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양보하라고 할 일 아니다"

[대담] 임성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병훈 교수... "사회연대노총 실현하겠다"

등록 2009.04.07 18:57수정 2009.04.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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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오른쪽)과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의 대담이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우리라고 만날 투쟁만 하고 싶겠나. 하지만 정부가 우리 목소리 듣지 않고, 계속 현장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려 한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투쟁밖에 없다."

임성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종일관 '투쟁'을 강조했다. 물론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강행하고, 경제 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면 길은 투쟁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해 이병훈 중앙대 교수와 생중계 대담을 가졌다. 이 교수가 질문을 던지고 임 위원장이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조직력 약화와 성폭력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노총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임 위원장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민주노총의 '재건'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사회연대'이고 방향은 '정면돌파'였다.

임 위원장은 "사회연대 전략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반성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얻어진 해답이다"며 "지금까지는 구호로만 외쳐지고 강령과 규약으로만 있었던 연대를 꼼꼼하게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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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 생중계 대담 ⓒ 김윤상


"우리라고 만날 투쟁하고 싶겠나, 하지만 정부가 강행한다면..."

이어 그는 "지금의 경제 위기에 대해 자본진영은 반성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려 하는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가 강제로 비정규직법 개악을 밀어붙이면 시민사회 진영과 함께 이명박 정부 임기를 단축시키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노동법 날치기를 막은 97년에 비하면 지금 민주노총의 힘은 약하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결국 임 위원장이 밝힌 전략은 "시민사회진영과의 연대"였다.

또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이 양보해라' '정규직이 고통분담하라'고 말할 일이 아니다"며 "정부 차원의 사회 보장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규직에게 양보하라고 말하지 않겠다, 오히려 더 투쟁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현재) 직선제 할 수 없는 조직을 (앞으로) 직선제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며 민주노총 위원장 직전제 실시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래는 임 위원장과 이병훈 교수와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 사회적 약자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사회연대노총'을 제시했다. 현재를 '연대'의 위기로 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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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사진)과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의 대담이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그동안 민주노총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사이에 진솔하고 성실한 연대가 이뤄졌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연대 전략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반성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얻어진 해답이다. 절대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구호로만 외쳐지고 강령과 규약으로만 있었던 걸 꼼꼼하게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 사회적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주력 사업장에서도 정규직 일자리는 그나마 보호되지만 비정규직은 많이 짤린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식은 모두 다르다. 비정규직이 왜 생겼나, 근본적으로 왜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확산됐나를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지난 97년 IMF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폭과 질이 확연히 다르다. 자본주의의 이윤 축적에 본질적인 위기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자본은 스스로 살기 위해서 노동비용을 줄이는 길로 가고 있다.

자본에게는 노동자를 쥐어짜는 게 당연하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걸 찬성할 수 없다. 일정한 이윤을 포기하고 전체 국민이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부자들은 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주머니가 얇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 재벌 주머니는 커지고 있는데, 노동자 비용만 줄이라고 하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정규직이 양보하라고? 오히려 더 투쟁하라고 말하고 싶다"

-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규직 몫을 비정규직과 나누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해당 조합원들 설득은 못한 것 같다. 어떻게 양보를 구할 것인가.
"정권과 보수언론 등은 '왜 비정규직을 방치하느냐'면서 정규직을 공격한다.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틈을 공략하는 것이다. 사회가 자꾸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정 부분 (민주노총이) 말려든 상황이다.

'정규직이 양보하라' '정규직이 고통분담하라' 이렇게 말할 일이 아니다. 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높은 것처럼 말하는데, 그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만큼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정부와 자본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와 장치 만들지 않고 '정규직이 양보하라'고 하는 건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다. 정규직들은 자신들이 양보를 해서 (비정규직을 위한) 재정을 만들다 해도 그것이 과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질 지 불신을 갖고 있다. 정규직이 무얼 믿고 양보하나.

정규직에게 양보하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더 강력한 투쟁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 보장 제도를 만든 다음 정규직에게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

- 민주노총 내부 문제를 보자. 정파 문제가 종종 나타났는데,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정파 운동에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내의 정파를 원천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정파 고유의 목적에 맞는 활동을 잘 하면 된다. 그런데, 패권적 사고가 문제다. 지금은 정파들이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성찰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요 모양 요 꼴'이 된 상당한 책임은 정파들에게 있다. 대중 조직의 중요한 일들이 정파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았나. 정파가 정신 못 차리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민주노총을 구할 수 없다. 정파들이 대중운동 발전을 저해한다면 내부 투쟁이라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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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오른쪽)과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의 대담이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 비정규직 법 개정과 최저임금제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일전을 겨루겠다고 했는데.
"아주 불가피한 상황을 빼고는 비정규직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과거 비정규직 법안을 도입하는데 일정정도 호응해 줬다. 그것만 봐도 노동계가 많이 양보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비정규직법도 악법인데, 더 개악하려는 건 노동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에 대해 자본진영은 반성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려 하는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경고 한다. 만약 정부가 강제로 비정규직법 개악을 밀어붙이면 시민사회 진영과 함께 이명박 정부 임기를 단축시키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 개악 강행하면 이 대통령 임기 단축투쟁 벌이겠다"

- 97년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때는 민주노총이 그걸 저지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동력이 없지 않나.
"냉정한 지적이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것은 죽어 있는 게 아니고, 시간과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보면 노동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게 확실하다.

어떤 기폭제가 발생하면 투쟁은 들불처럼 번지게 된다. 정부는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와해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 자체의 능력과 조직력은 미흡하지만 시민사회 진영과 연대하면 된다."

- 지금까지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는데, 많은 시민들은 민주노총이 싸움만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회연대전략 내용에 사회 약자들과 함께 나누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우리의 정책을 집행하도록 하고, 자본 역시 그에 호응하도록 여러 방법들을 동원할 생각이다.

형식은 정부 교섭일 수 있고, 경제단체와의 협상일 수도 있다. 우리라고 만날 투쟁하고 싶겠나. 하지만 그들이 우리 목소리 듣지 않고, 계속 현장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하려 한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투쟁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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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과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사진)의 대담이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인천지하철공사 등에서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사업장은 그동안 민주노총 부담금도 안 내는 사업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사업과 투쟁 방침에 대해서도 그동안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은 해당 사업장을 마치 민주노총의 핵심 조합이었던 것처럼 보도하는데, 우리의 충격은 하나도 없다.

벌써 제명하고 징계했어야 마땅한 조직이었다. 탈퇴를 환영한다. 그런 집행부는 빨리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갔으면 좋겠다. 다만 그동안 제명하지 않았던 것은 그 사업장에는 민주노총에 남아 있길 원하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다."

-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 선출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복안은?
"직선제를 만들고 성사키는 과정 자체가 혁신 과정이다. 오늘 당장 직선제를 하면 민주노총은 내일부터 망할 것이다. (현재) 직선제 할 수 없는 조직을 (앞으로) 직선제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반드시 해낼 것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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