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유치, 의료관광산업인가 민영화의 신호탄인가?

인천시, 의료서비스 글로벌화 추진 간담회 개최 ...보건의료단체,"공공의료부터 강화하라"

등록 2009.04.26 14:41수정 2009.04.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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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의료 선진화 정책에 맞춰 의료법이 개정됨으로써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 행위가 허용됐다. 인천에서는 인하대병권과 길병원이 5월부터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유인·알선 행위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4월 22일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첫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인천관광공사·인천시의사회·인천시치과의사회·인천시 관광진흥과·자치구별 보건소·특화의료기관을 신청한 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시는 국내 의사인력이 10만명에 달하는데 국내 의료시장이 협소해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환자를 유치할 경우 국내 의료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아울러 국내 의료기술 중에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분야도 있어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이용해 외화수입은 물론 고용창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인천의 관광자원과 의료서비스산업 연계"

의료를 일반 산업처럼 마케팅을 통해 국내 의료기술 중 전문화되고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글로벌화 하겠다는 계획으로, 시는 의료관광산업의 PR마케팅을 위한 의료·관광·보건행정 등 분야별 의료서비스 글로벌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는 주로 인천의 관광자원과 의료서비스산업을 연계한 의료관광 홍보 활성화 방안, 그리고 해외마케팅을 위해 의료기관·에이전시·여행업체 등이 공동으로 어떻게 패키지를 구성해 활동할 것인지와 해외환자 유치 국제포럼 개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시는 특히 8월 7일부터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될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세계도시축전에 참가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천 특화병원의 발전된 의료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이용한 마케팅을 실시해 의료서비스의 글로벌화에 다가설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의료관광산업이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레저와 휴양, 문화 활동으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신개념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며, 세계적인 인천공항과 항만 등의 지리적인 이점과 경제자유구역을 토대로 사회적인 여건이 성숙된 인천의 특성을 살려 우수한 의료수준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의료관광 분야를 개척하는 데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다국적 컨설팅 그룹 '맥킨지&컴퍼니'가 '2012년 의료시장의 규모가 1000억 달러로, 세계 경제 위기 속 떠오르는 블루오션'이라고 진단한 갓을 기초로 해외사례를 들어 의료관광산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스파(SPA)와 마사지 등을 접목한 의료관광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휴양·보양·치유를 활용한 의료서비스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

시와 간담회 참석자들은 주로 태국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시는 "지난 67년부터 의료관광산업 특화정책을 펼친 태국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국제적 신뢰를 마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고객만족 서비스를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시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 및 민간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에서부터 스파 서비스와 태국 마사지, 중장기 건강관리프로그램과 식품 및 의약품, 화장품 등의 연관 산업의 동시성장을 목표로 '아시아의 의료 허브(Medical Hub of Asia)'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최근 정국 혼란으로 태국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미흡해 민간병원이 자체적으로 국제 신뢰를 구축하고자 의사 등 고급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확충과 서비스 개선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
(Medical&Tour Coordinator)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고 의료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자로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기획과 상담, 안내, 직원교육 등 의료관광의 모든 단계에서 지원이 가능한 의료서비스 전문가.
- 출처ㆍ인천시
시는 향후 구체적으로 인천시 홈페이지는 물론 인천관광공사와 에이젼시, 여행사 등에도 의료관광 관련 홈페이지를 구축해 의료관광을 홍보키로 했다. 또한 의료관광 마케팅 차원에서 외국인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의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보다 공공의료 강화가 더 우선"

반면, 시의 이 같은 의료서비스 글로벌화 계획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영리법인 병원 설립과 의료민영화를 위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정화 참의료실천단 단장은 "국내 의료기술이 의료관광을 유치할 만큼 뛰어나다고 하니 반길 일이지만, 심히 우려스럽다. 의료는 사람이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래서 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서비스 영역이다"라고 말한 뒤, "그런데 의료를 관광 산업화 하고 경제적 이익 창출의 블루오션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심히 우려된다. 인천시의 의료관광을 위한 움직임이 의료민영화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해 주민들의 반대(찬성 38.2%, 반대 39.9%)로 무산된 영리병원을 올해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선진화 정책과 맞물려 영리병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면서 지난해 뜻을 이루지 못한 제주도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

그러나 제주지역 25개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내 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는 제주의 영리병원 시범 도입이 우리나라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자, 의료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에 우선 투자하는 선(先) 공공의료 구축, 후(後) 영리병원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의료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즉, 자금력만 있으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으며,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자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이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병원에서 발생한 이윤은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없다.

제주도처럼 영리병원 설립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의료관광산업이 화두다. 의료선진화 정책으로 해외환자 유치가 허용되자 지자체 마다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주창하고 있다. 부산·강원·경남·서울 강남구·충북 제천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앞 다퉈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 관계자는 "특히,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이 있어 전부터 영리병원 도입설이 있었다.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의 계획대로라면 홍보하고 마케팅해야 한다. 즉, 투자해야한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은 할 수가 없다. 정부가 물꼬를 터놨는데 준비가 미흡하다고 자본과 언론이 부추긴다. 슬슬 영리병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돼있다"고 말했다.

참의료실천단은 간담회가 있은 뒤, 태국의 사례에 대해 시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보다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정화 단장은 "태국의 경우 80%가 공공의료기관이며, 나머지 20% 민간의료기관이 의료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30%도 채 안 된다. 그야말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인천만 보더라도 공공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고 지역의 사회복지관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크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해 언제 한번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 적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개정된 법에 의하면 종합전문병원의 허가 병상수의 5% 안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데, 3%만이라도 좋으니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무상의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의료관광 #의료민영화 #공공의료 #영리법인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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