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살림'이야, '죽임'이 아니라고

[서평] 강수돌의 <살림의 경제학>

등록 2009.04.13 14:51수정 2009.04.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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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살림의경제학/인물과사상사/13000원 ⓒ 인물과사상사

웰빙이 시들해진 요즈음, 귀농․귀촌자를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시골마을의 주민들의 경우에도 사람을 놓고 평하기는 곤란해 하더라도 뭉뚱그려 '그네들'이라고 이야기 할 때는 거침없이 말하곤 한다.

도시에서 살림살이나 사업실패하거나, 큰 병에 걸리거나 할 때나 내려오는 것 아니냐고 하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도시의 동료, 친지들은 겉으로는 꽤 부러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꽤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생각하며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짐작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시골의 정착자들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까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의견인데 과연 왜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가한다. 짜인 동선과 틀에 박힌 시간 속에서 움직이다 보면 어느덧 '나'를 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내 동료와 내 가족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살아야지 하고 별일 없이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내 자신을 위한 먹거리의 해결과 내 자식의 교육에 대한 고민. 자연과 떠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깨닫는 과정에 놓인 것이 시골에 들어온 '나'이다.

'돈벌이'가 아닌 '살림'

'우리'는 죽임의 경제. 돈을 위한 삶. 행복과 자신의 자아를 위한 것이 아닌, 경쟁 속에 내던져져 살아남기를 강요당하는 삶속에 있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나'부터가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지금의 '흐름'에서 비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요즈음 최고의 화제인 경제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판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 '살림의 경제학'은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쓴,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문제의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너도 올라갔으니 나도 올라가겠다'는 식은 참된 대안이 될 수 없다…죽임의 길이 아니라 '살림의 길' 말이다."


인간이 '노동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 출산정책조차도 '노동력 확충'으로만 생각하는 현실은 학교 또한 "노동력을 키우고 강화하는 공장"에 불과하다.

원래 사색하는 공간이어야 할 학교는 지금 노동력과 그 가치를 키우는 것에만 주력한다. 군대에 가면 "규율과 복종을 배우는" 과정이 집중된다. 한껏 양성된 노동력으로 사회에 진출해도 생산과정에 참여하지만 현실은 "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할 기회마저 잃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지속가능한 경제가 아닌 소비를 위한 경제 시스템은 파멸을 불러올 뿐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사는 우리가 대통령이 공약한 4만달러 시대로 갔을때 과연 행복해 질 것인가가 문제다.

"가난한 나라 부탄이 피상적인 GNP(국민총생산) 대신에 GNH(국민총행복)을 국정 지표로 쓴다는 사실은 신선하다. 또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농민군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권력장악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자치'라 외치는 것도 매우 시사적이다."

'과도한 경쟁과 죽음을 부르는 시장 논리, 허울 좋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이론도 결국 허울뿐이다. FTA는 경쟁만 가속화 시킬 뿐이고, 전 세계 숲의 파괴와 자본의 고갈은 결국 축적된 자본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겠다는 게임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경제 비전은 '747'이었다. 연간 7%의 성장,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7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호 이면에는 '파이를 키우면 모두 잘살게 된다'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지금 온 세상을 둘러보라. '파이를 키운다고 저절로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지 않은가?…게다가 2008년 9월 이후 경제 위기로 파이 키우기는커녕 파이 지키기도 버겁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농민, 노동자, 여성, 이주민, 농촌, 학생, 중소기업, 한반도 전체의 희생 위에 대기업, 재벌, 금융자본, 부유층, 기득권층의 이해를 도모하려는 전선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대응한 사람들의 유형을 예로 들면서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듯하다 다른 편에서는 독립을 위한 저항과 불복종의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될 것을 추천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사회와 마을에 주목"하여 간디가 말한 자치경제와 공동체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온갖 위험물질로 가득한 우리의 밥상을 개선하기 위해 몸소 텃밭을 가꿀 것을 제안하고, 사교육으로 넘쳐나는 교육에서 비껴나서 아이의 삶과 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부모가 되자는 것을 기본으로 '대안적 식생활'과 '생협', '귀농운동'과 '대안교육'을 생각하고 '마을공동체운동'을 실현해 보자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현실 속에서 '익숙함'과 '길들여짐'에 있는 우리가 어디 그리 쉽게 움직이기가 쉽겠는가. 게다가 '우리'라는 틀 속에서 서로에게 위안을 받고 있으니 더더욱 '나'를 앞세우기가 힘이 드는 노릇이다.

덧붙이는 글 | yes24 리뷰, 블로그. 하니누리 리뷰게시판에도 같은 글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yes24 리뷰, 블로그. 하니누리 리뷰게시판에도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살림의 경제학 - 사람을 살리고 자연도 살리는 살림살이 경제학!

강수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09


#살림의 경제학 #대안적삶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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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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