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이 특정단체에 건물 한 채 지어준다?

아산시청의 석연치 않은 청소년공부방 건립사업

등록 2009.03.02 16:39수정 2009.03.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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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청 전경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아산시청 전경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충남 아산시가 특정 청년회에 4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어 주기로 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산시는 지역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사업을 '일시 유보'했지만 재추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올해 아산청년회에 청소년공부방 건립비로 지난해 2차 추경에 시비 2억원, 도비 2억원 등 총 4억원과 운영비 1000만원 등 모두 4억1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신축되는 이 건물은 현 아산청년회 소유의 331㎡의 부지에 연면적 552㎡ 규모의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로 청소년 공부방 외에도 아산청년회 사무실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산시가 청소년 공부방 건립비를 명분으로 아산청년회에 건물을 지어주려는 의도가 짙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우선 아산청년회는 현재 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가 아니다. 아산시 관계자는 "지역 내에 청소년 공부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던 차에 아산청년회가 지난해 신규 사업으로 공부방 운영계획과 함께 공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와 청소년 공부방 건물을 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청년회가 신규 사업으로 청소년 공부방 운영계획을 밝히자 아산시가 선뜻 건물을 지어주고 운영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는 다른 단체 지원사업의 경우 운영비에 대해서도 사업실적과 운영능력 등을 평가하는 관례와도 비교가 된다.   

 

'아산청년회' 공부방 운영계획에 "건물 지어 주겠다"는 아산시  

 

또 아산청년회가 부담하는 돈은 전체 건립비의 10%인 4000만원에 불과하다. 지어진 건물은 기부채납 형식이 아닌 아산청년회가 모두 갖도록 돼 있다. 이는 해당자치단체가 필요 공공시설을 건립한 후 민간단체 공모를 통해 위탁하거나 기부 채납하도록 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파격에 가깝다. 

 

청소년공부방 건립예정 부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청소년공부방 건립 예정부지는 아산시내 한복판인 남산도서관 인근으로 통상 공부방이 필요한 '학습시설이 부족하거나 낙후된 지역'과도 일정한 거리가 있다.  

  

게다가 이는 아동과 청소년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아산시내 19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아산시로부터 지원받는 연간 지원액은 모두 5억여 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인건비는 물론 프로그램 운영비가 부족해 수년째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예산 지원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 상태다.

 

아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부방 운영 등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청 지원액은 월 200여만원뿐"이라며 "그런데도 특정단체에 공부방 건물을 사실상 무상으로 지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차별의식과 소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산시 사업추진 '일단 유보'하기로 했지만...

 

아산참여예산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재정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의 시설 건립비 지원은 차별이자 특혜"라며 "다른 많은 민간단체에게도 소외감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 다른 단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청소년 공부방을 건립해 달라고 하면 건립해 주겠느냐"며 "사업추진을 백지화하고 차별과 특혜성이 짙은 사업비가 책정된 연유를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산시는 공부방 건립사업을 '일시 유보'했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사업이 추진된 이유와 백지화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3월 중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으로 사업을 일시 유보해 놓은 상태"라며 "현재 사업 추진여부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혜성'이라는 민간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 아니냐"는 말로 재추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사업비의 50%를 지원하기로 한 충남도의 관계자는 "당초 아산시가 청소년 공부방 건립에 따른 경상보조금 지원을 요청해 와 청소년 사업에 대한 일환으로 지원을 결정했다"며 "특정단체에 건물을 지어주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줄은 최근 논란이 있기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혜성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보조금을 환수하겠다"고 덧붙였다.

2009.03.02 16:39 ⓒ 2009 OhmyNews
#아산시 #창소년공부방 #특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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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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