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비용 얼마 들었어요?

결혼 자금 조금씩 모은 어느 아버지의 소회

등록 2009.04.25 09:54수정 2009.04.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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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은 자식 결혼도 못시킨다는 말 헛말이 아니야."


결혼 시즌입니다. 결혼은 짝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맞는 전환점이라 하지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자녀 결혼식이 부담입니다.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지요.

최근 아들 결혼식을 치룬 지인의 경우도 부담이 많았다 합니다. 다행히 양가 부모 상견례에서 알뜰하게 혼사를 치르기로 해 비교적 쉽게 치룰 수 있었답니다. 그럼 지인의 경우를 볼까요.

결혼 비용 얼마 들었어요?

소개로 만난 서른 셋 동갑내기 신랑은 여수, 신부는 서울이 고향입니다. 이들은 14개월 교제 끝에 결혼하는 경웁니다. 맞벌이라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아들 결혼비용 얼마 들었어요?"
"예전부터 너희들 장가 비용은 너희가 모아서 가라 했지만 아들과 5천만 원은 보태준다고 약속했다. 약속만큼만 줬다."


"5천만 원 기준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서울은 집값과 전세 값이 보통 아니다. 작은 집이라도 구해 살려면 5천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값 기준인 셈이다."

서울에서 5천만 원으로 웬만한 전세방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부 집에서 5천만 원을 보태고, 아이들이 3천만 원을 대출받아 1억3천만짜리 26평 아파트 전세를 구했습니다. 집은 남자가, 생활가전이나 가구는 여자가 하는 관습이 높아가는 결혼 비용 때문에 변하고 있습니다.

예물은 거의 생략, 신혼집 구하는데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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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 임현철


결혼 혼수와 예물비용도 꽤 들지요. 신부 폐물만도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든다지요? 폐물 때문에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하니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인은 집구하는데 보태느라 거의 폐물 등은 하지 않았다는군요.

"예물비용은 얼마나 들었어요."
"신부 집에서 천만 원을 보내왔다. 우리는 천만 원에 오백을 보태 천오백을 보냈다."

지인은 예물 비용으로 받은 돈을 친척들에게 먼저 돌렸습니다. 그런 후 자신의 이불 등을 마련했습니다. 비용이 부족해 양복은 직접 사 입었습니다. 결혼 축의금에서 가구와 가전제품 구입에 보탰습니다.

"5천만 원은 어떻게 마련했어요?"
"자식이 커가니 결혼 자금이 걱정이었다. 조금씩 모았다. 돈 생기면 대출금 변제보다 결혼자금 모으는 일이 더 급했다. 부모 노릇하기도 쉽지 않다."

자식 결혼 비용 5년간 조금씩 모았다

"모으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한푼 두푼 모으는데 5년 걸렸다. 말이 5년이지 그게 쉽나? 이렇게 모은 5천을 주식에 투자했다. 아들과 같이 주식에 매달렸다. 그러다 반 토막이 났다. 하늘이 노랬다. 버티고 또 버텼다. 그나마 본전치기를 해 다행이다. 하늘이 도왔다."

"결혼자금 5천만 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생각 같아선 출발을 더 가볍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첫출발은 구두끈 꽉 매고 출발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서른이 넘도록 장가갈 생각을 안 해 마음 졸였다. 이제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졌다. 잘 살아야 할 텐데 또 걱정이다."

이게 부모 마음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단칸방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단칸방에서 시작하면 평생 벗어나기 힘들다 합니다. 이럼에도 결혼자금 지원 못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게다가 대학 등록금이 없어 쩔쩔매는 부모들을 볼 때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마당에 자식 결혼시키기는 더 어려운 세상입니다. 부모들의 아픈 심정도 헤아려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결혼 #결혼비용 #혼수 #예물 #전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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