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보냅니다, 열사여 고이 잠드소서"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엄수

등록 2009.06.20 15:45수정 2009.06.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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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엄수됐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엄수됐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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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의 딸이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 박종태 열사의 딸이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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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의 유족이 헌화를 하던 중 통곡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 박종태 열사의 유족이 헌화를 하던 중 통곡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여기 또 한사람이 갑니다. 살고 싶었으나 열살, 여덟 살 새끼들 끼고 남들처럼 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한 사람이 갑니다. 동지들을 져버릴 수 없었던 엄청난 죄를 짓고 한 사람이 갑니다.

 

약속이 헌신짝보다 쉽게 버려지는 나라에서 약속을 지키라고 우직하게 외쳤던 한 사람이 갑니다. 78명이나 되는 생목숨이 해고당했는데 일인시위마저 철저하게 가로막힌 그 절망의 벽을 죽어서야 훨훨 넘어선 한 사람이 갑니다. 평범하게 살기가 가장 힘든 나라에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동지가 이제 영영 갑니다."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추도사가 낭독되자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삼거리는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진혼무가 고인의 넋을 달랠 때도, 고인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민들레처럼'이 그가 목숨을 끊은 대한통운 맞은 편 언덕배기에 울려 퍼질 때도 그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하늘도 비를 내려 그 슬픔을 함께 했다.

 

6월 20일 오전 11시. 78명의 대한통운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이끌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투쟁의 불씨를 당긴 고 박종태 열사의 장례식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읍네삼거리에서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노동자장'으로 엄수됐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6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총 2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 및 시민들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하여 꾸려진 '장례위원회'가 이날 장례식을 주관했다.

 

고인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 49일만 인 이날 오전 9시, 2000여 노동자들은 대전중앙병원에서 발인식을 갖고 대형 영정을 앞세운 채 1시간여를 걸어서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이동했다.

 

고인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작된 영결식은 고인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서글픔과 고인의 뜻을 못다 이룬 죄책감이 겹치면서 엄숙한 분위기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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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이 고 박종태 열사의 넋을 기리는 조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백기완 선생이 고 박종태 열사의 넋을 기리는 조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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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2000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2000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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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내가 박종태다!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자해방 쟁취하자"라고 구호를 외치는 참석자들 앞에서 조사에 나선 백기완 선생은 "나는 오늘 박종태 동지를 땅에 묻으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소, 이 땅에 묻을 것은 당신이 아니라 썩어 문드러진 금호그룹과 이명박 정권이 아니겠소"라고 울부짖었다. 그는 또 "박동지는 쓰러진 게 아니오, 해방이라는 깃발을 들고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을 뿐이오"라면서 "박종태! 박종태! 박종태!"라고 크게 외쳤다.

 

이어 임성규 민주노총위원장이 조사에 나섰다. 임 위원장은 "혼자 걷기엔 너무나 멀고 시린 그 길로 동지를 떠나보내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는 소망도,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겨달라는 부탁도 아직 다 이뤄내지 못한 우리는 동지 앞에 모두 한없이 못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홍희덕 의원도 조사를 통해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더러운 정권과 자본에 맞서, 당신이 죽음으로써 외쳤던 10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싸워갈 것"이라며 "더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와 신자유주의를 박살내고,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되는 통일된 세상을 만들어 살아있는자로서 도리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박종태 열사여 당신이 유서에서 '동지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당신과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에 깊은 행복을 느낀다"면서 "사랑하는 동료와 후대를 위해 역사의 열매가 아니라 거름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동지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그리는 조가가 울려 퍼졌고, 고인에게 보내는 조시가 낭송됐다. 또한 고인의 영혼을 달래는 진혼무가 펼쳐지면서 영결식은 절정에 다다랐다. 특히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민들레처럼'이 추모곡으로 불리자 참석자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의 부인인 하수진씨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가 주인이 되지 않는 한, 남편을 가슴에 묻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라면서 "남편을 기억하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사랑과 의리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헌화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유가족이 헌화에 나섰으나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기 힘든 유족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소리 내어 울부짖었다. 또한 동지를 보내는 참석자들도 고인의 영정 앞에 한송이 국화꽃을 바치면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유해가 광주로 이동해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과 금남로에서 노제를 지낸 뒤 망월동 구 묘역에서 하관식을 갖는 것으로 모든 장례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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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일 오전 대한통운 대전시사 앞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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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의 부인인 하수진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 박종태 열사의 부인인 하수진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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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 박종태 열사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09.06.20 15:45 ⓒ 2009 OhmyNews
#박종태 #박종태열사 #전국노동자장 #대한통운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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