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는 사진과 배우는 사진

[사진은 삶이다 13] 사진으로 찾고 싶은 멋과 맛

등록 2009.03.30 16:02수정 2009.03.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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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골목길에서 오빠하고 공놀이를 하는 어린 동생은 엊그제까지 이 골목에서 즐겁게 뛰놀았습니다. 그러나 인천시에서는 이 골목에 깃들던 집을 끔찍이 밀어내고 골목길마저 허물면서 새로운 ‘넓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닦는다며 한창 바쁩니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몇 달쯤 뒤면 ‘그냥 반듯한 새 길’이지만, 이 길에서 눈물콧물 흘렸던 사람한테는 사진으로나마 아픈 생채기를 담겨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 최종규

▲ 망가진 골목길에서 오빠하고 공놀이를 하는 어린 동생은 엊그제까지 이 골목에서 즐겁게 뛰놀았습니다. 그러나 인천시에서는 이 골목에 깃들던 집을 끔찍이 밀어내고 골목길마저 허물면서 새로운 ‘넓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닦는다며 한창 바쁩니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몇 달쯤 뒤면 ‘그냥 반듯한 새 길’이지만, 이 길에서 눈물콧물 흘렸던 사람한테는 사진으로나마 아픈 생채기를 담겨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 최종규

 

 민방위훈련을 받는 자리에 아침부터 나갑니다. 민방위훈련을 받아야 하는 시간은 차츰 줄어 어느덧 한 해에 네 시간만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한 해 네 시간에 걸치는 민방위훈련은 아침 아홉 시부터 낮 한 시까지입니다. 이동안 응급처지 하는 이야기 두 시간,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끄거나 몸을 사려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 한 시간, 빨갱이 나라 북녘은 곧 무너지는데 남녘은 얼마나 많은 돈을 퍼붓고 있는가 하는 세뇌교육 한 시간입니다. 어김없이 국민의례를 하고 나라를 사랑한다는 노래를 부릅니다. 오십 분을 빡빡히 채워 강의를 들은 다음 오 분∼칠 분쯤 오줌 누거나 담배 태울 겨를을 내어줍니다. 교육장에 들어찬 분들은 거의 다 담배를 태우는지, 앞과 뒤와 옆 가리지 않고 사람들 몸에서 담배 내가 자욱합니다. 코가 냅고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야 괜찮다지만, 담배를 안 태우는 사람으로서는 거의 미칠 노릇입니다. 쉬는 겨를에 밖에 나가 본댔자 빙 둘러 담배 내음 몽실몽실 피어올라 차라리 교육장 안에 있을 때가 낫다고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안에서 담배를 태우지 못하게 하더라도 사람몸에 배인 냄새는 어쩔 길이 없습니다. 담배 태우는 사람과 안 태우는 사람을 따로 갈라서 시켜도 시켜야 하지 않느냐 생각하게 됩니다. 더 파고들어 생각하면, 민방위훈련이든 예비군훈련이든 할 까닭이 없습니다만.

 

 응급처치나 불 났을 때 어찌해야 하는가는 '군대를 나온 남자'만 알아야 할 일이 아니니, 온 동네 사람이 몸소 느끼고 알도록 해야 합니다. 억지로 한 곳에 몰아 가두어 시간 때우기로 길들이게 해서는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중에 몸으로 부대끼게 되었을 때 제대로 펼칠 수 없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도 가만히 앉아 책을 펼칩니다. 이 괴로운 굴레에서 스스로 풀려날 길은 오로지 책 하나에 마음을 바쳐 내 몸이 담배 내를 느끼지 않게끔 하는 일뿐입니다. 작은 앞가방에 챙기고 간 책 두 권, 《티베트 승려가 된 히피 의사》와 《판타지 책을 읽는다》 두 권을 시간마다 번갈아 읽습니다. 귀청을 울리는 마이크 소리와 둘레 사람들 북적이는 소리와 비디오 소리가 넘치는 가운데에도 책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아니, 놓을 수 없습니다. 아니, 오늘 챙긴 두 가지 책은 갖은 시끄러운 소리와 매캐한 냄새를 잠재울 만한 깊이와 너비를 선사해 줍니다. 나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마음을 느끼고, 나 스스로 헤아려야 하는 길을 짚으며, 나 스스로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 견디어야 할는지를 돌아봅니다. 아니, 견딘다기보다 어찌어찌 살아내야 할까를 곱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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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골목길 봄을 느끼도록 해 주는 골목집 스티로폼 꽃그릇을 들여다봅니다. 잘 골라 놓은 흙밭에서 새싹이 살짝살짝 고개를 디밉니다. ⓒ 최종규

▲ 봄을 부르는 골목길 봄을 느끼도록 해 주는 골목집 스티로폼 꽃그릇을 들여다봅니다. 잘 골라 놓은 흙밭에서 새싹이 살짝살짝 고개를 디밉니다. ⓒ 최종규

 

 지난해와 똑같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되풀이하는 지루한 강의를 한귀로 흘리며 책을 넘깁니다. 옆에 앉은 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당신 스스로는 이렇게 시끄러운 데에서는 마음을 모아 책을 읽을 수 없는데, 대단히 잘 읽으시니 놀랍다고 묻습니다. 읽던 책에서 눈길을 떼며 싱긋 웃고 대꾸합니다. "시간이 아까우니 책을 더 읽게 돼요." 입에서 저절로 몇 마디 이야기가 더 튀어나옵니다. "시끄러운 데에서 읽을 수 있어야 좋은 책이에요." "좋은 사람이면 누구나 만나듯, 좋은 책이면 어느 책이나 다 읽어요." "그냥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책이 있는데, 흔히들 그냥 좋은 책만 가까이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 내 마음속에서 나왔는지,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읽은 책에서 문득 느끼어 나왔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 말을 그때그때 잡아채어 책 한쪽 귀퉁이에 휘갈겨 적습니다. 이 생각이 오롯한 내 생각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지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임에도 내 가슴을 콩콩 두들기고 있기에, 잊어버리기 앞서 얼른 내갈겨 적습니다.

 

 네 시간에 걸친 민방위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담배 냄새 밴 겉옷을 벗어 대야에 담급니다. 조금 뒤에 빨아야지 생각하면서, 아까 휘갈기고 내갈길 글월을 되읽으며 갈무리합니다. 아까 그 잠깐 동안 이렇게 여러모로 '책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면서 말할 수 있었다니 뜻밖이라고 생각하다가는, 아무래도 그분이 나한테 말을 걸어 주었기에 내 마음에 잠자고 있던 무엇인가가 콸콸 터져나오게 되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그분이 건성으로 지나치면서 아무 말이 없었으면, 저로서도 이런 느낌을 나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깨닫지 못한 가운데 이런 말이 터져나오지 못했을 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사라지지 않았겠느냐 싶습니다. 오늘 아침나절을 민방위훈련으로 흘려보내야 했던 아픔이 말끔히 씻겨집니다. 자칫 잊거나 잃을 뻔했던 매무새를 다잡습니다. 스스로 늘 다짐하듯 말하고 있으나, 다짐하듯 말하면서도 스스로 놓아 버리곤 하는 말을 새삼스레 다독입니다.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밝은 빛이 내리쬐면 밝은 빛을 받아들여 찍을 노릇입니다. 빛 없이 어두웁다면 어두움 그대로 껴안으며 찍을 노릇입니다. 불을 터뜨릴 수 있고 빛을 막을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막아내는 빛과 어둠은 그때 잠깐입니다. 삶이 아니요, 흐름이 아닙니다. '바로 이때'도 아니며 '바로 이곳'도 아닙니다. 머리로 지어낸 '틀에 박힌 모양새'에 지나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뱃전에서 찍는 사진에는 흔들림이 묻어나야 합니다. 고요한 들판에서는 고요함이 새어들어야 합니다. 따뜻한 봄날에는 봄기운이 깃들어야 합니다. 추운 겨울철에는 추위가 뚝뚝 흘러야 합니다. 사진이기에 그렇습니다. 사진은 이러한 예술입니다. 사진이라 이 길을 걷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나누는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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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술동무 1994년부터 가까이 지내며 술잔을 부딪혀 온 술동무가 저까지 모두 넷인데, 넷은 그동안 나이도 먹고 시집장가를 가며 모두들 아이를 하나씩 대롱대롱 달아 놓게 되었습니다. 모두 멀리 떨어진 채 사는 가운데 네 사람 살림집에서 한복판 자리에 있는 선배네에서 모임을 하고 돌아가기 앞서, 애 엄마 된 두 동무녀석이 옷을 입히면서 수다를 떱니다. ⓒ 최종규

▲ 나이든 술동무 1994년부터 가까이 지내며 술잔을 부딪혀 온 술동무가 저까지 모두 넷인데, 넷은 그동안 나이도 먹고 시집장가를 가며 모두들 아이를 하나씩 대롱대롱 달아 놓게 되었습니다. 모두 멀리 떨어진 채 사는 가운데 네 사람 살림집에서 한복판 자리에 있는 선배네에서 모임을 하고 돌아가기 앞서, 애 엄마 된 두 동무녀석이 옷을 입히면서 수다를 떱니다. ⓒ 최종규

 

 아까 민방위훈련장에서 읽던 책 《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5)는 일본사람 가와이 하야오라는 분이 썼습니다. 시끄러운 가운데 내 마음을 온통 빼앗긴 글월이 많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를 들어 보면 글쓴이가 어느 동화책에서 따온 글월로, "복제인간. 그래. 너나없이 트레일러가 아닌 보통 집에서 살고, 엄마 아빠가 다 있고, 엄마들은 학교 바자회에 쓸 케이크를 굽고, 전화로 몇 시간씩 서로 수다를 떨어. 세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지. 복제 인간은 결코 외톨이가 될 수 없어.(133쪽)" 하는 대목입니다. 이 글월에서 마지막 줄 "복제 인간은 결코 외톨이가 될 수 없어."라는 대목에는 밑줄을 한 번 긋고 열 번쯤 거듭 읽었습니다.

 

 이 대목 밑으로 "획일화된 제복도 없고, 모든 사람의 '자유'가 보장되는 문화 속에서 복제 인간이 만들어진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다." 하는 글쓴이 말이 덧붙습니다.

 

 이 대목을 또다시 여러 차례 되읽으면서 섬찟섬찟 소름이 돋습니다. 어제 동네 구멍가게에 보리술 두 병을 사러 가다가, 구멍가게에 틀어져 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골든벨' 아이들이 하던 말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올해 저희 학교 교복이 바뀌었거든요. 지난해까지는 (제가 입은 이 교복처럼) 칙칙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줄무늬가 들어가면서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 하면서 자랑을 합니다. 학교옷 바뀐 일이 자랑이라니. 바뀐 학교옷이 '세련'되었다니. 이 아이들한테는 제 엄마 아빠가 학교옷을 맞추느라 허리가 휘는 이야기를 도무지 꺼낼 수 없을 뿐더러, 너희들한테 아무런 다름(개성)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그 틀에 박힌 군인옷 같은 제복에 어떤 멋이 있느냐 하고 물을 수 없습니다.

 

 몇 해 앞서 본 어느 인터넷만화에서는, '회사에서 양복이 아닌 자유로운 옷을 입어야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창의가 높아진다'고 하면서 양복을 못 입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뻘쭘해 하다가 하나둘 양복을 벗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데, 한주쯤 지나니 모든 직원들 '양복 아닌 자유로운 옷'이 똑같은 청바지와 똑같은 티셔츠에 똑같은 가디건에 똑같이 '목걸이 손전화' 모양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양복을 입으나 이렇게 입으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면서 끔찍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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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와 사진 오랜 술동무인 선배네 아이가 껑충 뛰어 제 아빠 품에 안긴다고 하다가 사타구니를 쿡 밟아서 바닥에 쓰러지며 아파하지만, 어린아이는 아빠가 왜 쓰러져 있는지를 알 턱이 없습니다. 술잔을 부딪히는 자리에서도 사진기를 늘 옆에 놓고 있으면서, 이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아 놓습니다. 앞으로 열 해쯤 뒤, 선배네 딸아이한테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 최종규

▲ 아이 키우기와 사진 오랜 술동무인 선배네 아이가 껑충 뛰어 제 아빠 품에 안긴다고 하다가 사타구니를 쿡 밟아서 바닥에 쓰러지며 아파하지만, 어린아이는 아빠가 왜 쓰러져 있는지를 알 턱이 없습니다. 술잔을 부딪히는 자리에서도 사진기를 늘 옆에 놓고 있으면서, 이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아 놓습니다. 앞으로 열 해쯤 뒤, 선배네 딸아이한테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 최종규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저이기에 제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저일 뿐이라 제가 아닌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저는 저일 따름이라 제 글을 쓰고 제 그림을 그리며 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제 둘레 사람들 이야기를 곰곰이 새겨듣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훌륭한 책을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꺽꺽대는 가운데 읽습니다. 이런 사진쟁이 저런 사진쟁이 작품이 담긴 사진책을 주머니 탈탈 털어 장만합니다. 이렇게 장만한 책을 수천 권 모아 동네에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다만, 다른 이 말과 생각과 글과 사진을 고루 받아들이고 빨아먹는다고 하지만, 제가 꾸리는 삶은 제 삶입니다. 제가 펼치는 글은 제 글입니다. 제가 찍는 사진은 제 사진입니다. 언제나 앞선 사람과 스승 같은 사람과 뛰어난 사람한테서 '삶을 배우'고 '사진을 배우'고 '생각을 배우'고 '슬기를 배우'고 '매무새를 배웁'니다. 그러나, 저는 저일 뿐이라 제 삶을 꾸리지, 그 훌륭한 분들 '삶을 베낄' 수 없습니다. '본뜰' 수 없고 '따를' 수 없으며 '좇을' 수 없습니다. 그분들 '사진을 베낄' 수 없으며 '생각을 베낄' 수 없고 '슬기를 베낄' 수 없는 가운데 '매무새를 베낄' 수 없어요.

 

 저는 제 깜냥껏 날마다 보리술 한두 병을 꼭 알맞춤하게 즐기거나 때때로 하루쯤 건너뛰면서 몸을 다스립니다. 좋은 마음동무를 만나면, 어쩌다가 보리술 대여섯 병을 비울 때가 있고 소주잔을 부딪힐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배속에서 받아들일 만큼만 마시지, 더 마실 수 없습니다. 술을 안 하거나 못하는 마음동무라면 둘이 나란히 안 마시거나 저 혼자 즐거울 만큼 마십니다.

 

 누구나 마음그릇대로 살아야 할 노릇이며, 마음바탕대로 즐거움을 찾을 노릇이요, 마음자리를 헤아리며 일과 놀이를 살피고, 마음밭을 제 손으로 제 땀을 바쳐 제 힘으로 일굴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떤 이는 말술이라 날마다 소주 다섯 병을 깔 수 있고, 어떤 이는 술이 안 받아 한 해에 한 잔도 안 마실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글을 많이 쓰느라 한 달에 한 권씩 끝없이 써댈 수 있으며, 어떤 이는 열 해에 한 권 가까스로 써낼 수 있습니다. 백 권을 써냈다고 더 훌륭하지 않고, 한 권을 써냈다고 덜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진 백만 장을 찍었다고 더 뛰어나지 않고, 사진 한 장 남우세스럽다고 못 내민다 하여 덜 뛰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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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헌책방과 사진 헌책방 사진을 찍으면서, 이 사진들은 꼭 헌책방을 찍는 사진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저로서는 책을 찍는 사진이며, 책 좋아하는 사람을 찍는 사진입니다. ⓒ 최종규

▲ 책과 헌책방과 사진 헌책방 사진을 찍으면서, 이 사진들은 꼭 헌책방을 찍는 사진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저로서는 책을 찍는 사진이며, 책 좋아하는 사람을 찍는 사진입니다. ⓒ 최종규

 

 백만 장으로도 모자랄 사람이 있고, 한 장으로도 넉넉할 사람이 있습니다. 천만 원에 파는 사진으로도 모자라다 느낄 사진쟁이 있고, 거저로 나눠 주어도 흐뭇하다 느낄 사진쟁이 있습니다.

 

 남이 보라고 찍는 사진이며 그림이며 글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사진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남이 보도록 하는 일로는 하지 않습니다. 남이 보고자 하면 볼 뿐이요, 남이 보아도 좋다면 볼 뿐인 사진이거나 그림이거나 글입니다. 사진을 하는 우리들한테는 우리 스스로 즐겁고 신나고 기쁠 뿐입니다. 내 삶을 꾸리면서 사진이 더없이 반가운 길동무라서 늘 품에 안고 있을 뿐입니다. 내 사진밭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흐름이 좋아서 '사진쟁이'로 살아가고자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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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찍는 사진 어린 딸아이를 사진으로 담을 때마다, 나 스스로 사진 참 많이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모여진 사진을 보면서, 나는 참 사진을 아끼며 찍는다고 느끼곤 합니다. 아이가 걸어가는 발자취를 담는 사진이기에, 그때그때 자라나는 모습을 담으려고 애쓰지만, 미처 못 담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훨씬 자주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곤 하기 때문입니다. ⓒ 최종규

▲ 아기를 찍는 사진 어린 딸아이를 사진으로 담을 때마다, 나 스스로 사진 참 많이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모여진 사진을 보면서, 나는 참 사진을 아끼며 찍는다고 느끼곤 합니다. 아이가 걸어가는 발자취를 담는 사진이기에, 그때그때 자라나는 모습을 담으려고 애쓰지만, 미처 못 담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훨씬 자주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곤 하기 때문입니다. ⓒ 최종규

 

 배병우 님 사진이 대단하다 느낀다면 대단한 사진입니다. 강운구 님 사진이 거룩하다 느낀다면 거룩한 사진입니다. 그러나, 배병우는 배병우입니다. 강운구는 강운구입니다. 그리고 배병우는 배병우가 아니라 사진쟁이입니다. 강운구 또한 강운구가 아니라 사진쟁이입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열 몇 살 어린 프로선수들이 으레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상대편 이윤열을 이윤열이 아닌 테란 유저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하고. "저는 상대방 이제동을 이제동이 아닌 저그 유저 중 하나로 생각할 뿐입니다." 하고.

 

 스스로 제 길을 걷는 사람만이 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제 삶을 꾸리는 사람만이 제 사진을 북돋우고 일으키는 손길을 배웁니다.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 사람만이 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웃음을 띄우고 눈물을 흘립니다. 제 길 제 삶 제 사진을 하는 사람을 보면 언제나 멋있다고 느끼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맛있는 밥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3.30 16:0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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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말 #사진찍기 #사진 #사진가 #민방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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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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