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 출판회사가 도시를 이룬 곳에 가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책에 파묻혀 하루를 보냈습니다

등록 2009.06.18 17:08수정 2009.06.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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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습지와 공존하는 출판도시의 모습이 더욱 쿨하네요. ⓒ 김종성

넓은 습지와 공존하는 출판도시의 모습이 더욱 쿨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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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길은 더 북쪽의 통일동산, 헤이리, 임진강역과 함께 자전거족들이 좋아하는 라이딩 코스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 NHN

파주출판도시길은 더 북쪽의 통일동산, 헤이리, 임진강역과 함께 자전거족들이 좋아하는 라이딩 코스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 NHN

보통 우리나라에서 도시라고 하면 획일적인 모양의 아파트들과 차량들, 빌딩들로 가득한 거리의 정신없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래된 동네를 없애고 재개발 후에 생기는 새로운 도시라는 뜻의 신도시 또한 직접 가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구요. 우리나라에는 언제나 특색있고 개성적인 도시가 생기려나 늘 아쉬워 했는데 경기도 파주에 그런 도시가 있었네요.

파주 출판도시가 그런 개성적인 도시로 또 가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파주 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 48만평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로 1989년 출판문화공동체를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인간성 회복의 위한 도시, 공동성의 실현, 출판과 건축의 만남, 참다운 책의 문화가 꽃피는 곳을 모토로 한다고 합니다. 문발리(文發里)라는 동네의 이름과 참 어울리는데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과 황희 정승 또한 파주 출신이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파주출판도시는 지난 1989년 11월 기반시설공사를 착공한 이래 아직도 여러 출판 관련 건물들이 건축중에 있으며, 1만여명의 직원들과 250여개 출판 및 인쇄사가 입주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출판도시의 가장 큰 목표는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하나로 묶어내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또한 이 도시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문화공간이자, 아름다움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건축미 넘치는 곳이다.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와이와 벨기에 레뒤,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등 유명 책마을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도시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발돋움하여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도시 위치가 한강옆 자유로변에 있어서 많은 자전거족들이 자유로변 농로길을 따라 이 도시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저도 3호선 전철에 애마를 싣고 종점인 대화역에 내려서 모내기가 끝난 초록의 논둑길을 달려 파주 출판도시에 가보았습니다.

 

차를 타고 자유로를 통해 갔다면 일산을 지나 파주 출판도시라는 진입로 표지판이 보이며 금방 찾아갔겠지만 자유로 옆 농로길에는 그런 표지판은 물론 길마저도 찻길처럼 매끈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곤 하는 농로길은 초행이라면 헤매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옆에 보이는 자유로의 북쪽방향을 향해 가면 됩니다. 논둑길가의 농부님들에게 파주 출판도시나 자유로 휴게소를 물어봐도 되고요.

(파주 출판도시는 자유로 휴게소와 이웃하고 있습니다.) 

 

저도 초행길이라 출판도시를 지나 임진강역에까지 라이딩하러 간다는 자전거족들을 따라 갔는데 역시 여러 사람들과 같이 달리니 유월의 햇살도 덜 뜨겁고 페달이 가볍게 느껴지고 지나가는 큰 트럭들도 두렵지 않더군요. 

 

자유로 휴게소에 도착, 잠시 쉬는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고마움의 자판기 커피도 돌리고 임진강역 가는 코스에 대한 길 안내도 받습니다. 튼실해 보이는 팔다리가 까맣게 그을린 이분들의 실제 나이는 놀랍게도 육십대에서 칠십대의 제 아버지뻘이더군요. 같이 자전거를 탈때 뒤에서 보이던 탄탄한 장딴지와 쉼없이 달리는 체력에 저와 비슷한 연배의 나이인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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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도시의 첫 인상은 예술과 문화와 도시가 공존하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김종성

파주 출판도시의 첫 인상은 예술과 문화와 도시가 공존하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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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도시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건물들이 저마다의 특색과 개성을 잘 살리며 서있습니다. ⓒ 김종성

일반적인 도시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건물들이 저마다의 특색과 개성을 잘 살리며 서있습니다. ⓒ 김종성

이국의 쿨한 도시같은 첫 인상

 

자유로 휴게소와 길이 연결되어 있는 출판도시에 들어서니 차들이 뜸하게 다니는 한적한 도로와 거리의 특색있는 건물들의 모습에 참 이국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의 어느 도시에 자전거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에 살짝 흥분되기도 하구요.

 

오랜만에 찻길을 한가롭게 달리며 다양하게 디자인하여 예술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건물들을 구경해봅니다. 입구에 꽃밭이 심어져 있는 건물, 멋진 전시물들이 걸려있는 갤러리가 1층에 있는 건물들,나무계단으로 이어져 있어 걷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건물,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표지들로 예쁘게 꾸며놓은 건물들, 도시적인 조형미를 뽐내는 예술작품 같은 건물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 다니며 일할 맛이 나겠어요. 각자 다른 디자인으로 지은 건물들이라고 해서 서로 맞서거거나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네요. 아마도 출판도시의 건물들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며 짓나 봅니다.

 

가져온 디카로 이 흥미로운 도시의 이곳 저곳을 찍으니 도회적인 분위기의 멋진 예술(?)사진이 나오더군요. 그래서인지 이날도 무슨 CF를 찍는 한 무리의 팀들이 건물들 사이에 하루종일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건물들속에 어린시절부터 세상을 알게 해주고 삶을 풍요롭게한 책들이 떠오르는 출판사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국민서관, 돌베개, 범우사, 창작과 비평사 등등이 써있는 출판사 앞의 작은 팻말을 보니 오래전부터 알아온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움이 앞섭니다.

 

출판도시라 주로 출판사들과 관련 업체들이 많이 있지만 도시의 구석구석에 여러 갤러리들과 북카페, 어린이를 위한 작은 도서관 심지어 나비 박물관도 숨어있는듯 존재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이 각자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건물내에 따로 만들어놓은 복합문화공간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편하게 앉아 책들을 읽어 볼 수도 있고 문화관련 공연이나 책 이벤트도 한답니다. 갤러리를 포함한 여러 문화공간들이 토요일에도 운영을 하니 아이들과 같이 가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기억이 날듯 말듯한 옛날 교과서나 오래된 책들을 사고파는 고서점과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에서는 여유로이 책을 읽고 고르며 조금 더 오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깔끔한 서점같은 헌책방 보물섬은 월요일이 휴무라 토,일요일에도 운영합니다) 물론 명색이 도시이다 보니 쇼핑몰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작은 레스토랑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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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의 헌책방 '보물섬'은 새책방 같습니다..책의 기부도 가능하답니다. ⓒ 김종성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방 '보물섬'은 새책방 같습니다..책의 기부도 가능하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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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올라가보니 어른 도서관보다 나아서 저도 이용하고 싶어졌습니다. ⓒ 김종성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올라가보니 어른 도서관보다 나아서 저도 이용하고 싶어졌습니다. ⓒ 김종성

문화와 자연과 공존하려는 도시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 도시를 추구한다는 출판도시 홈페이지의 소개말은 정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였습니다. 도시안에 푸르른 초록의 습지들이 이어져 있으며 도시 북쪽 끝에 가면 큰 습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출판도시의 원래 옛 모습은 한강가의 커다란 습지였던 것 같습니다.

 

작은 나무계단을 놓아 산책도 할 수 있는 파주출판도시습지는 지도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넓으며 각종 습지생물들과 해오라기 같은 새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습지의 생태를 최대한 살리고자 분수대나 전망대, 가로등등의 인공적인 조경물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돋보이고요. 이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니 유독 공기가 깨끗하고 시야가 맑다고 생각했는데 다 저런 습지를 없애지 않고 보존한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출판도시가 끝나는 북쪽 습지 옆 동네는 다시 논과 밭, 비닐하우스가 펼쳐진 농촌 마을인데 웬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 가만히 보니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유명해진 심학산 자락 돌곶이 마을이네요. 보너스를 받는 기분으로 돌곶이 마을의 너른 논밭에 가득한 안개꽃과 양귀비꽃, 금영화를 감상하며 눈호강을 합니다.  

 

애마에 올라타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곳, 조형미가 멋진 건물들을 발견하는 기쁨과 재미가 쏠쏠하네요. 차를 타고 다니기에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고 그렇다고 걸어다니기엔 좀 힘들것 같은 출판도시는 자전거로 다니기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어느 철학자가 그랬다지요."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가? 그렇다면 책과 사귀어라." 그런 친구가 생각나고 그리울때 언제든 가고 싶은 도시로 마음속에 찜했습니다. 

 

P.S) 파주 출판도시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도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http://www.pajubookcity.org/) 출판도시안의 여러 문화공간들 (북카페, 도서관, 박물관, 갤러리등)의 위치도 나와있고 출판도시에서 하는 이벤트나 각종 책잔치도 알려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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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퇴근하는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출판도시는 더욱 고즈넉해집니다. ⓒ 김종성

저녁이 되어 퇴근하는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출판도시는 더욱 고즈넉해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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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시의 이웃에는 꽃동산으로 유명해진 심학산 돌곶이 마을이 있습니다. ⓒ 김종성

출판도시의 이웃에는 꽃동산으로 유명해진 심학산 돌곶이 마을이 있습니다. ⓒ 김종성

 

덧붙이는 글 파주출판도시에 가는 버스들도 있습니다. 전철 신촌역, 수색역 앞에서 780번 버스가 가고, 합정역,대화역 앞에서 200번, 2200번 버스가 갑니다.
#파주 #파주출판도시 #심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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