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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과 선화의 사랑의 전설이 깃든 부여의 호동공원 '궁남지' ⓒ 임현철

▲ 서동과 선화의 사랑의 전설이 깃든 부여의 호동공원 '궁남지' ⓒ 임현철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죠. 백제 무왕이 된 서동왕자와 신라 선화공주 사랑 이야기는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죠. 이들의 사랑은 속으로 '저런 날도둑놈이…' 할망정, 입가에는 미소가 드리워지니까요. 사랑은 웃음 짓게 하나 봅니다.

"맹랑한 눈에 맹랑한 자가 보인다.

맹랑하기 그지없는 자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누구도 될 수 없다고 포기할 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난국을 돌파하는 꾀는 맹랑한 자에게서 나온다. 그런 맹랑한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가 발전한다.

서동은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만나는 맹랑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서여(마)를 캐서 내다 팔아 홀어머니를 모시는 처지에, 더욱이 백제 사람으로, 신라 공주 선화가 어여쁘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꾀어 내려가는 출발부터가 맹랑하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고운기 글/ 양진 사진, 현암사), <서동은 정말 선화공주를 꾀었을까> 편(P 327)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책은 서동의 사랑을 향한 아이디어를 '맹랑함'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풀이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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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 많아 연꽃이 피면 청춘남녀의 연애 장소로 제격일 듯... ⓒ 임현철

▲ 연이 많아 연꽃이 피면 청춘남녀의 연애 장소로 제격일 듯...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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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공원 궁남지 안내도. ⓒ 임현철

▲ 서동공원 궁남지 안내도.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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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네를 타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좋을 듯... ⓒ 임현철

▲ 그네를 타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좋을 듯... ⓒ 임현철

 

백제 무왕, 서동의 정원 '궁남지'

각설하고, 가족과 함께 백제 발자취를 찾는 부여 여행에서 '서동공원, 궁남지'를 찾았습니다. '서동공원 궁남지(사적 제135호)'는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서동 전설이 깃든 연못입니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 궁 남쪽에 못을 파고 이십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을 상징한 것이란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 연못은 백제 무왕 때 만든 왕궁 정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나요.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신선사상을 표현한 궁남지는 우리나라 정원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라더군요. 백제가 삼국 중에서도 정원을 꾸미는 기술이 가장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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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의 후예들... ⓒ 임현철

▲ 서동의 후예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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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 아니 요것들이 뭐하는 거야? ⓒ 임현철

▲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 아니 요것들이 뭐하는 거야? ⓒ 임현철

청춘남녀가 궁남지를 다녀가면 결혼한다?

이 대목에서 서동요 한 수 읊어야겠죠?

서동요(薯童謠)

선화공주님은(善化公主主隱)

남모르게 짝지어 놓고(他密只嫁良置古)

서동 서방을(薯童房乙)

밤 몰래 품고 간다.(夜矣卯乙抱遣去如)

듣고 보니, 정말 동요를 맹랑하게 지었지요? 시집도 안 간 처녀를 이렇게 몹쓸 처자로 만들었으니 어떤 부모인들 가만히 있겠습니까. 노발대발 했겠지요. 서동의 이런 행각은 파파라치 수준이랄 수 있겠죠. 요즘 같아서는 명예훼손이니 뭐니 해서 한바탕 떠들썩했겠지만….

어찌됐건, 지금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 깃든 궁남지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헌데, 삼국시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 남아 있는 이곳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흔한 "이곳은 청춘남녀가 다녀가면 헤어지지 않고 결혼한다"는 설명이 붙을 법도 한데, 그런 게 없데요?

부여, 서동공원 궁남지에서 '사랑은 맹랑하게 해야 미인을 얻는다'는 깨달음(?)을 느끼고, 부디 사랑도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내와 살아보니 얼굴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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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도 사랑이 샘솟을 듯... ⓒ 임현철

▲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도 사랑이 샘솟을 듯... ⓒ 임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