. 벌써 떠나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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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안내도 우포늪은 크게 푸포와 목포, 사지포와 쪽지벌로 나뉘어 있다. ⓒ 박종국

▲ 우포늪 안내도 우포늪은 크게 푸포와 목포, 사지포와 쪽지벌로 나뉘어 있다. ⓒ 박종국

지금 우포에는 겨울 철새들의 화려한 비상이 한창이다. 예년 같으면 주메제방과 사지포 부근에서 철새들의 군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찾아온 철새 떼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철새 무리들은 거의 다 대대제방 쪽에 모여 있었다. 이유가 뭘까? 아마 낮은 늪지에 비해 높다란 제방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루 종일을 두꺼운 얼음 위에서 견디자니 철새도 차가운 바람을 싫어하는 것이다!

 

올해 우포늪을 찾는 철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

 

우포의 사계절 가운데 겨울에 가장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겨울철새는 시베리아 북극 지방에서 여름 번식을 마치고 혹독한 추위를 피해 10월경 남쪽으로 와서 월동을 한다. 그중 우포늪에서는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의 등 화려한 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조용히 해야 합니다. 지금은 철새들이 쉬고 있는 시간입니다. 조금 전에 일제히 비상을 했거든요. 날씨가 추울수록 자주 날아오릅니다. 오늘 같으면 한 20분 정도면 또 다시 새들의 화려한 날게 짓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꽁꽁 언 얼음 위에 철새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웅크리고 있다. 화려한 철새들의 군무를 보려고 찾아든 탐조객들은 속이 탄다. 그러나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철새들을 서둘러 깨우는 어떠한 소리를 내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냥 기다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마리가 함께 늪과 어우러져서 비상하는 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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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을 찾아온 새떼 지금 우포늪에는 큰고니를 비롯한 많은 새들이 늪을 차지하고 있다. ⓒ 박종국

▲ 우포늪을 찾아온 새떼 지금 우포늪에는 큰고니를 비롯한 많은 새들이 늪을 차지하고 있다. ⓒ 박종국

우포에는 사계절 늪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텃새가 여럿 있다. 딱새, 황조롱이,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멧비둘기, 까치 등인데, 이밖에도 겨울, 여름 철새 중 일부는 우포늪의 좋은 환경에 텃새화 된 새들도 있다. 또한 북쪽에서 새끼를 기르고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이동하다 봄과 가을에 휴식을 하기 위해 우포에서 쉬어가는 '나그네새'들로서 소쩍새, 깍도요, 청다리도요, 학도요, 좀도요 등 물떼새들이 20여종이 있다고 한다.

 

"지금 늪에 얼음이 단단하게 얼었는데, 철새들은 뭘 먹고 사나요?"

"네, 그것이 걱정이었군요? 물론 늪이 얼면 철새들이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창녕군에서는 지금 보이는 대대제방 앞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논밭에다 철새 먹을거리인 보리를 계약해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저기 보이지요. 저게 철새들이 겨울나기 먹이입니다."

 

안내자가 가리키는 수많은 논밭에 파르라니 보리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밖에도 하루에 두 번 늪지 곳곳에다 철새 먹이를 놓아준다고 했다. 한때는 겨울철새들이 농작물을 죄다 뜯어 먹어버리는 바람에 이곳 농민들과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철새도 먹고 살아야 하지만, 당장에 농민들도 생계를 위해서 안됐지만 철새를 내쫒지 않을 수 없는 터. 그래서 상호 협의 한 끝에 철새와 농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수확량의 전부를 보상해주는 계약재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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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비상 우포늪 새들이 막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 박종국

▲ 새들의 비상 우포늪 새들이 막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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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군무 우포늪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다. ⓒ 박종국

▲ 철새들의 군무 우포늪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다. ⓒ 박종국

철새의 화려한 비상!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수천마리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늪과 어우러진 새들의 군무! 다양한 소리만큼이나 장관이었다. 철새가 아름다운 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 그 자체에도 있지만, 이렇듯 하늘을 온통 다 뒤덮을 만큼 치켜 오르는 화려한 비상에도 있다! 유유히 늪을 가로지르는 새떼들을 보고 있으니 탐조객들도 그저 덩달아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겨울철새들을 만나는 기쁨이 아닐까.

 

늪과 어우러져서 비상하는 새들의 화려한 군무

 

그동안 철새 도래지를 많이 다녀봤다. 겨울철이면 인근 창원의 주남저수지, 부산 을숙도, 순천만 등지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즐겨 찾았다. 그런데도 우포늪에서 만나는 철새들은 이들 지역에서 보는 철새들에 비해 더 친근타. 우포늪에서 눈뺨검둥오리, 왜가리, 물닭, 중대백로, 고니 등은 사계절에 걸쳐 볼 수 있지만, 유독 겨울철에는 큰기러기, 쇠오리, 고방오리, 청둥오리 등을 볼 수 있다. 다들 덩치가 큰 놈들이다.

 

철새를 만나는 일은 사전지식 없이 다가들면 그냥 수박 겉핥기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철새를 자세히 탐조를 하려면 '푸른우포 사람들'에서는 운영하고 있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각각 '철새탐조학교'에 참여하면 된다. 이들 단체에서는 겨울철에 35종 20,000여 마리의 철새가 우포를 찾아오는 것을 계기로, 이 진객(珍客)들을 관찰하고 모니터링 하며, 우포늪의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전문안내자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정겨운 대화도 나누면서 새의 멋진 비상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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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공 언 겨울 우포늪 강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우포늪은 적요하다. ⓒ 박종국

▲ 꽁공 언 겨울 우포늪 강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우포늪은 적요하다. ⓒ 박종국

 

참가자들은 우포늪 겨울 생태를 탐방하고 겨울 철새 탐조와 먹이주기 등을 하게 되는데, '우포늪을 지키자는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포늪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한다. 잘 알아야 사랑하게 되고. 그러려면 가족과 함께 걸으면서 우포늪을 피부로 느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하는 다짐을 하며 생태길 걷을 수 있고, 희망 편지 띄우기 등의 행사를 참여할 수 있다. 푸른우포 사람들은 우포 주변을 푸르게 가꾸어 더 많은 생명체가 찾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여러 환경 캠페인을 통해 좀더 정확히 우포를 알리는 데 힘쓰는 단체다.

 

푸른우포 사람들과 만나는 철새 탐조

 

이밖에도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다양한 습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자연 늪지로 1997년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무려 70만 평의 거대한 늪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교육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따라서 우포늪은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철새탐조, 수생식물, 습지생태계 관찰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자연을 배우는 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포늪 사이버 생태공원 사이트에서는 2~4시간 코스, 1일 코스, 주변 관광지 연계 코스, 철새 탐방 코스 등의 학습 코스 제공하고 있다. 문의 055-530-2531 www.upo.or.kr로 하면 된다.

 

"우포에는 '우미인'(우포에 미친 사람)이 많다던데요? 그 분들을 만날 수 있나요?"

"네, 그런 분들이 많지요. 자칭 '우포늪이 좋아' 푸근한 늪의 정경에 반한 사람들이 많지요.  지역출신으로 배한봉, 송미령 시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송 시인의 애칭은 '우미녀'인데, 지금은 인근에서 '우포가는 길 다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동화작가 임신행 선생님도 자주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소벌(牛浦) 출신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씨는 늪에 관한 탄실한 견해를 담은 <습지와 인간>을 출간했지요. 이 책은 인문과 역사로 경남의 습지를 탄실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들 우포늪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들입니다."

 

안내자는 우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만큼 우포에 대한 사랑이 해박한 것이다. 새들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곳, 우포늪. 그곳에 가면 자연을 닮은 많은 새들을 무시로 만날 수 있다. 지금 우포에는 겨울 철새들의 화려한 비상이 한창이다.

2009.01.27 20:01 ⓒ 2009 OhmyNews
#우포늪 #겨울철새 #여름철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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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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