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다 질겨, 그 양반 때문에 여럿 고생"

[현장] 법원노조, 신 대법관 사퇴촉구 삼보일배 진행

등록 2009.05.18 17:51수정 2009.05.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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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뭐야, 갑자기 웬 삼보일배야? 아, 신영철 대법관 때문이구나. 그 사람 한 명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하네. 참 질긴 양반이야."

 

서초역 인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아무개 변호사는 이쑤시개로 연방 이를 쑤시며 동료에게 말했다. 그의 눈길은 삼보일배 행렬에 가 있었다.

 

"아이고, 정말 질기네 질겨. 나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나오겠다."

 

이에 낀 고기 조각을 일컫는 말인지, 아니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을 두고 한 말인지, 그는 더욱 심각한 얼굴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동료가 받았다.

 

"그러게 그 양반 아마 명도 참 질기게 길 거야."

 

"신영철 참 질기다, 질겨"

 

이들의 말대로 신영철 대법관 한 명 때문에 참 여러 사람들이 고생이다. 법원 공무원노조는 18일 정오께 점심시간에 맞춰 서초동 주변에서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오병욱 위원장 등 법원 공무원노조원 약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교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지하철 2호선 서초역까지 약 200미터를 삼보일배로 이동했다.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세 걸음 옮기고 한 번 절을 하다보니 약 40분이 걸렸다.

 

삼보일배 행렬이 앞장섰고, 그 뒤로는 '근조 사법부 독립' '근조 사법부 신뢰'라고 적힌 만장이 뒤따랐다. 또 몇몇 조합원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신영철 대법관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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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들은 구호 등을 외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법원 공무원노조 쪽은 시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당사자가 아직도 그대로 머물고 있다"며 "법원노조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며 세 걸음 걷고 무릎 꿇고 엎드려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오병욱 법원노조 위원장은 삼보일배 행사를 마친 뒤 "신 대법관에게 삼보일배를 권한다"며 "버려야 할 걸 버릴 때 해결책이 나온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오 위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도 사죄의 뜻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법관 승진제도 등 법원의 관료제를 바꾸는 사법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이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죄를 촉구했다.

 

이어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사회 진영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법관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들이 같은 사안으로 기자회견을 연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이용훈 대법원장, 사건을 정치적으로 다뤄"

 

이들은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 문제는 법관 개인의 거취문제가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름하는 척도이다"며 "신 대법관의 사퇴는 이제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법관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주성, 독립성을 짓밟은 이가 왜 이렇게 버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후배 판사들이 나서 사퇴를 촉구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을 징계위원회가 아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사건을 다뤘다"며 "대법원 스스로가 법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이 대법원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이들 시민사회 진영은 "앞으로 더 이상의 기자회견은 없다"며 "신 대법관이 끝까지 버틴다면 이제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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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회원들이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의‘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회원들이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09.05.18 17:51 ⓒ 2009 OhmyNews
#신영철 #촛불재판 #이용훈 #법원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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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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