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불매운동 은근히 부추겼다?

석 달 전, 'MBC는 불량방송'이라며 소비자 결단 촉구하던 <조선>

등록 2009.06.13 19:45수정 2009.06.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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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언소주)이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돌입하자 <조중동>은 기사, 사설, 칼럼에서 협박, 조폭, 집단공갈죄, 강요죄, 벌떼 공격 따위 단어를 사용하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급박하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촛불집회 기간 중 광고불매운동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10일자 사설 <'좌파 신문에 광고 실으라'고 판촉 나선 협박 단체>에서는 "신종 테러범 '언소주'는 이들 언론의 광고 판매촉진 담당 사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공생(共生) 관계는 범죄적 공생 관계"라고 언소주를 맹비난했다.

 

12일 자 8면 <조폭처럼 약한 기업 괴롭힌 후… 갑자기 "일류기업 제품 불매">에서 법조계 말을 빌어 "'규모가 작은 '힘없는 기업'인 광동제약을 힘으로 굴복시킨 것은 조폭 집단을 연상시키는 범죄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고법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언소주의 협박으로 인해 광동제약의 기업활동권이 방해받았고, 당초 계획에도 없는 광고집행을 하게 됐다"며 "강요죄 구성요건에 딱 떨어진다"고 말했다. 법원 고위관계자도 "언소주가 제3자인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재산상 이득을 준 셈"이라며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언소주를 조폭과 신종 테러범, 협박단체로 맹비난하고, 강요죄와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는 <조선일보>도 광고불매운동을 은근히(?) 부추겼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는 <MBC>가 미디어법을 왜곡 편파 보도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뉴스 후'에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내리고 '뉴스데스크'는 '경고', '시사매거진 2580'은 '권고' 조치했었다. 

 

<조선일보>는 다음 날(5일) MBC 불량방송최종 심판은 소비자가 내려야 사설에서 "불량 상품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인다. 불량 방송은 시청자들이 나서서 정신 번쩍 들게 혼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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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월 4일자 사설 'MBC 불량방송 최종 심판은 소비자가 내려야' ⓒ 조선일보

<조선일보> 3월 4일자 사설 'MBC 불량방송 최종 심판은 소비자가 내려야' ⓒ 조선일보

 

<MBC>는 하루아침에 불량방송이 되었다. 소비자들이 불량식품을 불매운동을 벌어듯이 불량방송은 시청자들이 나서서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광고불매운동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광고불매운동과 별 다르지 않다.

 

사설은 "왜곡·편파 방송은 MBC의 고질(痼疾)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왜곡과 편파 방송 그렇다 이것이 핵심이다. <MBC>가 왜곡과 편파방송을 하면 당연히 비판받고, 소비자들이 광고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로 왜곡과 편파보도를 하면 당연히 광고불매운동 언론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MBC>와 <조선일보> 중에서 누가 왜곡과 편파보도를 했을까? <조선일보>는 <MBC>가 왜곡과 편파 방송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언소주는 <조중동>이 왜곡과 편파보도를 했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언소주가 왜 <조중동>을 광고불매운동 대상 언론으로 삼았는지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언소주를 협박단체와 신종 테러범으로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소주는 <조중동>이 제대로 된 언론이 되기를 바랐을 뿐이다.

 

광고불매운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조중동>은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저잣거리에서 쓸 법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언소주를 매도할 것이 아니라 바른 언론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소주의 광고불매운동을 그토록 매도하는 <조선일보>도 <MBC>를 불량방송이라면 시청자들이 혼을 내야 한다고 했다. 언소주가 광고불매운동을 시작하기 석 달 전이다. 석 달만에 <MBC>를 불량방송이니, 시청자들이 나서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혼을 내야 한다는 사설을 잊어버렸는가. 바로 이것이 왜곡이요, 편파이다.

2009.06.13 19:45 ⓒ 2009 OhmyNews
#조선일보 #광고불매운동 #언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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