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길을 달리며 맞이한 봄

[포토] 더딘 봄이 그리워 한강에 봄마중을 나갔습니다

등록 2009.03.31 09:11수정 2009.03.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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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하는 한강 봄 마중 길에 개나리꽃들이 반겨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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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달린것 같은 개나리꽃들이 아이들처럼 참 귀엽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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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차갑고 스산했던 한강에 봄이 오니 작은 배들이 나비처럼 떠다닙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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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들과 개나리꽃은 봄에 보니 참 닮았습니다. ⓒ 김종성


저녁 뉴스를 보니 남도에서는 매화다 벚꽃축제다 하여 봄소식이 만발합니다. 티비를 통해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봄꽃들을 어서 직접 만나고 싶지만 제가 사는 서울에는 아직 봄꽃을 시기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네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지만 계절의 기운은 어쩔 수 없는지 한강가에 어느새 향기로운 쑥들과 노랑 개나리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자주 다니는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도시 생활에서 잊기 십상인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한창 개발중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한강가를 더욱 도시화, 인공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꿔놓은 화단은 보기에 아름답고, 넓어지는 아스팔트길은 사람에게 편리할진 모르나 쑥과 개나리꽃이 나고 자라는 자연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녘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에 맘이 설레이다가 결국 봄꽃을 보고 싶어하는 춘심을 못이기고 봄 햇살이 따사로웠던 지난 주말 애마를 타고 한강길을 달리며 봄마중을 나가 보았습니다.

봄이 오는 소식을 알리는 전령사로 매화나 벚꽃이 유명하지만 이곳 한강의 봄 전령사는 개나리꽃과 쑥 그리고 쑥캐는 아낙네들이랍니다. 겨우내 얼었던 황토빛의 땅에 파릇파릇한 새싹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곳엔 어느새 동네 아낙네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캐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쑥이지요.


이 커다란 도시엔 크고 작은 마트들이 워낙 많아 쑥이나 쑥떡같은 것들도 팔텐데 도시인이기 전에 농경민족의 후예여서인지 쑥을 직접 캐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옹기종기 앉아 쑥을 캐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이맘때나 볼 수 있는 도시 서울의 이색적이고도 정겨운 풍경이기도 하고요.

이 도시에 이런 강이 없었으면 서울살이가 얼마나 삭막했을까. 강에서 낚시를 하며 세월을 낚는 저 아저씨들은 얼마나 심심했을까. 사람에게 생명이 살아 있는 산과 강이란 참 소중한 존재구나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해가 지면 나타나는 꽃샘추위와 동반자인 차가운 바람으로 손이 시려워 장갑을 끼고 달려야 하지만 한낮에는 봄 햇살이 눈부시게 찬란합니다. 그런 생명의 햇살을 받아서인지 어느새 개나리꽃들이 한강가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노랑색은 생명과 기력을 불러 일으키는 색깔이라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개나리꽃들을 보며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고 달렸어도 덜 힘든 걸 보니 말입니다. 하루를 온전히 개나리꽃들 속에서 몸보신(?) 하고 싶다면 한강가의 아담한 산 응봉산에 들리면 좋습니다. 전철 응봉역에서도 가까운 이 산은 지금 온통 개나리꽃들로 가득하답니다.

자전거를 잠깐 묶어놓고 응봉산 정상의 팔각정을 향해 20여분을 천천히 걸어 오릅니다. 한강 주위가 탁 트여 보이는 전망좋은 응봉산 아래로 중앙선 전철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지나가노라면 멀리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 나기도 합니다.

강에서 레저용 작은 배를 타는 사람들, 자전거는 물론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등등 많은 시민들이 봄마중을 나왔네요. 제가 좋아하는 한강의 오래된 사람 전용 돌다리 살곶이 다리밑에도 푸릇푸릇한 봄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강가를 지나다가 만나는 청계천 입구에 파란색 자전거를 3시간 동안 무료로 빌려주는 대여소도 있습니다. 따로 회원가입이나 카드발급이 필요 없이 본인의 핸드폰 인증으로 쉽게 빌릴 수가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이 파란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상암동 월드컵 공원 입구에도 이런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있던데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봄이 그리워 몸이 근질근질한 성미급한 서울 사는 도시인이라면 한강가에 한 번 나가보세요. 초록향기의 쑥과 보기만 해도 기운나는 노랑 개나리꽃들이 반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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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봄 전령사는 개나리꽃, 쑥 그리고 쑥캐는 아낙네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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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강물도 덜찬지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며 찬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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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전용 돌다리 살곶이 다리밑에 난 푸릇푸릇한 생명들에 봄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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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가 청계천 입구에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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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가를 달리다 만나는 응봉산에는 개나리꽃들이 가득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 김종성

#한강 #개나리꽃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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