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대체 기웃기웃 무슨 사진 찍는 거요 ?"

[새벽산책. 24 ]안개 걷히고 나니 골목길 꽃들이 환하네

등록 2009.06.22 11:40수정 2009.06.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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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 부슬 안개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나선다.  안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나오는 묘사처럼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 놓는 임김과 같았다.' 요즘은 정말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안개가 끼는 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인다. 그러면서 하얀 안개비 내리는 새벽 골목길을 걷는 기분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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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골목길 ⓒ 김찬순

▲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 ⓒ 김찬순
점점 안개가 걷히는 골목길로 접어드니, 뿌연 여명 속에 환한 석류꽃이 반긴다. 석류꽃만 아니라 접시꽃, 때아닌 코스모스, 메꽃, 해바라기까지 도심에서 잘 볼 수 없는 갖가지 야생풀꽃들이 피어 있는 골목길은 나그네를 반기는 듯 컹컹 개짖는 소리로 가득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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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꽃 이 만발한 골목길 ⓒ 김찬순

▲ 석류꽃 이 만발한 골목길 ⓒ 김찬순
석류꽃은 여느 꽃과 다른 아름다움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석류꽃보다 열매가 더 볼만하다. 석류나무도 열매를 맺지 않는 천엽을 가진 나무와 열매를 맺는 단엽을 가진 석류나무로 나뉜다. 
 
천엽은 화판의 여러겹을 이름이고, 단엽은 화판의 한 겹을 이름이다. 우리의 속담에 "석류는 떨어져도 안 떨어지는 유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가만히 석류꽃들을 쳐다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꽃들이 사는 세상이나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도대체 남의 담장을 기웃기웃 무슨 사진 찍는 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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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모스 ⓒ 김찬순

▲ 코스 모스 ⓒ 김찬순
담모통이 돌아가는 데 앙징맞은 코스모스가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코스모스 철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만발해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데, 개짖는 소리 더욱 요란하고 오토바이 한 대 나타나서 내게 다가왔다. 담장 너머 주인이다.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해서 "코스모스 사진 찍습니다"하고 말 하니,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을 하더니 내 내 아래 위를 한참 살펴보고는 횡하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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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모스 ⓒ 김찬순

▲ 코스 모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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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 스 ⓒ 김찬순

▲ 코스모 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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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 김찬순

▲ 접시꽃 당신 ⓒ 김찬순
 
하얀 접시만한 접시꽃들과 갖가지 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접시를 상상케 하는 접시꽃은 아무래도 후덕한 마음씨를 자랑하는 옛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접시꽃은 약재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접시꽃 싹은 나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튀겨서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는다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먹으면 몸에 해가 된다고 한다.  접시꽃과 잎, 뿌리 모두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상처에도 좋다.  접시꽃의 씨앗은 임질 등에 좋다고 하는데, 종기 등도 치료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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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접시 꽃은 약재로... ⓒ 김찬순

▲ 흰 접시 꽃은 약재로... ⓒ 김찬순

어느 시인의 말처럼 '꽃도 인간이나 동물 못지 않게 표정을 가졌다. 어떤 것은 웃는 것 같고, 어떤 것은 슬픔에 잠겼다. 어떤 것은 생각에 파묻혀서 자신 없어 하는냥 보인다. 또 정직하고 곧으면 그저 수수한 얼굴 넓적한 접시꽃은 혼자되었지만 굿굿하게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세째 누나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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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꽃 ⓒ 김찬순

▲ 접시 꽃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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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 김찬순

메꽃 ⓒ 김찬순
꽃이 피어 있는 좁은 길을 손님이 올까 하여
짐짓 쓸지 않았고
오늘 그대를 위하여 처음 봉문을 여네
<객지> 중 '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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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 아닌 메꽃 ⓒ 김찬순

나팔꽃이 아닌 메꽃 ⓒ 김찬순

2009.06.22 11:40 ⓒ 2009 OhmyNews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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