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인구 유출 원인은 경제와 교육,
해법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뿐"

[광역단체장 릴레이인터뷰 - 김완주 전북지사 ②] '전북 살리기' 해법

등록 2009.04.04 10:15수정 2009.04.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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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당 정치데스크, 정리: 김영균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영상: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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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에서 열린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산업지구 기공식'에서 발파퍼포먼스와 함께 대형트럭이 모래를 쏟아붇고 있다. ⓒ 전북도청 제공

27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에서 열린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산업지구 기공식'에서 발파퍼포먼스와 함께 대형트럭이 모래를 쏟아붇고 있다. ⓒ 전북도청 제공

지난달 27일, 물막이 공사 18년 만에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전국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로 두 번이나 공사가 중단되고 국책사업 사상 처음으로 법정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때 전북도청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랐다.

 

"우리도 한번 오염돼 봤으면 좋겠다."

 

지방자치, 지방문화, 지방언론의 정치학을 내부식민지론으로 풀어간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의 역저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2008)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서울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국고손실만 해도 연간 13조~15조 원에 이른다.…(중략)…그런데 환경운동가들이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낸 걸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환경운동가들이 죽으나 사나 매달리는 건 주로 지방의 개발문제고,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새만금이었다."

 

기자가 아는 강 교수는 지역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그는 자칭 '순정 환경보호론자'다. 그 흔한 운전면허도 자동차도 없다.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남들이 다 하는 골프도 안 친다. 실천하는 '순정 환경보호론자'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전북인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66년 252만 명이었던 인구가 2005년 178만 명으로 줄었고, 지금도 매일 60명꼴로 줄고 있다. 돈 벌어 떠나는 게 아니다. 대부분 먹고살 길이 없어 전북을 떠나는 거다. 그들이 객지 나가 어떻게 사는지 조사된 바 없다. 제발 국가인권위원회라도 나서서 그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해보면 좋겠다.…(중략)…이들의 인권은 사회적 의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새만금의 조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았어도 말이다."

 

김완주 전북 도지사는 '지방분권-지방균형발전의 전도사'이다. 그는 전북지역에서 관선 및 민선 시장-군수를 거쳐 도지사까지 지낸 '전북 전문가'이다. 전북 전문가인 김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전북도민이 200만 명이나 되는데 종합부동산세 대상자(6억 원 기준)가 단 한 명도 없다."

 

종부세 대상자가 단 1명도 없다는 게 과장이었으면 좋겠는데 실은 200만 명이 과장된 수치다. 전북인구 180만 명 대가 무너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것이 지방의 서글픈 현실이다. 김완주 지사가 새만금에 '올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지사의 '전북 살리기' 해법은 단호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북도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첨단부품소재, 식품 등 전략산업을 통해 50~100년간 먹고살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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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전북지역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인구가 주는 것이다. 원인을 조사해 봤더니 57%가 취직 등 경제 문제였고, 26~27%가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전북인구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와 교육, 두 가지였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지 않으면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해법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북도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첨단부품소재, 식품 등 전략산업을 통해 50~100년간 먹고살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새만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장 큰 프로젝트다."

 

- 전북도민 200만여 명 중 해마다 2만4000여 명씩 고향을 등지고 있다고 들었다. 또 하루에 60명씩 전북 인구가 줄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인구감소 추세가) 많이 줄었다. 유출 인구의 60%가 15~40세의 젊은 층인데 젊은 층 인구가 빠져나가는 여력이 없어 감소 추이가 좀 줄었다. 그게 지역사회의 고령화 등과 연계되고, 최근 일자리가 생기면서, 서울 가서 200만 원 받는 것보다, 고향에서 150만 원 받고 사는 것이 낫다는 풍조도 있다. 또 단적인 예로 귀농인구도 많이 늘었다."

 

- 전북도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그래서 기업 유치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고 모든 방법을 다해서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해'로 삼고 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 도정방침이 '하나 되어 전북을 바꿉시다' 이렇게 돼 있던데,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전북은 전통적 문화의 특징이 강하고 산업면에서 농업 비중이 큰 지역이다. 그래서 문화를 전통지향적에서 진취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고, 산업구조 자체를 농업에서 신산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국가균형 발전을 얘기할 때 늘 부딪히는 문제가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당연히 '선지방발전 후수도권 규제완화'다. 지금 단계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도지사 회의에서 누차 얘기했지만, 수도권 과도한 집중은 나라 전체의 경쟁력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지금은 지방에 성장거점을 만들어서 활성화된 다음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한 곳이다. 여기다 규제까지 풀리면 수도권 과밀화 피해가 크고, 지방의 과소화와 피폐화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 시도지사 회의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도 논쟁을 자주 하는가.

"그렇다. 논박을 많이 하다 보니, 그렇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정책이 나올 때마다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대기업 연수원 유치에 공을 들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수시설을 유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지리산권의 거점이자 관광도시인 남원시에서 연수휴양레저형 종합연수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10년간 총사업비 3천921억 원을 투자해 연수-숙박시설과 상가 그리고 위락-레저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작년에 용역을 마치고, 후보기업 100개를 선정해서 접촉 중인데 마침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많은 기업들이 홍보 및 연수 비용을 감축하는 등 모든 기업들이 지출 동결 상태에 있어 대기업 연수는 크게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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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단지가 적고 개발이 안 되었으면서도, 관광 이미지가 약한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전북은 지리산, 내장산, 덕유산, 그리고 변산 해상국립공원 등 4대 국립공원을 갖고 있다.  무주 리조트고 있고 또 외지 사람들이 부안 내소사, 남원, 고창 같은 데 와서 보면 놀라곤 한다. 이처럼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전북의 이미지가 약한 것은 '체류형 관광'이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관광자원을 홍보하거나 상품화하는 데 전략적으로 미흡했다고 본다."

 

- 어느 광역자치단체에서나 지역간 불균형이 갈등으로 나타나기 쉽다. 전남의 경우, 도청 이전한지 몇 년 지났어도 동부권과 서남권 사이의 갈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전북도 유사한 갈등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는가.

"전북은 무진장임남순(무주 진안 장수 임실 남원 순창) 등 동부산업권이 낙후된 반면에 서해안 쪽은 상대적으로 발전한 편이다. 특히 새만금사업이 크게 조성되면서, 동부권에선 '새만금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 동부권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발전전략은 동부산업권은 식품, 관광산업 쪽에, 서부황해권은 신산업 개발 컨셉으로 가고 있는데, 동부권에 도의 지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무주 리조트, 기업도시, 태권도 공원 등이 완성되면 그런 불만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진안 인삼, 임실 치즈 등 동부권의 다른 지역도 식품산업 클러스터로 지정, 관광과 식품산업을 연계해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

 

- 해마다 전국 부동산 가격 발표를 보면, 가장 비싼 데가 서울 명동이고, 가장 싼 곳은 전북 임실로 나온다.

"지금도 지가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지가가 낮기 때문에 그 점이 잠재력이다. 귀농인들을 만나면, 그분들이 놀라는 것이 땅값이 싸다는 것이다. 농지를 살 때 땅값이 싸서 놀라더라. 그런 것들이 큰 성장의 잠재력이 될 것이다."

 

- 시장, 군수를 다 해보셨으니까 여쭤 보는 것인데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전국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을 지냈는데, 그때도 가장 큰 이슈가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문제였다. 그때 각당 총재 만나면서 캠페인도 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당시 대국민 캠페인도 했지만 정당에서 강력한 반대를 해서 상당히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 뒤로도 역대 시장군수회장단 계속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을 만큼 현안이다. (정당공천 폐지는) 시간이 문제일 뿐이지 언젠가는 될 사안이라고 본다."

 

- 정당공천제의 가장 큰 폐단은 무엇인가.

"기초자치단체장은 특별한 정강정책이 필요치 않다.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도로, 다리 놓고 하수 처리하고, 이런 건데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사이에 차이가 없다. 기초자치단체는 정당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현행 정당공천제는 정당과 연계해 불필요한 논쟁 소지만 많고, 시군에는 도움이 안 되는 측면이 강하다."

#김완주 #전북지사 #새만금사업 #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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