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객에게 '묻지마 폭행' 당해 보니

[택시로 보는 세상 3]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무나 할 수 없는 택시운전

등록 2009.04.15 20:12수정 2009.04.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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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대낮에는 손님이 없어 마냥 빈 택시로 줄을 서 있는 택시들입니다. 파주시 문산 터미널 앞에 도로변 양쪽에 주 서있는 빈택시들 ⓒ 이정민


청년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합니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작년보다도 더 취업현실이 어려워져 취업 재수가 늘어나고 있고, 해고가 쉬운 일용직 근로자들이나 경기 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백수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은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위기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적금이나 보험을 깨는 추세가 크게 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없거나, 실업자가 되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그동안 보험을 들었던 것을 해약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뉴스를 접하다 보니 실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난달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자의 해약 및 실효 건수는 작년 4분기 218만5천 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5.6% 증가했다 합니다.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경제위기 상황에 박탈감과 상실감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 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요즘 연일 터지고 있는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사회 지도층의 금품수수 및 청와대 행정관 등의 도덕적 타락 등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까지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고백"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정삼문 전 청와대 비서관까지 검찰에 체포가 되자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까지 의문시 되고, 급기야는 검찰 소환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소식은 그동안 청렴까지는 몰라도 도덕성까지 무너져 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동정심마저도 상실되어 버렸습니다.

"삶이란 생각하기 나름이다. 욕심을 버리고 겸허한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고 살면 동전 한 닢만 갖고도 행복해 질 수 있다"라고 어느 유명인이 쓴 글을 자꾸 되새기면서 참고 또 참아가면서 택시 운전을 하는 현실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현재의 세상살이가 모든 것이 불확실성속에서 가려진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한창 언론이나 방송에서 떠들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요즘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한 언론 기사를 보노라면 답답하고, 어느 땐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오기도 합니다. "먹어도 탈 없는 돈인줄 알고 낼름 먹었던 전, 현직 거물들이 줄줄히 체포되어 구치소 안에 갇히거나 현재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인 사람들이 부지기 수"라고 택시에 승차를 한 손님들마저도 이구동성으로 말들을 합니다.

떵떵거리지 못하고 살아 왔어도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기에 저소득이나마 내 자신이 백수로 안주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 나름대로 자부심 또한 지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이란게 별거 있냐?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자. 현재의 삶을 원망하지도 부정하지도 말고 살자.자만하지도 말고 부정하지도 말고 살자"며 하루에도 수 십번씩 되뇌이면서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과거 좋았던 때를 연연하지 않고 변화되어야할 때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갈 데까지 가고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때 한다" 고 말들을 하는 택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봐야 생계유지도 안되는 수입이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일 입니다. 그러나 24시간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루 17시간에서 18시간 정도의 도로를 누비는 중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어떤 때는 술 취한 사람 모양 정신이 희미해지기도 하기도 합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침체된 사회적,경제적 분위기 속에 울적해서 한 잔, 짜증나서 한 잔,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탄 승객들이 택시기사를 아무런 이유없이 폭언, 폭행, 또는 요금 내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자주있어 사납금 채우기에도 급급한 기사들의 시간을 빼았고,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너무나 많아 택시 기사일을 그만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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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행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상대로 폭력 또는 협박을 행사하면 특가법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 ⓒ 이정민


택시기사에게 '묻지마 폭행'하는 취객 손님들

얼마 전 한두 달 사이에 택시기사  두 사람이 택시 탑승객들로 부터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62세된 택시기사가 육군 현역 소위(24세)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고, 또 안양에서도 역시 택시기사 양모(47세)씨가 승객인 손님(구로경찰서 소속. 이모 경위. 45세)과 요금 시비로 인하여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돈 1만 6천원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다 술에 취한 경찰관이 택시 기사를 목졸라 죽인 것 입니다. 그러나 사인은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단정지었다고 했습니다. 폭행치사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택시기사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직접 사인이 지병에 따른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나타났고, 가해자인 경찰이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봤다 하여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는 이를 기각을 했다고 합니다.

무섭습니다. 택시 기사로 일을 하다가 다른 사고가 아닌 택시 승객들로 부터 폭행을 당해 맞아 죽는 일이 언제 어느때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싶습니다. 뉴스에서나 듣고, 신문에서나 보고 했던 택시기사들에 대한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저 또한 며칠전 실제로 당하고 보니 택시 운전대를 잡은 1년이란 세월이 이제 진저리가 날 정도입니다.

엊그제 4월 6일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접수번호 제 20090047△△ 호 사건이 경사 김△△에게 접수되었습니다. 경기파주경찰서."

택시 손님으로부터 운행도중 아주 심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는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지구대에서 피해자 조서를 받고, 경찰서로 다시 인계되어 조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난 4월 6일 경찰로부터 사건이 접수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가끔 심야시간대에 취객 손님들로부터 이유 없는 폭언이나 차에오르자 마자 2~3분도 안되어 왜 뺑뺑 잡아도느냐며 뒷통수를 갈겨 대는 손님들에게 봉변을 당해 보긴 해도 그저 '술에 취한 개다'라고 생각을 하며 참아왔습니다. 화를 낼 줄 모르는 게 아니라 화를 참았던 것입니다. 승객과 다툼이 있다보면 시간 뺏기는 일이 다반사니까요.

하지만 그 날은 그야말로 '묻지마 폭행'이 었습니다. 지난 3월 24일 새벽 3시에 파주시 금촌동 로데오 거리 택시 정류장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중 손님이 차에 오르자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행선지 묻자 손님은 대답은 하지 않고 뭐가 그리도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지 혼자 욕을 해댔습니다. 

재차 행선지를 묻자 한참 후 '월롱 초등학교 '라는 말을 하길래 차량을 출발시켰습니다. 취객 손님은 혼자서 계속 혼자 쌍욕을 했습니다. 악을 쓰다가 혼자 궁시렁 대다가 말 입니다.

시끄러워도 그러거나 말거나 7~8분정도 주행을 했는데 '금촌 초등학교' 부근 오거리에서  적색신호에 걸려 차량을 세우고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차선의 자가용 운전자 얼굴이 낯익은 사람(동네 후배)이어서 눈 인사를 하려고 앞 유리를 열며 '어디 다녀오느냐'며 인사 한 마디를 했습니다.

순간 내 눈에서 별이 번쩍거렸습니다. 뒷좌석에 탄 취객 손님이 험한 욕과 함께 느닷없이 내 뺨을 후려갈기고, 이어서 내 뒷통수를 주먹으로 연이어 두어번 내리친 것입니다. 그러더니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차량의 문을 열고 쾅하고 닫더니 도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입니다.

어이없는 폭행을 당한 것도 억울하기도 하지만 택시기사인 내게 폭행을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여 차량을 우회전하여 세워두고 그를 쫓아가 붙잡고 왜 때리느냐고 항의를 하니 이번에는 발길질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때 나하고 눈인사를 나누었던 동네 후배가 쫓아 와  '왜, 사람을 때리느냐?' 며 항의를 하니, '너는 뭐냐' 며 그 친구 얼굴에 침을 뱉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얼굴에 침을 뱉어 버리니 참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친구가 '뭐, 이딴 놈이 있어?'하며 뺨을 한 대 때렸습니다. 난 우선 술 취한 사람이니 때리지 말라고 해 놓고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택시기사인데 운전 중 신호대기 중에 탑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말입니다.

5분도 안되어 경찰관이 왔습니다. 경찰관이 왔어도 횡설수설을 하는 택시승객과 택시기사인 필자, 그리고 동네 후배, 이렇게 세 명은  파주경찰서 금촌지구대로 가 가해자, 피해자 조서를 받았습니다. 조서를 꾸미고 난 경관은 제게 조서를 읽어보라도 했습니다. 사실 그대로였습니다.

지구대 안에서도 계속해서 욕지거리를 해대고 횡설수설을 해대는  취객인 가해자에게도 읽어보라고 하니 그 조서를 찢어 버리더군요. 경찰관의 나무람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자신이 왜 택시 기사를 폭행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택시운전, 아무나 할 수 없는 택시운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방을 경영했던 김씨도, 괜찮은 회사에서 근무를 했던 장모군도, 식당을 운영하다 접었다는 이씨도, 포장마차를 했다는 윤씨도 현재 택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들 그만 접어야겠다는 말들을 합니다.

하루 24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중노동에 끼니도 때울 수 없는 형편 없는 수입에, 취객 탑승객들로 부터 당하는 모욕,협박, 이유 없는 '묻지마 폭행' 때문에 모두들 진저리를 치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 경기 침체가 마치 "택시기사 네 놈들 때문이야"라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쉽게 취업 할 수 있는게  택시 운전입니다.  하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택시 운전입니다.
#택시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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