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나

[책과 삶과 말 6 : 61~72] 요새는 애들이 훔칠 만한 부모들 책이 줄었다

등록 2009.04.23 11:23수정 2009.04.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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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 책값 쓰기 : 돈을 버니까 책을 사서 읽는다. 남들이 보기에 내 벌이는 쥐꼬리만큼도 안 되니 책 살 돈이 넉넉하지 않을 듯 여기지만, 나로서는 책 살 돈으로 넉넉하고 필름값 대기에도 넉넉하다. 꼭 써야 할 데에만 돈을 쓰니까 책을 사건 필름을 사건 그리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머니에 돈이 남아돌지는 않는다. 책값을 대고 필름값을 대면 그예 텅 비어 살림돈 대기에 빠듯한 하루하루가 되고 만다. 다만, 빠듯한 살림살이는 어떻게든 꾸리게 되니 없는 돈으로 그럭저럭 버티지만, 오늘 하루 지나치거나 놓치면 다시는 만날 길이 없게 되는 책만큼은 어떻게든 다시 장만하기가 어려우니 주머니가 후줄근해도 그예 사들고야 만다. 새로 나온 책이라 할지라도 오늘날 흐름에서는 그때그때 새책방에서 장만하지 않으면 금세 판이 끊어지거나 다 팔리고 동이 나 못 사게 되는 일이 흔하다. 헌책방 헌책이든 새책방 새책이든 그날 그곳에서 눈여겨보았다면 곧바로 사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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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책들. 두툼한 책은 양장으로 만들어야 뒤틀리지 않고 꽂아 두기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파본이 나오기 쉬운 만큼, 따로 두꺼운종이로 겉싸개를 마련해 두는데, 이렇게 해야 겉싸개만 갈면 되기 때문에, 반품 들어오는 책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 최종규

요즈음 책들. 두툼한 책은 양장으로 만들어야 뒤틀리지 않고 꽂아 두기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파본이 나오기 쉬운 만큼, 따로 두꺼운종이로 겉싸개를 마련해 두는데, 이렇게 해야 겉싸개만 갈면 되기 때문에, 반품 들어오는 책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 최종규

 

(062) 책껍데기 : 사람은 누구나 겉모습에 사로잡히거나 이끌린다고 한다. 겉보기에 예쁘면 마음이 쏠리고, 겉모습이 아름답다 싶으면 마음을 빼앗긴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마음 움직임을 헤아리면서, 책마을 일꾼 또한 책 껍데기에 그토록 많은 품과 돈과 땀을 바치는지 모를 노릇이다. 알맹이가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답다 한들, 겉옷이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만 안 읽히거나 사랑 못 받으며 안타까이 눈물을 흘릴까 걱정을 하게 되는지 모를 노릇이다. 틀림없이 겉꾸밈에도 마음을 쏟아야 한다. 어김없이 책옷 또한 잘 입혀야 한다. 그러나, 마음을 쏟는 일과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다르다. 책옷을 입히는 일과 책차림과 책꾸밈에만 푹 빠져드는 일은 다르다. 여느 사람들 핑계를 대면서, 여느 사람들이 자꾸자꾸 겉매무새에만 홀려들게끔 책마을 일꾼 스스로 내몰고 있는 셈은 아닌가.

 

 

(063) 좋은 책쟁이 : 좋은 나무쟁이는 나무를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농사꾼은 농사를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자전거꾼은 자전거를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어버이는 아이를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책쟁이는 책을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들한테 읽힐 책을 만드는 책쟁이 스스로 누구보다 먼저 '책으로 묶을 글'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즐겨읽는 한편, 이 글을 잘 헤아리고 삭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이야기가 좋은 책이 되도록 애쓰는 좋은 책쟁이이기 때문에, 제 손으로 일구는 책을 비롯해 제 이웃 책쟁이가 애써 일군 좋은 책을 하나하나 알아보며 기꺼이 즐겨읽습니다.

 

 

(064) 요즘 사람들 집에는 : 부산에서 ㅇ신부님을 만나 술 한잔 얻어 마시던 자리. ㅇ신부님은 당신 어릴 적을 떠올리면서 이야기한다. "예전엔 애들(당신을 비롯해 여러 동무들)이 '부모 책'을 훔쳐서 내다 팔기라도 했지, 요새는 애들이 훔칠 만한 부모들 책이 있나? 집에 헌책방에 내다 팔 책이 없어."

 

 헌책방에는 '새책으로 팔리고 읽힌 책'이 들어온다. 그래서 '새책으로 팔리고 읽힌 책'이 훌륭하고 아름답고 거룩하다면,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헌책 또한 훌륭하고 아름답고 거룩하다. 그러나, 새책방에서 팔린 책이 온통 돈바라기 책이었다면,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은 얄딱구리한 케케묵은 책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돈바라기 책이란 오래도록 널리 읽힐 책이 아니라 금세 팔아치우려고 엮는 책이기 때문에. 새책방에서 팔린 책이 살뜰하거나 따뜻했다면,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 또한 살뜰하거나 따뜻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새책방에서 팔린 책이 오로지 교재요 자습서요 학습서투성이였다면, 우리네 헌책방을 가득 채우는 헌책 또한 교재와 자습서와 학습서로 가득 차 버리게 된다.

 

 이리하여, 우리들은 헌책방을 가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사서 읽고 있는지. 사람들 책즐김이 어떠한지. 사람들 마음밥이 되는 책으로는 무엇이 팔렸고 무엇이 되읽히려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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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다리는 책이란, 우리들 삶을 하나하나 채우거나 보듬어 주는 좋은 말벗이자 스승이곤 합니다. ⓒ 최종규

우리를 기다리는 책이란, 우리들 삶을 하나하나 채우거나 보듬어 주는 좋은 말벗이자 스승이곤 합니다. ⓒ 최종규

 

(065) 내가 읽은 책은 : 내가 한 권 두 권 사들여 읽고 갖추어 놓은 수많은 책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살찌우며 이끌어 주던 고마운 스승이다. 이 책들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지킴이가 되어 주고 도움이가 되어 주며 이끔이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내가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이 고마운 책을 내 앞선 이들한테서 반가이 얻거나 물려받아 읽게 되었듯, 그때에도 누군가 나한테서 책을 물려받거나 얻거나 이어받을 새로운 젊고 어린 넋들이 제 삶을 키우고 제 꿈을 북돋우며 제 길을 갈고닦을 이야기 한 자락으로 받아먹을 수 있을 테지. 사람은 죽어도 책은 죽지 않으니까. 사람은 떠나도 책은 남으니까. 사람은 잊혀져도 책은 잊혀지지 않으니까.

 

 

(066) 사람 삶과 출판사 삶 2 : 우리 나라에도 널리 사랑받은 일본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 나우시카가 눈물을 흘리며 오래된 병든 나무를 불사르는 대목이 나온다. 작은 목숨 하나 헛되이 잠들지 않도록 애쓰는 나우시카한테는 오래도록 제 삶을 이어오며 사람과 자연한테 너른 사랑을 베푼 늙은나무를 불살라 죽이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늙은나무에 끔찍한 병이 들어 도무지 되살릴 길이 없을 뿐 아니라, 다른 나무한테도 얄궂은 병이 퍼지게 되니, 거룩한 늙은나무 태워죽이는 일을 스스로 도맡는다.

 

 나라안에서 '좋은 책 만들기'로 이름난 적잖은 출판사들이 '여느 작은 출판사에서 애써 펴낸 좋은 책' 계약기간이 끝날 즈음 웃돈을 얹어가며 빼돌리기를 하곤 한다. 돈이 많으니 웃돈을 얹어 새로 낼 마음을 키운다 할 테며, 돈많은 출판사에서 더 오래도록 책을 펴내 준다면, '좋은 책을 썼다는 사람'한테도 한결 나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돈많은 출판사는 얼마나 오래도록 그 좋은 책을 살려 줄 수 있을까. 그 돈많은 출판사는 그 '작은 출판사에서 꾸준히 내면서 모자란 살림돈을 보태게 해 주는 좋은 책' 하나까지 빼앗아서 내야만 하도록 돈벌이가 책만들기에 앞서는 노릇이었을까. 아니, 돈많은 출판사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돈없고 작은 출판사에서 내는 좋은 책' 계약기간이 끝날 때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얼른 가로채기일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퍽 많은 사람들은 '더 낫게 대접해 주겠다'는 일터로 갈아타기 마련이고, 좀더 싸게 물건을 파는 가게로 발길이 가기 마련이다. 돈없고 작은 출판사로서는 그 '좋은 책(그러면서 제법 팔리는 책)' 하나는 출판사가 문닫느냐 마느냐 하는 생존권이 걸린 일이지만, 여느 사람들로서는 자연스러운 흐름 아니겠느냐 말할 수 있겠구나 싶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요 경쟁 사회이다. 회사뿐 아니라 출판사도 인수합병을 하는 판에, 다른 출판사 책을 빼돌리기 하는 일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일 아닌가. 사재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사재기를 하는 출판사 대표가 출판문화를 북돋운다는 모임을 이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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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꽂히다 못해 겹겹이 쌓여 가는 책들은, 제때 제 임자를 못 만난 탓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가운 책 임자를 만나면서 되살아나리라 믿습니다. ⓒ 최종규

빽빽하게 꽂히다 못해 겹겹이 쌓여 가는 책들은, 제때 제 임자를 못 만난 탓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가운 책 임자를 만나면서 되살아나리라 믿습니다. ⓒ 최종규

 

(067) 책 만드는 일 : 책 만들기는 일이다. 어김없이 일이요 틀림없이 일이다. 그러면서 늘 새롭게 배우는 일이다. 늘 새롭게 즐기는 놀이와 같은 일이다. 이 일은 고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하다. 짜증이 나기도 하고 성이 나기도 하다. 술래잡기를 하며 술래만 내처 하게 된다면 얼마나 짜증나고 성나겠는가. 그러나 술래잡기 놀이에서 술래만 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다. 술래를 남한테 넘겨주며 술래잡기를 해도 즐겁지만, 기꺼이 술래가 되어 동무들을 찾거나 잡는 놀이도 즐겁다.

 

 

(068)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 : 내가 사들여 놓은 책을 보면서, 또 내가 책방마실을 하며 사들이는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으레 묻는다. "그 많은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셔요?" "네, 읽으려고 사지, 안 읽으려고 삽니까?" "어떻게 그 많은 책을 다 읽으셔요?" "그런데, 읽다가 정 아니다 싶은 책은 더 안 읽어요. 끝까지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만 다 읽습니다. 그리고, 읽다가 영 내키지 않거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덮어 둡니다. 책이 모자라 내 마음에 안 찰 수 있지만, 나 스스로 모자라 책에 담긴 알짜를 못 헤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나 스스로 좀더 자라고 크고 깊어지고 넓어졌을 때 다시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옳지만, 모든 책을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다 읽어야 하지는 않아요. 내일 읽어도 되고 모레 읽어도 돼요. 새책이라 해서 바로 오늘 다 사서 읽어야 하겠어요? 내일 사서 읽어도 되고 다음해에 사서 읽어도 되며 열 해 지난 다음 읽어도 돼요. 그 책이 우리한테 참으로 도움이 되면서 아름다운 책이라 한다면, 열 해가 아닌 스무 해 지난 다음 읽어도 좋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 책을 받아먹고 빨아들일 만한 그릇이 되었을 때 읽어야 할 테지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든지 《태백산맥》 같은 책은 꾸준하게 많이 팔리며 읽히잖아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 이곳에서 모두 다 함께 다 읽어치워야 하지 않아요. 저마다 조금씩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읽는 가운데 뒤늦게 깨우쳐도 좋고, 일찍 깨우쳐도 좋을 뿐입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좋은 책이라 한다면 한 줄만 읽어도 좋고 한 쪽만 읽어도 좋습니다. 열 번 스무 번 거듭 읽어도 좋으며, 한두 쪽 슬쩍 훑어도 좋아요. 책을 읽는 권수에 매여서는 안 되듯, 책읽기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는 읽기에 매여서는 안 됩니다. 내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며 온마음 쏟아 읽을 수 있으면 됩니다."

 

 

(069) 새벽부터 밤까지 : 지난날 사람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논밭에서 땀흘려 일한 다음, 밤나절에는 짚신을 삼거나 새끼를 꼬거나 자리를 엮었다. 그러면서도 밤잠을 조금 줄여 책을 읽고 새롭게 배우며 삶을 꾸려 나갔다.

 

 요즈음은 어떠할까. 오늘날 사람들은 제 삶을 어떻게 꾸리고 있을까. 아침이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는 할까.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노닥거리는 데에 휩쓸리고 있지 않은가. 출퇴근을 한다며 시달리느라 몸이 너무 고단하여 책 하나 들출 기운을 못 내고 있지 않은가. 일터에서 오로지 돈 많이 버는 실적 올리라는 닦달을 받으며, 스스로 새로 배움길에 나설 꿈조차 못 꾸지는 않는가. 하루하루 아름답고 고마운 삶이 아니라,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삶으로 굴러떨어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돈은 있어도 돈을 쓸 줄 모르고, 세상에 책이 넘쳐도 책이 넘치는 줄을 못 깨닫고 있지는 않은가.

 

 

(070) 책을 읽거나 안 읽거나 :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은 책밖에 모른다지만, 이 사람들이 안다는 책이란 얼마만큼 되나. 몇 갈래 책이나 살피고 있는가. 또, 책 안 읽는 사람들은 책 바깥에서 길을 찾을 수 있고, 이렇게 찾는 길을 참다이 갈고닦으면 넉넉하다고 하는데, 책 바깥에서 얼마나 길찾기를 하고 있을까. 무슨 길찾기를 하고 있으며, 이 길찾기에 접어들면서 제 이웃을 얼마나 알아보고 있을까. 책을 찾아 읽어도 바보처럼 살고, 책을 안 찾아 읽어도 멍청이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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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책시렁은 우리가 어떤 책을 사서 읽는지를 헤아리는 잣대가 됩니다. 그러나, 헌책방 일꾼 스스로 덜어내거나 솎아내는 군더더기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되읽거나 거듭 읽을 만한 책이란 무엇인가를 찬찬히 익히는 돋보기가 되기도 합니다. ⓒ 최종규

헌책방 책시렁은 우리가 어떤 책을 사서 읽는지를 헤아리는 잣대가 됩니다. 그러나, 헌책방 일꾼 스스로 덜어내거나 솎아내는 군더더기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되읽거나 거듭 읽을 만한 책이란 무엇인가를 찬찬히 익히는 돋보기가 되기도 합니다. ⓒ 최종규

 

(071) 세상에 넘치는 좋은 책은 : 느긋하게 둘러보면 더없이 알뜰하게 묶어 낸 좋은 책을 하나둘 만날 수 있다. 느긋하게 둘러보면 가없이 사랑스럽게 세상을 껴안는 좋은 사람을 하나둘 사귈 수 있다. 느긋하게 둘러보면 그지없이 아름답게 제자리를 지키며 싱그러운 내음과 열매와 바람을 선사하는 푸나무를 알아볼 수 있다. 느긋하게 둘러보면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며 아늑한 골목길과 고샅길 삶터를 찾을 수 있다. 느긋하지 않다면 어느 한 가지도 보이지 않는다. 느긋할 때라야만 이 모두를 기쁘게 보게 된다.

 

 

(072) 우리 나라 출판사 : 우리 나라 출판사는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느낀다. 첫째, "좋은 책을 내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돈이 없어서 못 내는 곳". 둘째,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힘내어 내는 곳". 셋째, "돈이 있는데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대충 내는 곳". 넷째, "돈이 있으나 좋은 책을 안 내는 곳". 돈이 없으니 빚을 지며 좋은 책을 펴내는 곳이 있다. 돈이 넘치니 빼돌리기나 사재기를 하면서 돈굴리기에 머리 쓰는 곳이 있다. 돈이 있음에도 글쓴이한테 글삯을 안 주거나 깎아서 조금만 주는 곳이 있다. 돈이 없으니 홀로 출판사를 꾸리며 편집 제작 홍보 영업까지 다 뛰는 곳이 있다. 돈이 있지만 싼값으로 외주에 맡기는 데다가 외주비마저 싹둑 잘라먹거나 늦게 일삯을 치르는 곳이 있다.

 

 그래도 어찌저찌 책이 나온다. 그래도 우리들은 책을 사 읽는다. 그래도 우리들은 출판사 돌아가는 모양새를 모를 뿐더러, 알 마음이 없다. 책은 줄거리가 되는 이야기를 일궈낸 글쓴이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엮어낸 책쟁이 땀과 품이 서로 모두어지면서 이루어짐을 생각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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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1:2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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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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