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공천파동, 민주당 지도부 그리고 언론

등록 2009.03.18 11:24수정 2009.03.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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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시끄럽다. 정동영 전 장관의 옛 지역구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여전히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지도부는 못마땅한 눈치다. <한겨레신문> 등 진보언론도 민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정 전 장관 지지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6일 정 대표는 "분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고, 정 전 장관도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당 지도부를 돕겠다"며 몸을 낮추면서 서로 휴전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17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의 지적처럼 '정동영 주저 앉히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7일 민주당 공천심사위는 4.29 재보선 공천기준을 마련하면서 당선 가능성 배점을 종전의 40%에서 30%로 낮춰 이것이 정동영 공천 배제를 위한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종전의 정동영 공천배제 논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제는 "동작을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 도의를 어긴 해당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정 전 장관이 현 동작을 위원장인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등 대다수 언론들도 "동작을에 뼈를 묻겠다"는 정 전 장관의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기간 당시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정동영 출마는) 선거구도를 망친다. 수도권 선거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주 덕진은 민주당이 땅 짚고 헤엄치기다"면서 "정 전 장관은 민주적인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민주당 지도부나 소위 진보언론 <한겨레> 등의 정동영 공천 배제 이유의 타당여부를 말이다.

 

첫째, 정동영은 동작을에 뼈를 묻어라? "뽑아주면" 동작구에 뼈를 묻겠다는 선거구호다. 전제조건이 거부되었다. 정동영은 동작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동작을 선거에 투입된 것이 아닌가. 선거구호마저 걸고 넘어질 정도로 정동영 공천배제 이유가 궁색한 것일까. 지금과 같이 선거구호마저 걸고 넘어져서는 안된다.

 

둘째, 선거구도를 망친다. 전주 덕진은 민주당 텃밭이다. 수도권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이 구도이고 지역정당 이미지를 벗고 싶다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전북의 완주와 전주 덕진 선거에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된다. 지역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싶다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두 곳 선거구를 양보하면 된다.

 

민주당 텃밭 타령하며 인천 부평을 선거에 임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민주당이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 인천 부평을에 민주당 간판으로 후보를 낸다면 후보의 자질과 공약의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지금처럼 얄팍하게 꼼수를 부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작 통하지도 않는다. 길게 보아 우리 정당정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민주적인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맞다. 민주당 지도부가 민주적인 결정을 한다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정동영 공천과 관련한 정세균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의 최근 행태가 민주적인가. 아니다. 전주 덕진 유권자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지켜야할 절차적 민주주의는 온데 간데 없다. 공천신청 자체도 막겠다며 무조건 당 지도부에 따르라는 윽박뿐이다. 

 

정동영 공천파동에서 드러난 점은 비단 민주당 지도부의 비민주적인 사고방식과 행태만이 아니다. 소위 진보언론들의 비민주적인 행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겨레>는 14일자 사설에서 정 전 장관에게 "국회의원 출마여부를 놓고 자신이 속한 정당 사람들과 다투는 모습은 한마디로 꼴불견이다"며 다소 감정적으로 비난하면서 "지금은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해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때다"고 충고했다.

 

이후에도 17일자 <한겨레>는 '정동영 주저앉히기 민주당 지도부 총력전' 등의 기사를 통해서도 민주당 지도부의 의중 알리기에 열중이다. <한겨레>의 논조가 민주당 지도부가 밀어붙여 공천을 주지 말라는 독려성 기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비단 <한겨레>뿐만 아니다.

 

정작 민주당 지도부의 막무가내식의 정동영 공천배제의 꼴불견은 보지 않고, 정동영만 꼴불견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성폭력 혐의로 구속되었다. 민주노총이 피해자인 전교조 교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밝혀질 경우 조직이 위험해 질 수 있다.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라"며 두 달간 사건을 은폐하다 결국 폭로되어 민주노총 조직 전체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 생뚱맞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논리가 <한겨레> 등 진보언론들의 민주당 지도부 감싸기 논리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라 거대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때"라는 대의(?)를 위해서 민주당 지도부의 비민주적인 태도와 행태는 눈감고 오히려 독려(?)하는 태도가 민주노총의 "조직을 살리겠다"는 의식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해서 국민 전체에 봉사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출마할 자유는 있다. 선택은 유권자 몫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를 거치며 시나브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언론들도 반민주적 사고에 젖어 있다. 하지만 독재의 피해자들이 이렇게 독재자를 쫒아 가해자의 행동을 하는 것이 심리학적으로는 이해가 가는지 모르겠지만,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지금과 같은 비민주적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동조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민주노총 성폭력 은폐시도가 남의 일만 같지 않다. 그래서다. 진보언론들의 "대의론"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2009.03.18 11:24 ⓒ 2009 OhmyNews
#정동영 공천파동 #민주당 지도부 #한겨레 #정당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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