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살리기' 측량이 강경 미내다리 죽이기?

[현장] 충남도지정 문화재, 락카·나사못으로 훼손

등록 2009.06.19 22:13수정 2009.06.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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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량 후 깃발을 꽂아놓은 모습 미내다리 진입로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하천사용 및 경작금지'와 관련한 안내간판(왼쪽 상단)이 설치되어 있다. ⓒ 김동이


"문화재에는 작은 표식이라도 해서는 안 됩니다."

논산시청 문화재 담당자의 말이다. 강경 미내다리와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현재 미내다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귀띔을 해주자 현장 확인 후 바로 조치하겠다고 말한다.

충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는 강경 미내다리가 최근 금강살리기 개발사업과 낚시꾼들의 급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강경의 대표 역사유적이자,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강경 미내다리를 보고 왔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내다리는 지난 2003년에 복원돼 시민들의 휴식공간은 물론 석교(石橋)로서도 문화재 가치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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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비는 강경미내다리 위에 나사못? 금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강경천 생태하천 개발사업 초기 측량과정에서 충남도지정 문화재인 미내다리 위에 락카칠과 나사못을 박아놓았다. ⓒ 김동이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내다리 부근 강경천의 '금강살리기 사업 강경2지구 생태하천 개발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내다리 위에 붉은색 락카로 기준점을 표시하고 그곳에 작은 나사못을 박아 두었는데도 몇 달째 그대로 방치하는 등 시공업체의 무책임한 공사와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소원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미내다리 위에 쇠로 된 나사못을 박아 두었다는 점은 일제가 마치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아놓은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시공사 "용역을 준 측량업체가 측량과정에서 모르고 표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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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천의 모습 금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생태하천 조성사업 대상인 강경천. 강경천에는 최근 많은 낚시꾼들이 찾고 있다. ⓒ 김동이


강경천은 국가하천으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S종합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올 3월부터 2013년 2월 23일까지 4년간(48개월)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시공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하천부지에 자전거도로 개설과 제방 확장공사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공사측은 용역을 통해 측량업체를 선정, 하천부지에 대한 측량을 맡겼는데 사업 초기에 문화재에 락카로 표식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공업체인 S건설 현장 관계자는 "설마 미내다리 위에 표식을 해 놓았을지 예상조차 못했다"며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고, 바로 표식을 없애고 나사못을 빼내 원상복구 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경천의 생태하천 개발사업 감리를 맡은 H업체 관계자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고, 앞으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감독을 철저히 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곧바로 사람을 보내 락카를 지우고 나사못을 제거하겠다"고 말한 뒤 몇 달 동안 방치돼 있던 흔적을 18일 <오마이뉴스> 취재가 시작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곧바로 원상복구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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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 시킨 모습 몇달 동안 방치돼 있던 표식을 취재가 시작된지 몇 시간만에 원상복구시켰다. ⓒ 김동이


원상복구시켰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찾은 미내다리. 약품처리를 했는지 냄새가 나긴 했지만 나사못을 제거하고 붉은 락카칠을 지운 자리에 약간의 모래를 덮어놓고 원상복구를 시킨 모습이었다.

행락객들 훼손행위도 보여... 논산시 "펜스 설치해 훼손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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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피운 흔적 땅을 파고 불을 피운 흔적도 눈에 띄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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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은 흔적 누군가가 미내다리밑에서 음식물을 먹고 파묻은 흔적. ⓒ 김동이


한편, 강경 미내다리 밑에는 낚시꾼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불피운 흔적이 남아있고 음식쓰레기를 땅속에 묻어 파리가 들끓는 등 행락객들의 파렴치한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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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내다리 앞 잔디 훼손 상수도관 보수공사 과정에서 차량이 드나들어 미내다리 앞 잔디가 훼손되었다. ⓒ 김동이


또한, 미내다리 부근에 조성에 놓은 잔디밭은 대형트럭이 드나들어 잔디가 훼손되고 깊이 파인 채 미관을 해치고 있는데, 이는 상수도관이 터져 보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논산시 관계자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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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낚는 강태공 미내다리 부근 강경천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들. ⓒ 김동이


이와 관련해 논산시 문화재 담당자는 "낚시를 즐기러오는 시민들을 어떻게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난감해하며 "지금은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추후에 예산이 확보가 되면 주차장을 제외한 미내다리 주변에 철망으로 된 펜스를 설치해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미내다리 주변을 모두 펜스를 설치하면 다리 위를 지나다닐 수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원래 미내다리 위로는 지나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여러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경 미내다리가 조속히 본 모습을 되찾아 간절한 마음을 갖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 중도일보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 중도일보에도 송고합니다.
#미내다리 #금강살리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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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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