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어린 니들이 수고가 많다?

저녁은 순대와 떡볶이로... "다 그러니 과외를 안 시킬 수도 없다"

등록 2009.05.16 15:01수정 2009.05.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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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 손님이 꽉찼다. ⓒ 임현철


"요즘 아이들이 너무 짠하다."


많이 듣는 소리다. 공감한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과외에 얽매이는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어제 오후, 길가 포장마치에는 제법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어묵, 순대, 떡볶이 등을 먹고 있다. 차분히 앉아 순대와 떡볶이를 먹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먹고 저녁밥 또 먹겠어?"
"이게 저녁이에요."

김원식(중1) 학생이 짧게 답했다. 이를 듣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말을 받았다. 

"저 학생은 매일 저녁을 순대 천원, 떡볶이 천원어치로 때운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인데 학원에서 과외 한다고 어린 얘들이 고생이다."

"이렇게 저녁 때우는 친구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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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안쪽에서 저녁을 때우는 김원식 군. ⓒ 임현철


"그것 먹고 저녁에 배 안 고파?"
"안 고파요. 순대와 떡볶이가 맛있어요. 좋아서 먹는 걸요."

할 말 없다. 따뜻한 저녁 먹이려면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수고를 해야 한다. 요즘 같이 맞벌이가 많은 형편에선 그럴 수도 없다. 아이들이 알아서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배가 든든하던데. 한참 먹을 나이에 그것 먹고 배가 차겠어?"
"배, 차요. 이렇게 저녁 때우는 친구들 많아요."

얘들도 고생, 부모도 고생이다. 정말 이런 학생이 많은지 아주머니에게 물어야 했다.

"여기 오는 학생들은 대개 1~2천원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집에 가서 먹기가 귀찮단다. 떡볶이 천원, 순대 천원어치 먹고 가던가, 천원으로 오뎅 200원, 호떡 300원, 떡볶이 500원 어치를 시켜서 먹는다."

"다 그러니 과외를 안 시킬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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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천원, 순대 천원 어치가 원식 군의 저녁식사다. 가엽다. ⓒ 임현철


"너희 반에 학원에 안 다니는 친구도 있어?"
"거의 다 학원에 다녀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과외 해?"
"오후 4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해요."

이런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한 직장인은 "내 아이는 학교 끝나고 수학 학원에 들렀다가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며 "저녁 후 다시 영어 배우러 간다고 한다"고 한다.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출산율이 낮다고 하지만 아이 나은 게 죄가 되는 세상이다. 이렇게 공부해서 뭐할까 싶다. 그런데 다 그러니 과외를 안 시킬 수도 없다."

불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힘든 세상이다. 개고생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저녁식사 #과외 #학원 #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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