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한 교실에서 공부, 지원이 아쉽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전교생이 둘 뿐인 금호도 분교

등록 2009.06.03 12:46수정 2009.06.0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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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기 힘드실 텐데…."


손찬웅 교사의 설명대로 전남 진도군에 있는 금호도분교를 찾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로 가서, 다시 진도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 몸을 실었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금호도분교로 간 5월 21일 때 아닌 호우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회동선착장에서 금호도로 들어가시는 길이라던 동네주민들을 만났다.

"금다리호는 표를 사지 않아도 돼. 그저 금다리호를 타고, 내릴 때 돈을 줄 뿐이지."

회동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금호도. 마을 여객선인 금다리호를 탈때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금호도에 가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 뿐이다. 오로지 나만 이방인이었다.

"저 아가씨 서울에서 왔는가!"


젊은 사람들이 없는 금호도에서는 젊은이는 튈 수밖에 없다.

금호도 분교 전교생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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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도분교로 가는 길. 왼쪽 편에 보이는 건물이 금호도분교이다. ⓒ 여경미


금호도에서 금호도 분교는 유일한 소통 공간이다. 학교는 아담하고 조용했다. 잔디가 무성한 운동장의 그네 두 개만이 기자를 반겼다.

금호도분교는 전교생이 2명이다. 친자매인 양미정(9), 양미령(7)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나홀로 입학생' 입학 대상자인 미령이와 작년 '나홀로 입학생'이였던 미정이는 모두 '제 2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손찬웅(28)교사와 두 학생의 어머니인 김해옥(38)씨가 반겨 주셨다. 미정이는 머리를 단정히 묶고, 도시에서 온 낯선 이방인을 만나는 게 내심 쑥스러운 듯 입에 계속 손을 올렸다. 미정이와 똑같은 것을 싫어한다는 미령이는 단발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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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와 미령이. ⓒ 여경미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미정이와 미령이는 둘뿐이다. 원래 미정이와 미령이는 3남매다. 어머니는 오빠 동평이 이야기를 꺼냈다.

"동평이는 친구가 있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했어요. 진도읍에서 어린이집을 다녔었는데, 그 이후에 금호도로 안 들어오려고 했죠. 동평이는 금호도에 토요일 마다 와요."

할아버지와 살면서 진도읍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오빠와 달리, 두 자매는 부모님과 함께 금호도에서 산다. 어디서든지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버지는 미정이와 미령이를 '앵무새'라고 부른다.

작년 미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혼자였지만, 2학기부터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생인 미령이가 2학기부터 오산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허락 하에 청강생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월이 되면 미정이, 미령이가 같이 수업을 듣게 된지 만 1년이 된다.

친구들이 없는 둘 만의 세상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있으면,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미정이와 미령이는 다른 또래 아이와 다릅니다. 금호도 안에서 사회생활을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매와 늘 함께 생활하는 손찬웅 교사의 설명이다. 두 자매에게 학교는 학교 이상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에게 금호도분교는 학교, 놀이터, 생활공간 그 자체다.

"작년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갔을 때, 아이들은 서로 대답을 하려고 손을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요."

어머니는 작년 '제1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가했을 때를 회상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 노래를 한 번 불러달라는 요청에 두 자매는 입만 뻥끗 뻥긋 할 뿐이다. 미정이와 미령이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다가도 그 모습을 사진 찍으려고 하면 동작을 멈춰버렸다.

"도시는 자동차와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자동차도 사람도 없는 금호도에서 있다가, 도시로 나가면 정신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금호도가 살기가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살다가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미정이 어머니 이야기처럼 비가 온 후 안개 낀 금호도는 참 아름다웠다. 이런 금호도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지만, 70년 대 중반에는 금호도 분교 전교생이 40~50명 정도가 됐다.  지금은 손찬웅 교사 혼자서만 금호도분교를 지키고 있지만, 미정이, 미령이 아버지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3~4명의 교사가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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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도 졸업사진. 윗줄 왼쪽에서 4번째 있는 분이 미정이와 미령이 아버지이다. ⓒ 여경미


오산초등학교에는 향동분교와 금호도분교가 있다. 향동분교는 금호도분교보다 규모가 커 댄스 스포츠 등의 외부 강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수가 적은 금호도 분교는 방과 후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섬이라서 안 된다고 하네요, 아쉬워요"

"다문화 가족에게 지원해주는 1일 선생님을 신청했어요. 그렇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섬이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사람들 생각에 섬은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거죠. 섬에 살아서 좋지만, 영어 등 학원도 보내야하는 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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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실을 사용하는 미정이와 미령이. ⓒ 여경미


미정이 어머니는 선생님이 열의를 가지고 수업해주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원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워 하셨다. 금호도분교는 미정이가 입학을 하기 전까지는 폐교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미정이가 금호도 분교에 입학을 하면서 폐교 위기를 면했다.

미정이, 미령이와 헤어지고 목포역 대합실에서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 마침 텔레비전 뉴스 보도가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1일 지난해 전국 6923개 아동·청소년 가구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종합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 9~18세 아동·청소년의 74%가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호도 분교에 재직 중이신 손찬웅 교사는 낮12시 30분에 정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교과목 뿐만 아니라, 1학년은 한글, 2학년 수학 등을 보충수업을 하는 것. 이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색칠놀이, 지로게임, 읽을 책 등을 항상 교실에 준비해 두고 있다. 교사 개인이 최선을 다해도, 미정이과 미령에게 필요한 교육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더불어 함께 입학식 #금호도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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