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과 농로길 달려 서울에서 일산가기

월드컵공원-행주산성-일산호수공원 자전거 여행

등록 2009.05.07 11:05수정 2009.05.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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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한강의 모습이 반갑습니다. ⓒ 김종성

자연을 닮은 한강의 모습이 반갑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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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행주산성을 지나 일산호수공원까지 가는 비공식적인 자전거 여행길입니다. ⓒ NHN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행주산성을 지나 일산호수공원까지 가는 비공식적인 자전거 여행길입니다. ⓒ NHN

전부 합치면 200Km가 넘는다는 한강가의 길은 시민들이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기 좋게 거의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불광천이나 홍제천등의 새끼 하천들도 동네 주민들이 밤낮으로 애용하기 좋게 잘 닦여 있고요. 그래서 때론 매끈한 자전거 도로나 도시의 차도말고 자연을 닮은 풋풋한 들판을 애마와 함께 맘껏 달리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한강가의 길은 모두 포장도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수수한 들판길이 아직도 한강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과 일산사이에 펼쳐진 넓은 들판과 농로가 그곳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서울에서 일산 가는 길은 자유로라 불리는 자동차도로와 전철뿐이라고 여겼는데 의외의 기쁜 발견이었습니다. (사실 한강길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라이더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요.)  이 길 옆에는 일산으로 향하는 자전거 여행의 동반자인양 상류에서부터 많은 댐에 갇혀 고생 고생하며 서울로 흘러온 한강이 바다로 합류하기 위해 일산으로 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도로의 기준으로 보면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이 길은 조금은 거칠고 전원과 풍경속으로 드나드는 길이라 그런지 일산호수공원에 가는데만 족히 반나절의 시간이 걸리네요. 

 

저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지나 한강길로 달려 갑니다. 예전엔 난지도였던 과거를 지닌 하늘공원의 명물인 풍력 발전기들이 날개를 돌리며 잘달리고 오라고 손 흔들어 주네요.

 

한강에서 유일하게 야영 캠핑장이 있는 난지천 한강가를 지나자 하얗고 매끈한 다리 같던 한강 자전거길이 갑자기 시골길처럼 울퉁불퉁해집니다. 주위 풍경도 그 길처럼 예사롭지 않게, 하지만 점점 자연을 닮아 가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한강길처럼 개발의 손을 타지 않아 이름모를 꽃들과 풀들이 자유롭게 피어난 너른 들판이 나타납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자니 어느새 길이 단정하게 닦여 있네요.아직 공원화하지 않은 넓은 초원에 자전거 길만이 구불구불 깔려 있으니 신나게 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 앞에 빨갛게 칠한 방화대교가 보이고 다양한 복장과 더 다양한 모양의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그늘이 시원해서 쉼터가 된 방화대교 밑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길은 물론이거니와 강물의 흐름과 강변 풍경등이 방화대교를 기점으로 온전히 달라지네요. 습지와 모래밭이 보이는 한강가의 기슭이 자연을 닮아 있어 무척 반갑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강물이 바다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강가에서 잠시 상념에 젖어 봅니다.

 

강원도에서 발원해 장장 400여Km를 흘러 서해바다로 가는 한강의 여정은 얼마나 고되었을까. 수많은 댐들에 막히고 갇혀 있다가 겨우 풀려나 서울에 들어서면 다시 많은 한강다리와 시멘트 호안에 부딪혀 고생고생하더니 여기 방화대교 부근에 와서야 한숨을 쉬며 쉬어가는것 같네요. "한강물아 니가 고생이 많다!" 하고 요즘 유행하는 말이 튀어나와 풋~웃음이 납니다. 저도 방화대교 그늘밑에서 다른 라이더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낚시꾼들이 진을 친 작은 잠수교를 건너 행주산성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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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 한강에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 김종성

봄이 오니 한강에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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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출렁이고 모래사장이 있는 한강가는 자연의 모습과 가까워 참 반갑습니다. ⓒ 김종성

강물이 출렁이고 모래사장이 있는 한강가는 자연의 모습과 가까워 참 반갑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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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인 방화대교밑에서 행주산성 가는길에는 작은 잠수교도 있습니다. ⓒ 김종성

쉼터인 방화대교밑에서 행주산성 가는길에는 작은 잠수교도 있습니다. ⓒ 김종성

많은 라이더들이 이길을 달려가는 이유중의 하나는 행주산성밑 국수집에 가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제가 달려온 반대편인 한강 이남의 한강길을 따라 달려 기다란 행주대교를 건너서 이 국수집을 찾는 라이더들도 많답니다. 3천 원이면 한그릇 푸짐하게 내어주는 국수 인심도 좋고 가게 밖에 자전거를 주차하기 편하게 배려해주어서 좋습니다.

 

전에는 두어곳이었던 국수집이 소문을 듣고 라이더들이 많이 찾아오자 이젠 대여섯개가 넘게 보이는군요. 곱배기같은 비빔국수를 한그릇 뚝딱 먹고 같이 합석한 라이더들에게 길도 확인할 겸 다시 한번 물어보니 종이위에 일산호수공원가는 농로길 지도까지 그려 주시네요.

 

개들이 집앞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주변 동네가 정겨워 구경 삼아 한바퀴 돌고 나서 처음 맞는 짧은 오르막길을 가볍게 올라 행주산성 정문까지 갑니다. 식당들과 차들로 붐비는 행주산성 밑의 내리막길 끝까지 시원하게 내려가니 오른쪽에 일산가는 중요한 관문이기도 한 농로길의 작은 굴다리 입구가 보입니다.

 

이 비밀의 문같은 좁은 굴다리를 지나면 마치 신천지처럼 눈앞에 들판이 확 펼쳐집니다. 농로길로 들어서니 왼편에는 차들이 씽씽 달리는 자유로가 있고 오른편에는 수많은 비닐하우스와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밭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따가운 봄볕아래 모여앉아 상추와 시금치, 파를 캐시는 아주머님들에게 왠지 좀 미안해서 그분들이 쳐다볼까봐 빨리 달려 지나가기도 합니다.

 

농로길이자 들판길에는 가끔 오가는 농부님들의 차외엔 한적하여 자전거 타고 달리기 딱 좋네요. 그동안 자전거도로나 차도에 익숙해 있던 애마도 들판길이 새로운지 기분좋게 나아갑니다. 갑자기 농로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지만 이제 가까이에 있는 일산호수공원이 어디쯤인지 감을 잡았기에 주변의 농촌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여유롭게 페달을 밟습니다. 풍경은 아직 전원같은데 저 건너편에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군락을 이루어 서있는 모습이 일산이라는 도시의 이색적인 모습입니다.

 

일산호수공원을 향해가는 이 길은 공식적인 한강의 자전거길이 아니므로 당연히 표지판이 없습니다. 초행길이라면 오고가는 다른 라이더들을 쫓아가거나 아니면 길을 물어물어 가야합니다. 길도 울퉁불퉁하고 표지판도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여행길이지만, 한강의 속살인 기슭과 습지와 전원풍경을 보며 달리는 들판길은 편리한 길에서는 결코 만나지 못할 정경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겠지만, 도시 서울과 일산 사이의 거리는 이렇게 소중한 한강의 강변과 전원적인 들판으로 계속 떨어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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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 밑에는 텃밭이 많은 한가롭고 정겨운 동네가 있어 꼭 한바퀴 돌게 됩니다. ⓒ 김종성

행주산성 밑에는 텃밭이 많은 한가롭고 정겨운 동네가 있어 꼭 한바퀴 돌게 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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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을 오르고 내려가면 이번엔 전원풍경이 신천지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 김종성

행주산성을 오르고 내려가면 이번엔 전원풍경이 신천지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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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중한 - 잔차를 타다가 즐기는 한가로움 ⓒ 김종성

잔중한 - 잔차를 타다가 즐기는 한가로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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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은 참 넓어서 눈이 시원하고, 세련되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 김종성

일산 호수공원은 참 넓어서 눈이 시원하고, 세련되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 김종성
#한강 #난지천공원 #방화대교 #행주산성 #일산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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