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봄꽃구경요? 밭꽃구경도 좋습니다!

추운 겨울나고 메마른 밭에서 초록싹 틔운 회양목

등록 2009.04.10 17:04수정 2009.04.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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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인데 날이 여느해와 달리 초여름처럼 덥습니다.
그 바람에 봄꽃들은 제각각 들쭉날쭉 꽃을 피워댑니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줄줄이 만개하기 시작해 곳곳에서는 봄꽃축제를 연다고들 난리입니다. 답답한 세상살이 향기로운 꽃향기와 찬란한 꽃잎들 속에서 잠시 잊고 가라 손짓합니다.

그렇게 봄바람에 사람들이 봄꽃구경 나갈 때 저는 밭꽃구경을 나갔습니다.
어머니께서 웬일로 "회양목에 꽃이 피었다"라며 밭에서 전화를 주셔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정원수로 널리 이용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주달린 타원형의 잎이 늘푸른 상록활엽 관목인 회양목의 꽃은 정작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별볼일 없는 고추농사 대신에 철쭉나무를 심고 농사아비처럼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녹슨 비닐하우스 뼈대만 앙상한 윗밭에 가보니, 부모님은 작년 여름 값비싼 회양목 씨를 뿌려둔 밭 위에 덮어두었던 지푸라기를 걷어내고 계셨습니다.

지푸라기를 걷어낸 뒤에는 차양막으로 그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늘이 노했는지 비를 내려주지 않아 메마른 땅에서, 힘겹게 싹을 틔운 회양목의 어린 묘목이 따가운 봄볕에 지치지 말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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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철쭉도 심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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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농사짓는 농부처럼 녹슨 비닐하우스 파이프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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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처럼 솟아오른 회양목 새싹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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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회양목 씨를 지난해 여름 뿌렸더니 싹이 돋았다. ⓒ 이장연


차양막을 모두 친 어머니께 "회양목 꽃이 어디피었어요?" 하고 여쭈니, "꽃이 아니라 싹이 텄단다!"라고 하십니다. 전화상에서 싹을 꽃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차양막을 살짝 들어보니 정말 가녀린 회양목이 콩나물처럼 솟아있었습니다. 이렇게 솟은 회양목 묘목은 한 2년 간 15~20cm 정도로 밭에서 길러 묘목상에게 팔게 됩니다. 나무 묘목을 기르는게 또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새봄에 연한 싹을 틔운 회양목의 모습을 보니 4~5월에 핀다는 노란색 꽃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거리 곳곳의 회양목에서 연두빛 꽃대가 올라온 것도 새삼 눈에 띄였습니다.

봄꽃구경도 좋지만 냉이꽃과 민들레가 피어나는 밭꽃구경도 참 좋습니다.
이번 주말 화려한 벚꽃보다 소박하지만 단단한 싹이 꽃처럼 피는 들꽃구경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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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자 짙푸른 회양목도 연두빛으로 물들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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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볼일 없는 고추대신에 철쭉나무를 심었다. 철쭉도 곧 짙은 자줏빛 꽃을 피울꺼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회양목 #봄꽃 #들꽃 #밭 #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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