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극인의 탄식, '아, 황석영이 이럴 줄이야!'

[연극] 극단 가인의 지하 공연 무대 '장사의 꿈'

등록 2009.05.17 15:12수정 2009.05.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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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원작, 연극 '장사의 꿈' 공연 포스터 최대한 촌스러움을 컨셉으로 만든 연극 '장사의 꿈'의 공연 포스터, '극단 가인'의 야심찬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연극은 최근 황석영 파문으로 관객몰이에 비상이 걸렸다. ⓒ 정수근

▲ 황석영 원작, 연극 '장사의 꿈' 공연 포스터 최대한 촌스러움을 컨셉으로 만든 연극 '장사의 꿈'의 공연 포스터, '극단 가인'의 야심찬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연극은 최근 황석영 파문으로 관객몰이에 비상이 걸렸다. ⓒ 정수근

16일 오후 7시 반 '극단 가인'의 지하 공연 무대.

 

객석에는 정확히 9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바로 황석영 원작의 '장사의 꿈' 그 첫 공연을 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이 공연의 기획자의 낮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 황석영이 이럴 줄이야!"

 

황석영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연극계의 한 극단의 참신한 실험극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남한의 3대 '구라'라 불리는 문단의 한 어른(?)의 유치한 발언이 한 지방 극단의 참신한 실험극에도 찬물을 끼얹어버린 것이다.

  

극단 '가인'의 작은 무대 개관 1주년 기념공연인 '장사의 꿈'은 "'아주 작은 극장, 작지 않은 감동'이라는, 세련미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울의 유명 뮤지컬도 시도하기 쉽지 않은 한달 연속 저녁 7시 30분 공연을 휴일도 없이 시도하는 무모한 사람들"이 벌이는 당찬 도전이다.

 

그런데 뜻밖에 이런 대형 암초를 만난 것. 이날 황석영 원작의 이 야심찬 공연은 예상대로 썰렁한 첫무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지역의 연극판에서 벌이는 참신한 그러나 당찬 실험극이어서 내심 공연장을 꽉 매워줄 것을 기대한 극단 '가인'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나마 이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기획자의 짧은 시작의 변이 공연을 위해 몇 달간을 고생하면서 준비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처진 어깨를 세워주는 큰 힘이 되었다. 

 

"'황석영 파문 때문에 그렇잖아도 걱정인데 이렇게 비까지 오니 오늘 공연 참 걱정이에요' 하며 나오는데 어머니가 한 말씀 하세요. '까짓 연극 그거 오늘 망치면 어떠냐? 농민들이 애타게 바라는 이 단비가 내려오는데 말이다.' 그 말씀을 듣고 참 위로가 되더라구요."     

 

자칫 침통한 분위기에서 첫 공연을 시작할 뻔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기획자의 그 "한 말씀으로 기분이 진정이 되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공연은 기운을 차린, 한껏 물이 오른 두 젊은 배우의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꽤 수준 높은 공연이 된 것 같다.

 

단촐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연극은 끝이 났고, 비도 내리고, 첫 무대이니 당연히 가지게 된 뒤풀이에서도 첫 공연을 자축하는 덕담(?)들이 오고가는 중에 이런 이야기들이 들린다.

 

"이 공연은 황석영 원작이긴 하지만 각색이 많이 되어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그러니 더 이상 황석영과 연결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 "역발상을 해보면 이 기회가 호기일지도 모른다. 이 기회를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원작자 황석영을 불러서 이 공연을 관람하게 한다. 그러곤 자신의 1974년 원작 '장사의 꿈'을 관람한 황석영은 회심을 하게 되고 그래서 이 공연은 대히트를 하게 된다." 이런 연극 같은 대사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그만큼 황석영 파문은 이 공연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오호라, 이를 어쩔 것인가? 그래서 말씀이다. 이럴수록 극단 가인의 "장사의 꿈"을 많이 관람해 주시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차에 '1974년의 황석영'으로 '2009년의 황석영'을 극복해 보자고 말이다. 그래서 황석영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지라고 말이다. 작가는 응당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작가된 도리니 말이다. "순박한 시골 청년 '차일봉'의 '장사의 꿈'을 변절한 작가 황석영은 책임을 져라!" 

  

이 공연은 앞으로 한달을 휴일도 없이 이어간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을 사랑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요청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공연은 지역의 크나큰 아픔인 대구의 명산 앞산이 토건족들의 먹잇감이 된 민투사업 앞산터널공사로 인해서 동서로 4.5킬로의 거대한 구멍이 뚫리면서 말라죽어갈 위기에 처한 이 기막힌 현실을 극복하고자 앞산에서 100일 텐트농성까지 벌이며 앞산터널반대운동에 새로운 영감과 불씨를 일으킨 주인공인 이 연극의 주연배우가 이번에는 예술로서 앞산의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바람을 안고 있는 작품이라서 지역민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작품인 것이다.

 

부디 지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첫 공연을 관람한 관람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극단 '가인'의 개관 1주년 기념 공연 "장사의 꿈"

공연 기간 : 2009년 5월 16일 ~ 6월 14일

공연 시간 : 매일 저녁 7시 30분 (수요일은 오후 2시)

장소 : 극단 '가인'의 '작은 무대' ( 대구 남산동, 053-291-8707)

홈페이지 : http://www.play-gain.com

 

장사의 꿈 공연을 준비하며(앞산 -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며)

 

- 이상옥

 

"공장인지 뭔지 들어선다고 장수봉을 다 깎아버렸으니 장수마을 장사가 성할 리가 없지..."

 

막무가내 개발로 열을 올리던 시절은 이제 분명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편리하게', '좀더 빠르게'를 바라는 우리들의 욕망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이전 푸릇푸릇 존재하며 인간들의 삶을 기운차고 설레게 만들었던 힘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것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과 멀어질수록 삶은 나약해져 간다는 것을 '장사의 꿈' 공연을 준비하며 더욱 느낍니다. 대구의 '장수봉'이라 할 수 있는 '앞산', 그곳을 관통하는 터널에 반대하며 지난 5년간 마음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2009.05.17 15:12 ⓒ 2009 OhmyNews
#황석영 #장사의 꿈 #대구 #앞산터널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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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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