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2급 장애인, 그런데 정치범?

등록 2009.05.06 10:12수정 2009.05.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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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밤 양천경찰서 유치장엔 명동에서 체포된 정신지체2급장애인 지승환씨와 중학교 2~3학년 여학생 두 명을 합해 모두 12명이 구금되어 있었습니다.

경찰이 주장하는 우리들의 혐의점은 집시법 위반과 하이서울 페스티벌 방해죄인데 그러나 경찰이 주장하는 이 죄목으로 실제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된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모두 5명입니다(저는 동아일보사 앞에서 용산 참사와 관련된 1인 시위를 하느라 아쉽게도 역사적이었을 하이 페스티벌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춥고 을씨년스런 유치장에서 여학생들과 지승환씨, 순수하게 큰 눈을 가진 재준, 아주대학교 2학년 학생 병화와 미학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과자를 먹고 놀았습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병화가 학교로 돌아가면 고백할 여학생이 있다고 해서.  -.-

그리고 만 48시간을 꽉 채운 월요일 밤 8시경 경찰관이 우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와 석방자 이름을 부르는데 그 중 지승환씨의 이름과 사랑 이야기를 하던 병화의 이름이 빠져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갈 때 지승환씨는 구속되는 것이 뭔지 잘 몰라 혼자 연신 싱긋싱긋 웃고 있었고, 자기 안의 세계에서 혼잣말을 하고(좀 마른 금붕어처럼 혼자 쫑알거립니다), 또 다름 사람들의 말을 후렴처럼 따라 하면서 "그래,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유치장 창살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그건 누가 보아도 이 세상의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아이의 행복하고 천진한 웃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치장을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그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잘 알아 듣지도 못하고, 걷는 것도 서툴지만 사람들을 향해 정성껏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또 그는 자신을 구속시키려고 조사를 하는 담당 경찰관을 향해 "아저씨가 여기서 제일 미남이야"  하고 말해주고 바로 뒤에서 저를 조사하던 경찰관을 향해선 씩씩한 소년처럼 "아저씬 너무 뚱뚱해서 범죄형이야" 하고 말해 조사실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


제 담당인 위선생이 좀 뚱뚱하긴 했지염.

여기서 제 가족사를 조금 고백하면 제 동생도 정신지체2급 장애인입니다. 제 동생과 지승환씨는 보통사람들처럼 현실인식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안의 세계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실을 한 차원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가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현실에 대한 정치적 판단으로 한 것이 아니라 놀이로써 참여한 것입니다. 그는 집회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주최한 하이 페스티벌에 참여해서도 놀 사람이고 전쟁터에 데려다 놓아도 놀 것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잣대는 누가 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갔는가의 문제일 뿐이고 가치관적 판단은 없습니다. 그가 시위 현장에서 돌멩이를 던지며 노는 것과 하이 페스티벌에 참여해 물풍선을 터뜨리며 노는 것의 차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그를 구속시키기 위해 찬 유치장에 계속 수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을 정치범으로 구금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아마도 있다면 그 나라가 이명박정권 만큼이나 미친 정부겠지요.

이 글을 해외토픽으로 타전해 주십시오

지승환씨가 2급 장애인이면 이병박은 1급입니다.

명동에서 막걸리 먹다가 체포된 일행분들께 이 정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명동역에서 내리자마자 이유없이 3분만에 체포되신 분에게도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친 기다리다 체포되신(여친이 데이트를 하려고 했다는 증언을 위해 경찰서에 왔는데 미인이었습니다) 분에게도 사과드립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밤 9시 45분 양천서에 있는 병화군의 선배로부터 지승환씨와 병화군의 구속영장이 떨어졌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정치범 #지승환 #촛불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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