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는 손길보다 사진 읽는 마음길을 먼저

[사진은 삶이다 17] 남기고 싶은 사진이라면

등록 2009.04.29 18:31수정 2009.04.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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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자전거 손질하기'를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고 연락이 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여 늘 즐겨타고 있으나, 요즈음은 아기 돌보느라 거의 못 타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기가 아홉 달쯤 되어 예전처럼 하루 내내 꼼짝없이 지내지는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대안학교에 한번 찾아가기로 합니다.

 

첫걸음인 만큼 길을 헤매다 늦으면 안 되리라 생각하며 지하철로 대화역까지 간 다음, 이곳부터 자전거를 몰고 시골길을 달립니다. 파주출판문화단지로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분들은 으레 자유로를 끼고 달리는 샛길로 간다고 하는데, 저는 이 길은 그리 내키지 않습니다. 지난날 충주에서 서울로 자전거를 타고 오갈 때에도 늘 느꼈습니다만, 자동차와 나란히 달린다든지 큰 찻길 옆에서 달리면 시끄러운 소리도 소리이고 차방귀도 차방귀인지라 퍽 고달픕니다. 어차피 달려야 할 길이라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용한 길로, 논과 밭이 있으며 산과 들을 즐길 수 있는 길로 달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시골길은 호젓하여 느긋하지만, 불쑥불쑥 나타나는 씽씽이 자동차 때문에 퍼뜩퍼뜩 놀라곤 합니다. 고속도로에서뿐 아니라 시골길에서마저 내달리는 자동차는 골목길에서도 내달리는데, 아무리 가야 할 길을 재촉해야 한다지만 시골길을 달릴 때에는 좀 빠르기를 늦출 수 없는지 안쓰럽습니다. 차를 몰 때에는 바깥에 눈길을 돌릴 수 없다지만, 빠르기를 30킬로에서 40킬로쯤으로 낮추면 어느 만큼 둘레를 살피면서 도심지와는 다른 바람을 맛보고 마시고 느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아예 차를 세우고는 파랗게 물들어 있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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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자전거 앞바퀴가 찌그러진 자전거가 비를 맞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찌그러졌는지 안타깝습니다. 이제 앞바퀴가 찌그러졌기 때문에, 자전거 임자는 이 녀석을 내다 버릴 생각일까요. 사진으로나마 한 장 남겨 놓으며, 부디 앞바퀴가 고쳐지며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 최종규

▲ 찌그러진 자전거 앞바퀴가 찌그러진 자전거가 비를 맞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찌그러졌는지 안타깝습니다. 이제 앞바퀴가 찌그러졌기 때문에, 자전거 임자는 이 녀석을 내다 버릴 생각일까요. 사진으로나마 한 장 남겨 놓으며, 부디 앞바퀴가 고쳐지며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 최종규

 

그렇지만 한참 달리다 보니 저 스스로 '둘러보기'를 잊습니다. 아차차, 따로 몇 시에 만나자고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되잖아, 하고 생각하며 페달질을 늦춥니다. 모처럼 시골길을 달리는데 빨리빨리 지나가야 하지는 않잖아, 하고 되뇌며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한손으로 뒷통수를 긁적입니다. 길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쉽지 않으나 자전거에 올라탄 채로 길 모습을 담고 밭갈이 모습을 담으며 초등학교 앞 알림판을 담습니다.

 

지난날 신문사지국에서 먹고자고 일할 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전거를 타고 신문 돌린 일은 오늘 하루 자전거를 달리며 사진찍기 할 때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발바리 자전거잔치 때에도 자전거를 달리면서 신나게 사람들 사진을 찍었어요. 신문딸배는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몰고 한손으로는 바구니에 담긴 신문을 꺼내어 허벅지에 탁탁 치면서 반과 또 반으로 접어 골목집 대문 안쪽으로 휙휙 던집니다. 신문딸배로 일하던 나날을 돌이켜보니 얼른 일 마치고 지국으로 돌아와 형들 밥을 차려 놓아야 해서 부지런을 떨곤 했습니다만, 부지런을 떤다고 하여도 한 부씩 곱게 접어서 종이비행기 날리듯 착착 던져넣는 일을 대충 하지 않았습니다. 대충 던지다가 엉뚱한 집으로 들어가서 신문이 모자라면 다시 지국으로 돌아가 챙겨와야 했거든요.

 

이 생각 저 생각에 젖는 동안, 그리고 자전거로 달리는 길을 사진으로 찍는 동안, 어느새 파주출판문화도시에 닿습니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고 느끼며, ㄱ출판사 건물을 찾아봅니다. 제법 넓은 동네를 한 바퀴 돌지만, 제가 갈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한 바퀴 돌지만 또 보이지 않습니다. 전화를 겁니다. 그러나 못 찾겠습니다. 다시 전화를 겁니다. 설마 싶은 마음으로 아까 지나간 길을 다시 가 봅니다. 이런, 아까 지났던 길에 ㄱ출판사 건물이 나 보라는 듯 서 있습니다. 아까는 왜 지나쳤을까 쓸쓸히 생각하며 혼자 웃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여긴 뭐 출판도시 건물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지도 같은 것도 없어 멋모르고 찾아오는 사람은 헤매기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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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 인천골목길은 어디서나 꽃잔치를 이룹니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돈들여 꽃나무를 심지 않아도, 골목사람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고 길러서 시원한 꽃그늘을 이루어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사진을 안 찍는다면, 저한테서 사진쟁이 이름 넉 자를 지워야 합니다. ⓒ 최종규

▲ 수수꽃다리 인천골목길은 어디서나 꽃잔치를 이룹니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돈들여 꽃나무를 심지 않아도, 골목사람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고 길러서 시원한 꽃그늘을 이루어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사진을 안 찍는다면, 저한테서 사진쟁이 이름 넉 자를 지워야 합니다. ⓒ 최종규

 

"아마추어는 노래나 시구나 '말을 꾸며 내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시가란 그런 것이 아니라 '항상 풍류를 간직하고 있는' 그 마음 상태야말로 시가의 전부이다, 라고 사이교나 바쇼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226쪽)" 대안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엊저녁에 읽은 책 《나카노 고지-청빈의 사상》(자유문학사,1993)이라는 책을 떠올립니다. 

 

모두 스무 번에 걸쳐 아이들한테 자전거 손질을 가르칠 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자전거 손질을 배우려면 먼저 자전거를 즐겨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사는 집과 이곳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다문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자전거로 집과 학교를 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왜 자전거 손질을 배워야 하는가를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만약 내 말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고기와 새의 모습을 보면 된다. 고기는 물속에 있으면서 물에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고기가 아니면 고기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새는 숲속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다. 새가 아니면 새의 참된 마음가짐을 알 수 없다. 내가 이 한적한 생활에서 느끼는 정취도 또한 마찬가지다. 살아 보지 않고서는 이 즐거움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49쪽)" 《청빈의 사상》에 담긴 이야기를 거듭 생각합니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얼마나 자전거를 아끼거나 사랑해 줄는지 궁금한데, 아직 자전거를 아끼거나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자전거가 얼마나 즐겁고 재미난 길동무인지를 못 느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아이들 둘레에 자전거를 즐겨타는 어른이 없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갈 때 자전거로 오가도록 이끌거나 가르친 어른이 없었으며, 어른 스스로 당신 일터를 자전거로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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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아이를 키워 보아야만 아이를 잘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아이와 살아내려는 마음이요, 또 살아내는 삶이라야만 아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 최종규

▲ 아이 키우기 아이를 키워 보아야만 아이를 잘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아이와 살아내려는 마음이요, 또 살아내는 삶이라야만 아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 최종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생각해 보아도 그렇다. 음악을 즐기는 나머지 생활이 어려워져서, 누가 뭐 갖고 싶은 게 없느냐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필요없으며 좋은 피리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대답한 에이슈 법사와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또 그 이야기가 교훈이 된다며 일부러 글로 남겨 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참으로 고맙게 여겨진다.(81쪽)" 《청빈의 사상》에 깃든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립니다.

 

대안학교 아이들한테 자전거를 가르치는 자리에 서자면, 저 스스로 이제까지보다 한결 더 자전거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지금만큼만 해도 나쁘지 않고 지금처럼만 해도 모자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앞으로 알아채고 받아들이고 나눌 만한 깊은 이야기가 더욱 많지 않을까 싶어요. 안다고는 하나 '안다고 하는 우물'에 사로잡힌 채 새롭게 피어나는 또다른 이야기에 눈길을 두지 못할 수 있고, 이렇게 되다 보면 제 입으로 진보니 자유니 평화니 민주니 하고 외친다 하여도, 자전거 즐김이로서는 고인 물이 될 수 있습니다. 꼴통이 될 수 있고, 우쭐거리는 벽만 높이 세울 수 있습니다.

 

"문인화는 정신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교가 제아무리 능한 자일지라도 속된 마음이 있으면 그림에 그것이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다이가는 그림을 그릴 때 재능보다는 마음 그 자체를 물들이고 있는 고아한 품격이 나타난 것이다.(102쪽)" 《청빈의 사상》이 들려주려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저 스스로 늘 되새기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되새겨 봅니다.

 

대안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한테 자전거 손질을 가르쳐 줄 저한테 '강의 한 번에 5만 원'씩 준다고 말씀합니다. "네, 그렇군요"하고 짤막하게 대꾸하고 그칩니다. 한 번에 만 원을 주든 십만 원을 주든 저한테는 똑같으니까요. 인천에서 파주를 오가야 하니 품과 시간을 헤아리면 거저로는 할 수 없습니다만, 더 받고 싶은 생각도 덜 받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마음쓸 대목이라면, 아이들한테 '자전거 사랑 = 나를 사랑하는 일'임을 얼마나 슬기롭고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느냐 한 가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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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아이 돌보는 모습을 누가 사진으로 찍어 주지 않으니, 아이를 안고 거울을 보며 사진 하나 남겨 봅니다. ⓒ 최종규

▲ 아이와 함께 아이 돌보는 모습을 누가 사진으로 찍어 주지 않으니, 아이를 안고 거울을 보며 사진 하나 남겨 봅니다. ⓒ 최종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파주부터 일산까지 어떤 길로 거슬러 돌아가면 되는가 하고 길그림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오늘은 전철에 자전거를 싣자고 생각하고, 아까 달린 시골길을 거꾸로 달리기로 합니다. 이쪽으로 달릴 때와 저쪽에서 달릴 때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요, 이 길을 먼저 제 몸과 마음에 차근차근 새겨 놓고 싶기 때문입니다.

 

등판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기는 아침부터 제대로 잠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주 졸린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놀자면서 자꾸 깨어나서 기고 서고 합니다. 아기 엄마가 아기를 업으며 어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아기가 젖을 물고 누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저도 졸음이 쏟아져 곧 아기 옆에 드러누울 참입니다. 이에 앞서 이때까지 아기가 내놓은 기저귀를 빨아야겠지요. 땀으로 씻은 몸을 찬물로 씻고 기저귀를 빱니다. 탁탁 털어 빨랫대에 차곡차곡 널어 놓습니다.

 

아기 옆에 누우면서 생각합니다. 아기와 아기 엄마를 사진으로 한 장 두 장 담는 일은 늘 즐겁지만, 사진찍기보다 이처럼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서 잠드는 하루하루가 훨씬 즐겁다고. 턱없이 모자란 살림돈으로 새 달삯집을 얻기란 그지없이 힘들고 벅찬데,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꾸리는 살림도 참으로 즐겁다고. 가난은 하느님이 내려준 다시 없는 고마운 선물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말이 없더라도 우리 식구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이렇게 즐겁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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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이란 짐차 가득 새 헌책을 싣고 온 헌책방 앞 모습은, 늘 보거나 으레 보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놓을 때에는 역사가 됩니다. ⓒ 최종규

▲ 헌책방이란 짐차 가득 새 헌책을 싣고 온 헌책방 앞 모습은, 늘 보거나 으레 보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놓을 때에는 역사가 됩니다. ⓒ 최종규

 

그러면 제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요. 제 사진도 제가 좋아하는 가난한 사진이 되고 있을까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허튼 꿈에 사로잡히는 세상사람들마냥, 제 사진도 많이 팔리고 알려지고 드높여지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허튼 꿈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을까요. 아주 잠깐이라도 이처럼 허튼 꿈에 매이지는 않을까요. 사진이란 혼자만 간직하기보다 여럿이 나누고자 찍는다지만, 여럿이 나누고자 한달지라도 우쭐거리는 매무새로 남들 앞에서 자랑질을 하려는 허튼 생각이 조금이나마 깃들지 않았을까요. 사진을 찍어 돈을 벌 수 있습니다만, 오로지 돈만 벌고자 찍어대려는 사진으로 치달은 적이 있었을까요. 사진 전문가들이 본다면 후줄그레한 장비이지만 사진 새내기들이 본다면 멋들어져 보이는 장비를 놓고, 창피하다고 느끼거나 거들먹거린 적이 있었을까요.

 

자리에 드러누웠으나 곧바로 잠이 오지 않아 등허리를 주무르면서 생각을 잇습니다. 저는 틀림없이 '두고두고 남기고 싶은 꿈'을 꾸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찍는 이 사진은 오늘 모습을 고스란히 남겨 우리 아이한테든 다른 사람한테든 길이길이 남게 하고픈 꿈을 꿉니다. 헌책방이 되었든 골목길이 되었든, 이곳 이 삶터를 언제까지나 남기게 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래서 저는 헌책방에서 살고 골목길에서 삽니다. 헌책방집 사람들은 제 동무요 스승이요 이웃이요 식구입니다. 골목길 사람들은 옆집 사람이요 앞집 사람이며 뒷집 사람입니다. 책을 알고자 헌책방에 스며드는 한편, 헌책방을 알고자 사진으로 녹아들고자 합니다. 우리 땅을 알고자 골목길에 빠져드는 한편, 골목길을 알고자 집과 일터를 모두 골목길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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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잔치 1952년부터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방 일을 하시다가 1997년에 세상을 떠난 분을 기리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습니다. 떠난 분이 이룬 보람과 열매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선 이 자리를 되새길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들 말마디를 제 깜냥껏 사진으로 녹여내 봅니다. ⓒ 최종규

▲ 시읽기잔치 1952년부터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방 일을 하시다가 1997년에 세상을 떠난 분을 기리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습니다. 떠난 분이 이룬 보람과 열매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선 이 자리를 되새길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들 말마디를 제 깜냥껏 사진으로 녹여내 봅니다. ⓒ 최종규

 

제가 아이 키우기를 말할 수 있다면, 제 몸과 마음이 모두 아이와 함께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전거 손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제 몸과 마음이 언제나 자전거와 함께 구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거나 다룰 수 있다면, 제 몸과 마음이 한결같이 사진으로 살아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스스로 아이가 되면 됩니다. 자전거를 아낀다면 스스로 자전거가 되면 됩니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스스로 사진이 되면 됩니다.

 

말은 쉽고, 길도 쉬우며, 삶도 쉽습니다. 다른 어느 것도 바라보지 않고 오직 하나만 바라볼 때에는 무엇이든 쉽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려고 다가서면 못 이룰 사랑이란 없지만, 한 사람하고 나눌 사랑이 아닌 돈이나 몸매나 힘 따위를 생각하니 사랑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진으로 뜻을 이루겠다면 사진으로 이룰 뜻만 생각하면 되는데, 무슨 장비를 쓰고 무슨 필름을 쓰고 무슨 풍경을 담고 무슨 뽀샵질을 하고 무슨 구도를 잡고 무슨 돈벌이를 하며 무슨 선배와 스승한테 배우며 무슨 사진학과를 다녀야 한다는 둥 자꾸만 샛길로 빠져 버리니까, 사진으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진찍기를 하려면 누구나 사진읽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4.29 18:3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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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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