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해외봉사를 왜 하려 하는가?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 선발 면접

등록 2009.02.04 11:50수정 2009.02.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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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첫 일요일, 대학로 인근 서울사대 부속여중에서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 선발 면접이 있었다. 봉사단원 면접은 봉사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중요한 전형 절차로, 지원동기와 태도, 현지적응력, 친화력 등을 살피는 일반면접과 지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인하는 기술면접으로 구분되는데,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여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세심하면서도 엄격한 절차를 걸친다.


“하쿠나 마타타~~.”

면접을 보러 들어서자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흥얼거리는 청년의 외국어 노래 가사에서 귀에 익은 듯 감기는 단어가 있었다. 노래를 마친 청년은 밝고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후, 자신이 부른 노래가 ‘스와힐리어’로 ‘No problem'이란 뜻을 가진 ’하쿠나 마타타‘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아니나 다를까 청년이 부른 노래는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킹에 사용되었던 곡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청년이 부른 노래 가사와는 달리, 제3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자신감을 표하는 청년에게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청년은 모 대학 신문 편집장으로 3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재학 중 중국에서 대학생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면접관들에게 제출하는 등 자신이 한국해외봉사단원으로 선발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국어교육 분야로 지원한 청년은 해당 분야 전공 졸업자도 아니었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이수했거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과 의욕을 드러낸 청년의 태도는 ‘이런 노래와 들고 온 자료가 해당 면접과 무슨 상관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만치 오히려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면접에 임하는 그 청년의 밝은 웃음과 당찬 모습만큼은 칭찬할 만했다. 면접관은 그런 점을 참작하여 혹 다른 이들과 비교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격려해 주고자, ‘만일 이번에 떨어진다면 다시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순간 청년의 얼굴에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청년은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꼭 도전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어 들어 온 이는 면접관 입장에서 숙연해지게 하는 사연을 갖고 있었다. 일본 국적의 어머니와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이었다. 그녀는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후, 남동생이 군 입대를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 역시 국적 신청을 했었고, 대한민국의 딸로서 해외봉사를 나가고 싶어 지원을 했다고 했다.

군에 가지 않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나라에서 군에 가기 위해 국적을 신청한 남동생을 둔 그녀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규 과정에서 가르쳐 본 적이 없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을 가르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국어가 모국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렸고, 그녀의 단아하고 올곧은 태도를 보면서 점수를 박하게 매기기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응시생 중에는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미혼 남성도 있었다. 해병대 공병장교 출신으로 얼핏 보아도 정장 차림 안으로 상당한 근육질 몸매와 절제된 자세가 드러나며, 여전한 군인의 기백을 살필 수 있었다. 군 제대 후 굳이 해외봉사단원으로 나가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앞으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봉사단원을 지원한 것은 더 늙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년 후에 귀국하면 제 나이가 참 애매한 나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요즘은 공무원 응시 자격에 나이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인생에 대한 긍정뿐만 아니라, 봉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해외봉사단을 지원한 이들 중에는 교원 정년을 8년 앞두고, 명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지원한 선생님도 있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세 번씩이나 응시한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멀리 인도네시아에서 면접을 위해 귀국한 사람도 있었고, 대학원 3년 중 2년을 이수하고, 자신의 대학원 졸업년도를 해외봉사단 활동 2년을 마친 후로 계산하여 기재할 만큼 자기 확신에 찬 사람도 있었다.

세계 경제와 우리경제의 한파 속에서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말들이 잦아진 요즘, 한국해외봉사단원 선발 면접장은 나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먼 이웃들에게까지 관심을 갖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15년 전에 해외봉사활동을 했던 사람이자,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 이사장 자격으로 일반 면접 위원으로 ‘한국어교육’에 지원한 응시자들을 다른 한 명의 위원과 함께 일반면접을 담당했다. 면접은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빠듯하게 진행되었다.

기자는 각양각색의 재기발랄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기도 했고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즐거웠다고 함은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겠다는 박애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마음이 무겁다 함은 100여 명이 넘는 응시자 중에서 1/3 이상을 탈락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그랬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15년 전에 해외봉사활동을 했던 사람이자,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 이사장 자격으로 일반 면접 위원으로 ‘한국어교육’에 지원한 응시자들을 다른 한 명의 위원과 함께 일반면접을 담당했다. 면접은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빠듯하게 진행되었다.

기자는 각양각색의 재기발랄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기도 했고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즐거웠다고 함은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겠다는 박애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마음이 무겁다 함은 100여 명이 넘는 응시자 중에서 1/3 이상을 탈락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그랬다.
#한국국제협력단 #한국해외봉사단원 #해외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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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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