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이어 공주시장까지 왜 이래?

집단희생사건 위령제 '추도사' 요청 거절

등록 2009.06.12 11:41수정 2009.06.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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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공주 상왕동 집단희생지 현장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제에서 유가족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 심규상

2008년 7월 공주 상왕동 집단희생지 현장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제에서 유가족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 심규상

공주시장이 12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진실화해위)가 주관하는 민간인집단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 및 위령제 추도사를 거부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공주시 상왕동(29-19번지 약 480㎡)에 암매장된 수백 명의 유해를 발굴하기로 하고 이날 오후 첫 삽을 뜨는 시삽행사를 겸한 개토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개토제는 진실화해위 및 충북대 박물관 주관으로  김동춘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과 공주유족회(회장 곽정근)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 및 유가족회는 지난달 이준원 공주시장에게 추도사 및 아헌례를 공식 요청했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같은 시간 <충청방송>에서 주최하는 방송 인터뷰를 이유로 위령제 및 개토제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부시장 등 다른 공직자가 대독할 수도 있는 추도사까지 거절한 데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자세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희생자들에게 헌작하는 아헌관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지만 추도사를 해달라는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공주대학에 재직할 당시 동료교수들을 통해 공주민간인집단희생사건에 대해 들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주시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추도사와 헌작을 위한 아헌례를 각각 요청 받았다"며 "하지만 시장님이 참석하지 못해,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추도사 요청이 있었음을 시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보고를 드렸는데 시장님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토제를 주최하는 진실화해위 측에서 추도사를 하는데 굳이 공주시장까지 추도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주시장 "추도사 요청 받은 바 없다"- 공무원 "보고드렸는데 기억 못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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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군경에 의해 공주형무소에서 공주시 상왕동 암매장지 현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1950년 7월 군경에 의해 공주형무소에서 공주시 상왕동 암매장지 현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공주시장이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과 유가족을 추모하는 추도사마저 거절한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주시장과 담당 공무원이 추도사 요청 여부를 놓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진위여부를 떠나 유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간인집단희생사건에 대한 자치단체의 무관심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공주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비슷한 시기 대전 산내에서 수천 명이 희생된 대전산내사건 개토제 및 위령제와 관련해서도 대전시장 및 관할 대전 동구청장이 추도사 요청을 수년째 거절해 오고 있다.

 

공주왕촌 집단희생 현장은 1950년 7월 중순경 당시 공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수백 명이 트럭으로 실려와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희생된 사건이다. 대전 산내 집단희생 사건 현장은 비슷한 시기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수천 명이 집단희생된 사건이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올해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관련 유해발굴 대상지로 충남 공주시(공주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와 경남 진주시 명석면-문산읍 일대(진주 형무소재소자 희생사건 및 국민보도연맹사건), 전남 함평군(불갑산 사건), 경북 경산시(경산코발트광산 사건) 등 4개소를 선정했다.

2009.06.12 11:41 ⓒ 2009 OhmyNews
#공주시 #이준원 시장 #집단희생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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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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