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은 작은 우주

[헌책방 나들이 196] 서울 홍제동 〈향기나는 책방〉

등록 2009.04.19 18:19수정 2009.04.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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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 모르는 이야기를

 

 서울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 내려 개미마을로 들어서는 안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지하에 들어서 있는 조그마한 헌책방 한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간판 하나만 벽에 붙여놓고 있기에 간판을 못 찾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홍제동 골목길 안쪽에서 살아가는 분들 가운데 이곳에 헌책방이 있는 줄 모르는 분이 꽤 많지 않으랴 싶습니다.

 

 그만큼 숨어 있는 헌책방입니다. 아주 조그맣게 마련된 헌책방입니다. 책방이름은 〈향기나는 책방〉인데, 이 작은 헌책방에서 뿜어내는 내음을 맡지 못할 분이 많겠구나 싶습니다. 책내음을 잊거나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자그마한 헌책방은 사뿐사뿐 조용하게 찾아가는 맛이 있습니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없고, 크기가 작은 만큼 책꽂이 개수가 적어 갖춘 책이 적습니다만, 온갖 책을 골고루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책방 일꾼 스스로 가려내고 추려내어 갖춘 책을 들여다보는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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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간판. 꼭 요 하나만 붙어 있기 때문에, 이곳을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 최종규

책방 간판. 꼭 요 하나만 붙어 있기 때문에, 이곳을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 최종규

 

 문을 당기고 계단을 밟아 천천히 책방으로 들어섭니다. 다른 책손이 없는 호젓함을 느끼면서 책시렁 하나하나 살피는 가운데 《이케우치 사토루/나일성 옮김-아빠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현암사,1993)라는 책 하나를 먼저 집어듭니다.

 

.. "아빠, 은하는 거품처럼 흩어져 있다고 하셨잖아요? 10억 년 무렵에도 이미 거품 모양으로 흩어져 있었나요?" "이렇게 먼 은하, 즉 그만큼 오래된 은하는 아직 열 개 정도밖에 발견하지 못해서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는지 아직 확실히 모른단다." "뭐야,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잖아요!" "모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지. 여러 가지 연구할 것이 많으니까." ..  (20쪽)

 

 아이들은 아빠한테서 배우고 엄마한테서 배웁니다. 아빠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엄마가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학교라는 데가 생기기 앞서 집에서 가르침이 있었고 배움이 있었습니다. 글이든 셈이든 세상살이든, 아이 마음과 몸에 가장 알맞춤하게 가르칠 수 있던 사람은 아빠요 엄마였습니다. 어떤 전문가만 가르칠 수 있는 별 이야기가 아닙니다. 몇몇 전문가가 되어야 알려줄 수 있는 우주 이야기가 아닙니다. 엄마와 아빠는 제 엄마 아빠한테서 배웠고, 그 엄마 아빠는 당신을 낳은 엄마 아빠한테서 배웠습니다. 엄마 아빠가 가르치며 물려주는 이야기를 오늘날 학교에서 도맡아 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세상 모두를 다 알지는 못하는 노릇입니다. 모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 '아직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 모르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새롭게 알아내어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이를 낳게 된 다음 제 아이한테 가르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이를 낳게 될 때에도 제가 낳은 아이 앞에서 '아직 모른다'고 할 만한 또다른 이야기가 있을 테지요.

 

 그러고 보면, 헌책방 나들이는 늘 모름투성이입니다. 오늘 어느 골목에서 어느 헌책방을 만나게 될는지 모릅니다. 오늘 찾아가려던 헌책방이 문을 닫고 말았는지 모를 노릇이고, 어제까지 없던 헌책방이 새로 문을 열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오늘 찾아가는 이 헌책방에서 어떤 책을 만나게 될는지 모를 노릇이요, 오늘 만나는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게 될는지 모를 노릇이며, 오늘 읽어내는 이야기로 내 마음과 생각이 어떻게 바뀔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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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헌책방 책시렁은 크기만큼 작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곳에도 깊은 우주가 서려 있습니다. ⓒ 최종규

작은 헌책방 책시렁은 크기만큼 작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곳에도 깊은 우주가 서려 있습니다. ⓒ 최종규

 

 (2) 울타리를 허무는 책

 

 소설책 《이문구-우리 동네》(민음사,1981)를 뒤적이다가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한국기독교 민중교육연구소-농민가락 차차차》(돌베개,1985)라는 책을 구경합니다. 겉장이 풀빛으로 꾸며진 《농민가락 차차차》는 농사꾼한테 고달프도록 맞추어진 나라 정책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농사꾼 스스로 찾고 누릴 문화를 보여주면서 함께하자는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책이 나온 1985년도 그러했을 테고 요즈음도 그러한데, 이 책을 볼 사람은 도시 지식인이나 젊은 학생이 아니었던 만큼, 판짜임이 크고 글씨가 굵직굵직합니다. 이야기는 부드러우면서 손쉽습니다. 길게 늘어지지 않습니다. 이만한 책을 요즈음에도 펴내어 시골에서 농사짓는 어르신이 스스로 읽게끔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 "하늘엔 유독가스 떠 있고 강물엔 공장 폐수 흐르고"란 노래를 부를 정도로 대기오염이 문제되는 세상이요, 언젠가 소 도살업자들이 소에 물을 먹여 문제가 될 정도로 양심이 물먹는 세상입니다. 또, 문화가 오염된 세상이요, 대중매체에 의해 민중의 삶이 물먹는 세상입니다. 우리 농민들은 식민주의문화에 물먹여지고, 도시소비문화에 병들어 가고 있었으며, 더우기 팝송 등 미국 일본 등의 얄팍한 상업주의 대중가요에 빠져 우리 겨레의 넋을 잃어만 가고 있읍니다 ..  (머리말,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 배종열)

 

 그렇지만, 이만한 책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농사짓는 분들한테 이 책을 알리기 쉽지 않을 뿐더러 팔기 만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삶터 가까운 데에 남아 있는 책방이 거의 없습니다. 시골 읍면에 남아 있는 책방에 '농사꾼 된 사람이 즐겨 읽을 책'을 알뜰히 갖추어 놓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농협 매장이나 은행 한켠에 '농사꾼한테 도움이 될 책이나 농사꾼이 즐길 만한 책'을 갖추어 놓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농협에서 이런 데에 마음쓰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보다도 농사짓는 분들이 바쁘고 힘들어 책장을 넘길 겨를이 없다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일손을 놓고 쉴 때에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는 데에 익숙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데에는 낯설거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이 바쁘고 힘들어 책 못 읽기로는 농사꾼만이 아니라 도시 노동자도 마찬가지이며, 도시 회사원도 매한가지이거든요.

 

['선창' 노래말 바꾸기]

울려고 양파 했든가 웃을려고 고추 했든가

무안들 황토길에 왕창 썩는 양파 신세

그대와 둘이서 양파를 심든 그날은

지금은 어디로 갔나 부채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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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최종규

겉그림. ⓒ 최종규

['타향살이' 노래말 바꾸기]

뉴질랜드 소고기야

어찌하여 한국 왔냐

니가 와서 한국 농민

눈물 속에 한숨짓는다

옥수수야 밀가루야

바다 건너 오지 마라

술에 취한 한국 농민

길바닥에 쓰러진다

자가용에 몸을 싣고

관광하는 내 형제야

농촌 자식 서울 다 가고

늙은 몸만 농사짓는다

 

['고래사냥' 노래말 바꾸기]

비료값 농약값 모두 올라도

농민들 쌀값은 오르지 않네

농민 위한 농협은 장사만 하고

죽는 것은 농민뿐 빚만 늘어가네

자 올려라 쌀값 올려라

쌀값 쌀값 쌀값 쌀값 쌀값 올려라

 

['고향의 봄' 노래말 바꾸기]

내가 사는 동네는 새마을 동네

일본쌀과 미국쌀 수입 등살에

마늘ㆍ양파ㆍ배추값 똥끔된 동네

그 속에서 사는 농민 서럽읍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새마음 동네

라디오와 텔레비젼 선전 등살에

처녀 총각 서울로 도망간 동네

그 속에서 사는 촌놈 미치겠네요

 

 농사꾼들이 즐겨 부를 만한 노래를 노래말만 살짝 바꾸어서 악보와 함께 실어 놓습니다. 사이사이 신문 자료나 정부 자료를 적어 넣으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04쪽을 펼치면, "충남 홍성의 경우 82년 1월∼7월에 농민 47명이 농약을 뿌리다 중독되어 사망했다.(한국일보 1982.8.6.) 우리 나라 농약 사용량은 지난 65년 이후 약 21배가 증가했는데 이것은 식량증산을 위해 병충해에 약한 신품종을 개발한 결과, 농약을 많이 쓰게 되고, 농약을 자꾸 쓰게 되면 각종 해충도 저항력이 강해져 다시 더 많은 더 강한 농약을 쓸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1983년 국립보건원 조사)"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농사꾼 삶이 팍팍하다는 숱한 자료와 기사를 읽다가 문득, 신문이며 방송이며 '몇 년 몇 월 몇 일에 나라 안팎에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하는 이야기를 '오늘 역사'라고 하며 들려주고는 하는데, 농사꾼 삶이나 삶터와 얽힌 이야기를 놓고는 아직까지 '오늘 역사' 한 토막으로 다룬 적은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몇 년 몇 월 몇 일에 농사꾼 아무개가 어디에서 농약을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라든지, 몇 년 몇 월 몇 일에, 헐값으로 매긴 수매값에 성이 난 농사꾼들이 시위를 했다는 이야기라든지.

 

 산업재해로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라거나, 어떤 미군범죄가 있었다는 이야기라거나, 입시지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라거나, 우리 세상을 곰곰이 돌아보도록 하는 이야기를 '오늘 역사'로 다루기는 어려웠을까요. 그다지 다룰 만한 값어치가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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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일꾼이 앉는 자리. 골마루가 넉넉하도록 책을 꽂아 두었습니다. ⓒ 최종규

헌책방 일꾼이 앉는 자리. 골마루가 넉넉하도록 책을 꽂아 두었습니다. ⓒ 최종규

 

 잡지 《기자통신》 1호(1999.1.), 2호(1999.2.), 3호(1999.3.)를 더듬어 봅니다. 이 잡지가 지금도 나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사 기자들이 '내 신문사'나 '내 방송사'라는 틀을 넘어 '똑같은 기자로 흘리는 땀방울' 이야기를 모두어 내려던 이 잡지 목숨은 얼마나 잇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읽히면서 얼마나 널리 나누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어떤 기사들을 보면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기 전에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물론 현안을 빨리 기사화하는 속보성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  (주극천-중국 신화사 통신 서울지국장 / 3호 57쪽)

 

.. 우리 언론 풍토에서는 우리 사회를 냉철하고 예리한 안목으로 바라보는 '범사회적 언론인'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 기자'만 존재할 뿐이다. 특정사에 예속된 기자는 특정사를 위해 일할 뿐, 공익을 위해 일하는 기자가 되기 어렵다. 이래서야 우리 나라의 대기자가 되기도 어렵다 ..  (성유보 / 3호 5쪽)

 

 '○○사 기자'라는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낼 수 있을 때, 우리 둘레 뭇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사 기자'라는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 있을 때, 내 가까운 이웃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 기자'한테만 할 말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다른 일자리와 일터에서도 거의 매한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지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새로 읽는 책에 담긴 이야기를 꾸밈없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겉만 핥는다든지 한두 가지 지식조각을 주워섬기는 데에 그치고 맙니다. '이제가지 알고 있던 지식'은 한켠에 밀어두거나 잊는 가운데, 내 눈과 마음과 생각과 넋을 새롭게 열어젖힐 이야기를 기꺼이 껴안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온몸으로 읽고 온몸으로 새기며 온몸으로 펼쳐야 비로소 책이 아니겠느냐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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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에 와닿는 책을 만나는 몫은 우리한테 있습니다. ⓒ 최종규

우리 마음에 와닿는 책을 만나는 몫은 우리한테 있습니다. ⓒ 최종규

 

 (3) 작은 책방은 작은 우주

 

 졸업사진책이 두 권 눈에 뜨입니다. 먼저 《서울 공항중학교 25회》(1981) 졸업사진책. 사진을 죽 넘기는데 아이들 담은 모습은 그냥저냥 맨숭맨숭하고 멋없습니다. 제 중학교 졸업사진책이 떠오릅니다. 이 25회 서울 공항중학교 졸업사진책하고 제 중학교 적 졸업사진책은 사뭇 비슷한 느낌입니다. 더없이 대충대충 엮었다는 느낌. 사진관은 돈벌이로만 만들고, 학교는 귀찮아 하듯 만든 졸업사진책이라는 느낌. 우리한테는 꼭 한 번만 다닐 수 있으며, 그 푸른 한때가 남겨지는 졸업사진책이지만, 졸업사진책 만드는 사람이나 졸업사진책을 내어줄 학교는 '해마다 치르는 일거리'로 여긴다는 느낌.

 

 다음으로 《서울 양정고등학교 69회》(1984) 졸업사진책을 넘깁니다. 공항중학교 것보다는 낫다고 느껴지지만 딱히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양정고등학교 69회 졸업사진책에서는 이무렵 이 학교에는 '학교옷이 없었음'을 엿보게 됩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복자율화'라고 있었고, 이에 따라서 학교옷을 없앤 학교가 꽤 많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온 '교복강제'가 학부모와 학생 모두한테 안 좋다고 하면서 '교복자율화'를 했는데, 이제는 어느 중고등학교를 가 보아도 죄다 학교옷을 맞춥니다. 학교옷 없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우리 나라에 한 군데도 없게 되지 않았을까요? 이제 막 새로 지은 학교라면 아직 없을 테지만, 한두 해쯤 지나면 착착착 갖춰 입도록 맞추어져 있는 우리 교육 터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입어야 하는지, 꼭 입어야 하는지, 입어서 무엇이 좋은지, 입어야 한다면 '왜 학생이 사서 입게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으레, 아니 반드시 입어야 하는 줄 여기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양정고등학교 교실이 담긴 사진이 반마다 있는데, 반마다 벽은 휑뎅그렁합니다. 알림판 하나 붙어 있지 않아요. 왜 알림판을 없앴을까요? 이무렵은 교복자율화와 함께 '환경정리 자율화'도 했을까요? 아니면, 고3 교실이니까 오로지 시험공부만 하라는 뜻에서 교실을 '아주 말끔하게' 치웠을까요?

 

 한참 책에 빠져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잊습니다. 퍽 오래도록 책 구경을 했다고 느끼면서 부랴부랴 책값을 치릅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늦어지지 않았나 걱정스럽지만, 조금 늦게 가더라도 내 마음 살찌우는 책 몇 가지 만났으니 홀가분합니다.

 

 돌아가는 전철길에 읽을 책 하나는 손에 쥐고 나머지는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헌책방 아저씨한테 "구경 잘하고 돌아갑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인사를 한 다음, 내려오던 계단을 올라갑니다.

 

 밖으로 나오니 공부를 마친 초등학교 아이들이 책방 앞 길가에 서서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저희가 수다 떠는 바로 옆에 헌책방이라는 데가 있음을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알는지 모르고, 어쩌면 모를는지 모릅니다. 알면서 나들이를 오는 동무가 있을 수 있고, 알면서 나들이를 안 오는 동무가 있을 수 있으며, 모르니 나들이를 안 오는 동무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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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홍제역에서 안쪽 골목으로 죽 들어오면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최종규

지하철역 홍제역에서 안쪽 골목으로 죽 들어오면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최종규

 

 해와 달과 별과 지구가 있는 이 세상은 큰 우주입니다. 이런 책 저런 책 골고루 깃들어 있는 이 조그마한 헌책방은 조그마한 우주입니다. 우리가 살림을 꾸리는 보금자리도 또다른 우주이고,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학교도 새삼스러운 우주입니다.

 

 조그마한 우주인 헌책방은, 처음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빈손과 빈몸과 빈마음으로 들어가지만, 나올 때에는 든손과 든몸과 든마음으로 나옵니다. 책을 들든 이야기를 들든 한껏 북돋우게 된 마음을 들든, 몸과 마음에 무엇인가 새로운 무엇을 하나쯤 들고 돌아서게 됩니다.

 

 저는 오늘 하루, 작으면서 넓고 좁으면서 깊으며 적으면서 고른 이야기를 헌책방 나들이에서 얻어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덧붙이는 글 | - 서울 홍제동 〈향기나는 책방〉 / 010-3546-7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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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9 18:19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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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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