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눈꽃 산행도 하고, 눈축제 구경도 하고!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 산행과 눈축제 행사장을 다녀와서

등록 2009.02.03 09:59수정 2009.02.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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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천제단(중요민속자료 제228호)에서. 자연석으로 원형제단을 쌓은 천왕단이다. 개천절에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여기에서 올린다. ⓒ 김연옥

▲ 태백산 천제단(중요민속자료 제228호)에서. 자연석으로 원형제단을 쌓은 천왕단이다. 개천절에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여기에서 올린다. ⓒ 김연옥

 

하늘로 통하는 신성한 산으로 여겨 옛사람들이 영산(靈山)으로 섬겨 온 태백산(太白山, 1567m).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 태백시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설악산(1708m), 함백산(1573m), 오대산(1563m) 등과 함께 태백산맥에 속한 고봉이다.

 

태백산 남쪽에 자리 잡은 구령국과 소라국이란 부족국가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천제단(天祭壇)이 있는데다 겨울이 되면 화려한 눈축제도 볼 겸 주목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설경도 보기 위해 전국의 산꾼들이 찾는 산이 바로 태백산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내가 살고 있는 마산에서도 눈축제가 한창인 태백시로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들이 많은데 지난달 31일, 나도 백운등산클럽 회원들과 함께 태백산 산행을 처음 나서게 되었다. 새벽 6시에 마산을 떠난 우리 일행이 강원도 태백시 금천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오전 10시 50분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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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에 바라다본 강원도 태백시 금천의 그림 같은 풍경.   ⓒ 김연옥

▲ 산행 초입에 바라다본 강원도 태백시 금천의 그림 같은 풍경.   ⓒ 김연옥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잣나무 가지 위에도, 이미 푹신하게 쌓인 하얀 눈길 위에도 싸라기눈이 계속 날렸다. 펑펑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이 아니라도 주위는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눈꽃들이 터널을 이루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 있는 상고대가 달콤한 꿈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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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흰 꽃이 핀 것처럼 눈부신 상고대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 김연옥

▲ 나무에 흰 꽃이 핀 것처럼 눈부신 상고대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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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 김연옥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끝없이 펼쳐지는 순백의 아름다움에 마냥 젖어들어 갔다. 이 세상이 아닌,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있는 동화의 세계 속에 와 있는 것 같은 설렘이라 할까. 나무에 흰 꽃이 핀 것처럼 눈부시고, 게다가 우울한 세상일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겠다는 듯이 하얀 이불이 되어 상처 받은 우리들 마음을 살포시 덮어 주는 태백산의 낭만적인 겨울 풍경으로 내 마음밭에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문정희의 '겨울 사랑' 전문

 

문수봉(1517m) 정상에 이른 시간은 낮 12시 40분께. 바위너설에 돌탑마저 우뚝 솟아 있는 정상이 꽤 인상적이다. 가뜩이나 바위들이 많은 그곳으로 산객들이 자꾸 몰려들어 나는 서둘러 천제단 쪽으로 걸어가야 했다. 그 길에는 태백산을 대표하는 주목과 처연한 고사목을 볼 수 있어 운치가 있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눈을 허옇게 뒤집어쓴 모습은 오랜 세월을 온몸으로 묵묵히 버텨 온 강한 힘이 느껴져 장엄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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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1517m) 정상에서.   ⓒ 김연옥

▲ 문수봉(1517m) 정상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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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 김연옥

▲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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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 김연옥

 

태백산 천제단(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은 영봉에 있는 천왕단(天王壇)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將軍壇), 남쪽에는 규모가 가장 작은 하단(下壇)의 3기로 구성되어 있어 고대 민속신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정확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그저 하단이라 불리는 천제단에는 오후 1시 50분께 도착했다. 그곳에서 5분 남짓 올라가면 천왕단이 나오는데 해마다 개천절이 되면 거기서 나라의 태평과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게 된다.

 

둘레 27.5m, 높이 2.4m, 좌우 너비 7.36m, 앞뒤 너비 8.26m의 원형 제단을 자연석으로 쌓은 천왕단은 돌로 만든 단이 아홉 층을 이루고 있다 하여 '9단탑'이라 부르기도 했다. 천왕단으로부터 북쪽 300m 지점에는 둘레 20m, 높이 2m의 장방형 제단인 장군단이 위치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린 천왕단에는 알록달록 차려입은 수많은 산객들이 몰려 생기가 넘쳤다. 태백산 표지석을 부여잡고 사진을 찍는 산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천왕단에서 내려가는 길이 꽤 미끄럽다 보니 썰매를 즐기는 아이처럼 아예 미끄럼을 신나게 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모습에 한순간 내 마음도 즐거웠지만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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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 김연옥

 

그런데 오대산 월정사 탄허 스님이 비문과 현판을 쓰고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세웠다는 단종비각이 보였다. 어찌된 사연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단종이 유배지 영월에서 승하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그래, 바로 그거야!" 하며 나는 무릎을 쳤다. 더욱이 단종이 유배 생활을 할 때 태백산의 머루와 다래를 따서 정성껏 바치며 어린 임금을 위로했다는 추익한의 충성심에도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옛날부터 천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한 샘으로 알려진 용정(龍井)을 망경사 입구에서 볼 수 있었다. 해발 1470m에 위치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 아닌가. 물맛을 한번 보려 해도 눈이 많이 쌓여 있어 그냥 포기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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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제16회 태백산 눈축제 전국대학교 눈조각경연대회 행사장에서. ⓒ 김연옥

2009 제16회 태백산 눈축제 전국대학교 눈조각경연대회 행사장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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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눈축제에 전시된 눈조각 작품 행사장에서. 눈으로 복원한 숭례문도 보인다. ⓒ 김연옥

태백산 눈축제에 전시된 눈조각 작품 행사장에서. 눈으로 복원한 숭례문도 보인다. ⓒ 김연옥

 

산악회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늦어도 5시까지는 가야 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싸락눈이 날리는 길을 밟으며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인 당골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늑장을 부리면 눈축제 행사장을 구경할 시간이 없어 곤란하다. 그런데 바쁜 마음과 달리 예전에 구입한 아이젠이 시원찮다. 하산길이 오히려 위험하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어쨌든 조심스레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눈축제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3시 20분께. 그러고 보니 점심 도시락도 먹지 못하고 하산한 것이 웬 청승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언짢아졌다. 그러나 눈으로 복원한 숭례문을 비롯하여 새해 소망 눈조각 작품, 전국대학교 눈조각경연대회 참가 작품들이 전시된 당골광장 행사장에서 겨울 도시인 태백의 매력에 흠뻑 취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주차장도 많았다. 산악회 버스를 찾는 것도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다. 산악회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사람들로 시끌벅적대는 것이 축제의 속성이니 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태백산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 있던 아름다운 얼음꽃과 눈꽃처럼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과 사랑하는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져 와서 좋다.

덧붙이는 글 * 2009 제16회 태백산 눈축제는 2009.1.30(금)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태백산 도립공원 등지에서 열립니다.



#태백산 #태백산눈축제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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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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