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벌인 죽음의 굿판, 아직 끝이 아니다

[주장]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야

등록 2009.05.27 22:35수정 2009.05.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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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몰릴 대로 내몰린 정치적 약자로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를 죽음의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다. 그런데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사람이 어디 노무현 전 대통령 뿐이었던가? 이명박 정부는 용산 철거민들을 죽였고, 화물 노동자인 박종태 열사도 죽였다. 이명박 정부가 벌인 죽음의 굿판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 보복 형태의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이른바 'MB악법'은 모든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장송곡은 이명박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을 위한 장송곡이고,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처절한 부르짖음이다.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 울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6월 국회는 개회도 하기 전에 휴회 상태에 돌입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종지부를 찍으려고 했던 'MB악법'도 국회 법안 창고에서 기약 없이 세월을 보내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결정적 후퇴를 한시적으로 지연시켰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 더 남았고 'MB악법' 또한 폐기처분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3월 초, 민주당은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유보시킨 언론악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쟁점 법안들을 한나라당에게 양보한 상태다. 언론악법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하기로 했으니 사실상 몽땅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MB악법'은 국민의 눈과 귀, 입을 막는 반민주 악법이다. 언론악법이 통과된다면 이명박 정부와 재벌은 거대 신문, 방송사를 통해 언론을 독점하게 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벌금 낼 용기 없이는 인터넷을 통해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권력기관이 공공연하게 국민의 휴대폰을 감청하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다.

 

일명 마스크 처벌법인 집시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채권법, 경제특구 영리법원법, 보험업법 등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법안이 모조리 통과되면 병원은 돈 많은 환자들만 치료해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MB악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건강권까지 박탈하는 법이다. 'MB악법'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기초를 허물어 모든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후퇴시킬 것이다.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 민주주의는 국민을 그저 표 찍는 기계로 전락시킬 것이다.

 

이명박 정부, 부자 경제 살찌우고 서민 경제 죽이다

 

4월 국회에서 이미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산업은행법, 주공-토공 통합법과 소득세법 등이 개정됐다. 민주당이 무장해제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 공기업은 민영화됐으며,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꾼들에 대한 감세 정책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한도가 기존 4%에서 9%로 완화되고 산업자본이 사모투자전문회사 안에서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이 10%에서 18%로 늘어남에 따라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재벌이 한국 금융을 완전 장악할 날이 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나라가 아니라 부자만을 위한 주식회사 국가로 점점 더 타락하고 있다.

 

경제부문 쟁점법안 대부분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결코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식 의사 진행으로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왔으며, 이명박 정부는 6월 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임금삭감, 고통분담을 외치며 공공연하게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야만적, 약탈적 신자유주의 때문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고,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계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넘쳐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더욱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4월 국회는 재벌을 위한 국회, 재벌들에게 온갖 특혜를 부여하기 위한 국회였다. 반면 6월 국회는 국민 잡는 국회, 모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국회가 될 것이다. 6월 국회가 예정대로 열릴 수는 없게 됐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자들만의 나라, 한나라당과 재벌 연합의 과두제로 대한민국을 철저히 개조하겠다는 의지를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미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목숨을 버림으로써 거꾸로 가는 이 시대에 항변했고, 책임을 다하려 했으며, 자신을 넘어서라는 주문을 했다. 그의 죽음은 2009년 상반기 이후 촛불에 대한 정치보복 시기에 일단의 마침표를 찍었고, 다시 민주주의 투쟁의 국면을 열어주었다.

 

이 시기에 우리가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국민을 상대로 보복정치를 시도할 것이다. 이명박 시대는 아직 3년이나 더 남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호시탐탐 정국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애도를 넘어 그의 죽음이 지닌 시대적 정치적 의미를 이 시점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 1987년 민주주의 투쟁 이후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나 그것은 미완성이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미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라는 보다 큰 과제를 던져주었다. 당장은 'MB악법'을 막아내는데 힘을 쏟아야 하겠지만 앞으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능조건은 'MB악법'의 정반대편에 있다. 아울러 그것은 1987년식 민주주의를 단순히 회복하는 방식으로 얻어질 수 없다. 1987년에 시작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는, 1987년을 넘어서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투쟁, 민주주의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파탄이 난 민주주의의 가능조건들을 새롭게 수립해야만 한다.

 

이 때 국민 모두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대한민국은 의료, 교육, 주거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모든 국민에게는 국민다운 삶을 위한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조건이자 사회경제대안이다

 

완전고용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헛된 약속이나 토목공사처럼 환경을 파괴해 약간의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소득이나 재산의 심사 없이, 그리고 노동을 강요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혜택을 독점적으로 누린 투기소득, 금융,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와 환경세 도입으로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기본소득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고 오늘날의 경제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면서도 실제로 아무것도 책임 진 것이 없는 고소득 불로소득 향유 층에 그 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국민답게 살아가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한, 국가는 모든 국민이 명목상의 주권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권자일 수 있도록 모든 국민에게 사회적 삶의 토대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의료, 교육, 주거에 대한 기본적 보장과 결합된 기본소득 제도는 단순히 여러 다양한 민주주의 정책 가운데 선택 가능한 하나의 안에 그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금융투기자금이 600조에서 800조에 이르고, 일반소비로 지출될 돈이 막대한 사교육비로 들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서민 중심의 내수경제를 활성화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경제대안이다. 기본소득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새롭게 강화해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대안이다.

 

실질적 국민주권과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하여

 

민주주의의 완성은 헛된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1987년에 시작되어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에 의해 지체되고 이명박 정부에 의해 중단, 심지어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시기가 열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완성과 실질적인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싸움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필생의 과제였던 권위주의 타파, 지역주의 타파만이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의 요구들이 분출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적어도 모든 국민에게 공통의 인간다운 삶의 기초를 부여하는 국가여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공화국이 헌법 조문의 장식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우리는 노무현 시대만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없다. 이명박 시대의 비판과 극복은 노무현 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다. 노무현 시대를 디딤돌로 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영역에서의 실질적 국민주권과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한 국민의 의지만이 1987년 이후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또 이를 새롭게 구성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2009.05.27 22:3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노무현 #민주주의 #민주공화국 #국민주권 #MB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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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비교정치, 한국정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에 적을 두고 있다.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UK)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이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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