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와 민들레, 산딸기 꽃이 핀 고향

등록 2009.05.02 20:00수정 2009.05.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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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곳입니다. 아무리 가지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갑니다. 그래도 고향은 그립습니다. 고향에 갈 때마다 보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고향 산천에 핀 야생화가 보고 싶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나무와 꽃 이름을 잘 모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꽃 이름을 물어도 답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들국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온실에서 자라는 국화는 보면 아름답지만 생명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들에서 자란 국화라 하여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졌을 것인데 제가 꽃 중에 가장 좋아 하는 꽃이 들국화입니다. 보랏빛 나는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꾸밈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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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 김동수


들국화를 보면서 오르막 길을 접어 들었는데 큼직한 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카시아 꽃입니다. 아카시아꽃은 '꿀'로 유명하지요. 어렸을 때 꽃잎은 따 먹었습니다. 설탕도 많이 없었고, 꿀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 아카시아꽃은 당분을 보충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귀한 선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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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 ⓒ 김동수


아카시아꽃을 뒤로하고 한 걸음씩 내딛으니 눈에 하얀 민들레가 들어왔습니다. '하얀 민들레'라는 노래가 있지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민들레 중 하얀 민들레가 약효가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하얀색이 깨끗한 것처럼 우리 몸을 깨끗하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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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민들레 ⓒ 김동수


하얀 민들레 옆에 이미 꽃은 다 지고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갈 준비를 나는 민들레도 있었습니다. 민들레도 사람처럼 성격이 빠르고 느린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 녀석을 '후~'하고 불면 하늘을 높아 날아갑니다. 사람이 없어면 어떻게 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은 언제든지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아마 내일쯤은 훨훨날아 가고 싶은 곳에 떨어져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여 생명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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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 김동수


한 순간 속았습니다. 처음 보는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나방 하나가 집을 짓고 숨어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지 아직도 꼭꼭 숨었습니다. 빗장을 단단히 잠궜습니다. 자신이 열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문을 열지 못하도록 단단히 잠궈버린 집은 언제쯤 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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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 집 ⓒ 김동수


이 녀석을 보자마자 옛 생각이 났습니 솔방울입니다. 쉰 살 넘은 분들은 다들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린 솔방울을 따 먹었던 기억 말입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어린 솔방울을 먹으면 물이 입 안으로 쏙 들어옵니다. 이제는 먹으라고 해도 먹지 못하겠지만 그 때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배고픈 시절 추억입니다. 나도 먹지 못하겠는데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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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 김동수


산딸기 꽃을 본 일이 있는지요. 산딸기가 다 익으면 빨갛게 되지만 꽃은 하얀색입니다. 6월 초가 되면 산딸기를 딱 먹을 수 있습니다.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요즘은 산딸기도 재배를 하는데 이 녀석은 순수한 야생 산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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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꽃 ⓒ 김동수


들과 산에 핀 꽃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유채꽃이 보였습니다. 사람 손을 거친 꽃이라 왠지 서먹했습니다. 들국화, 민들레, 아카시아, 산딸기 꽃은 스스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유채꽃은 사람이 손으로 심었습니다. 하지만 유채꽃도 스스로 자라야 합니다. 사람이 씨만 뿌렸지만 자라는 일은 스스로 합니다. 온실에서 피는 꽃과는 엄연히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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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 김동수


들국화, 민들레, 아카시아, 솔방울, 산딸기꽃, 유채꽃이 핀 고향은 아직도 살아있는 곳입니다. 나이들이 젊은이들은 하나씩 떠나고 없지만 아직도 고향에는 들국화와 민들레가 고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변할지라도 아카시아와 솔방울, 산딸기 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참 고마운 꽃들입니다.
#들국화 #민들레 #아카시아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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